▲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노총 공공연맹의 질의에 대해 내린 유권해석 내용 |
선거관리위원회가 노동자들이 집회에서 사용하는 현수막 문구 중 ‘반노동자 정당’이라는 표현이 새누리당을 유추할 수 있다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논란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집회를 앞둔 노동조합에 유권해석을 안내하며 어떤 문구를 쓸 지 묻는 등 사전검열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24일 논평을 통해 “정권의 홍위병으로 나서는 선관위 규탄한다”고 밝히며 ‘반노동자 정당’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전북선거관리위원회는 사무실을 방문해 지난 17일 한국노총 공공노동조합연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선거기간 중 노동조합연맹의 집회장소에 현수막 게시에 관한 질의회답’ 내용을 전달했다.
질의회답의 주 내용은 한국노총이 오는 4월 1일 개최할 집회에서 ‘반노동자 정당 투쟁으로 심판하자’는 현수막 문구가 선거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반노동자 정당 투쟁으로 심판하자는 내용은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 입법 추진에 찬성하는 여당의 명칭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이를 집회 장소에 게시하는 것은 같은 법 제90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명시된 시설물 설치 등을 금하는 조항이다.
23일 전북본부를 찾은 전북선관위는 위 유권해석을 소개하며 오는 26일 예정된 ‘총선승리 민중대회’에서 ‘반노동자 정당’ 등의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면 안 된다는 점을 알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강문식 교선국장은 “선관위 직원이 찾아와 처음에는 집회에 무슨 구호를 사용할 지에 대해 물었다”면서 “선관위가 노조의 집회를 사전에 검열하려는 것 같아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당시 전북본부를 방문한 전북선관위 관계자는 “전북본부에서 토요일에 행사를 여는 것 같아 선거법 안내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라면서 “중앙선관위에서 비슷한 사안으로 답변한 것이 있어 참고하라고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과 관련하여 “해당 노조가 과거에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 입법 추진 대해 (노동개악법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찬성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면서 “특정 정당을 표방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황에서 반노동자 정당이 어느 정당을 지칭하는지 유추할 수 있어서 유권해석을 그렇게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본부의 활동에 대한) 사전 검열의 의도는 아니며 미리 예견되는 위반 행위에 대해서 예방 차원에서 안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24일 논평을 통해 “선관위의 해석에 따르면 선거 기간 중 각 정당의 정책에 관해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다”면서 “이는 노동자·시민은 어떠한 의사표현도 하지 말고 오로지 투표만 해야 한다고 겁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가 집회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이를 국가가 검열·통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오는 26일 열리는 집회에서 전북도민들에게 반노동자적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세력을 심판하자고 예정대로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오윤식 변호사는 “한 단체가 벌인 기존의 행위 등을 살펴보니까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태도는 선거 국면에서 국민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반 노동자 정당, 이 정도의 표현까지 못하면 어떻게 선거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자기의 표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90조 등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이라면서 “이를 근거로 하는 선관위의 태도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국민들과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자기 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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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