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심판한 TK민심, 진보정당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유권자, 정당득표에서 진보정당 아닌 국민의당 선택

20대 총선에서 대구경북 민심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을 표심으로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당선시켰고, 무소속 당선자도 3명이나 나왔다. 또, 새누리당은 대구, 경북에서 각각 정당득표 53.06%, 58.11%를 얻는데 그쳤다. 이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득표율(대구66.48%, 경북69.02%)보다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그 선택지가 진보정당은 아니었다. 이렇게 빠진 표는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국민의당은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명의 지역구 후보만 냈다. 하지만 정당득표는 대구 17.42%, 경북 14.81%를 얻어 새누리당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섰다. 진보정당(정의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후보들은 여당 후보와 1대1 구도에서는 30%대 내외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정당 비례 득표는 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대구경북 진보정당·진보 무소속 후보 선전…그러나

여당과 1대1 구도가 형성된 곳에서 진보 후보들은 선전했다. 후보가 나온 지역은 평균보다 높은 정당득표를 얻었다. 하지만 후보 득표율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랐다.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불만은 표출했지만, 이 불만이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갑에 출마한 녹색당 변홍철 후보는 30.11%를 득표해 64.41%를 득표한 새누리당 곽대훈 당선자에 만만찮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중앙선관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아 달서갑 지역을 한정한 정당득표율은 알 수 없지만, 녹색당은 달서구에서 득표율 1.2%를 기록했다. 대구 전체 정당득표율 0.83%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 녹색당의 대구 정당득표율(0.54%)과 달서구 정당득표율(0.51%)을 봤을 때는 늘어났다. 변 후보가 대구시민들이 녹색당을 선택하는데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녹색당은 대구에서 서울(1.13%)과 제주(1.03%) 다음으로 높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경북 구미시갑에서 새누리당 백승주 당선자(61.91%)와 대결한 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는 38.08%를 득표했다. 구미시(갑/을 포함)에서 민중연합당은 정당득표 1.43%를 기록해, 경북에서 얻은 정당 득표 0.56%보다 높은 1.43%를 기록했다. 하지만 38%라는 후보 득표율과 비교하면 36% 이상의 유권자가 다른 정당을 선택했다.

정의당 배윤주 후보는 30.37%를 득표해 ‘원조 친박’ 최경환 당선자(69.62%)와 경산에서 맞붙어 패배했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배윤주 후보가 출마한 경산에서 정의당은 8.98%를 득표해, 경북 평균(5.2%)보다 3% 이상 높았다.

여당과 1대1이 아닌 곳에서 진보 후보들은 구도 형성에 애를 먹었다.

대구 달서구병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내걸고 출마한 무소속 조석원 후보는 23.98%를 득표했다. 66.24%를 득표한 새누리당 조원진 당선자에는 졌으나, 9.76%에 그친 친반통일당 김부기 후보에게는 앞섰다.

대구 북구을에 2번째 출마한 정의당 조명래 후보는 8.13%를 득표해 19대 총선 득표율(24.16%)에 못 미쳤다. 더불어민주당 컷오프 이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당선자(52.33%) 대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39.04%)로 구도가 형성된 데 따른 결과다. 정의당은 북구(갑, 을 포함)에서 정당득표 7.31%를 얻었다.

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민중연합당 황순규 후보는 6.29%를 득표해 3위로 낙선했다. 새누리당 정종섭 당선자(49.06%)와 무소속 류성걸 후보(43.17%)의 친박 대 비박이라는 구도가 형성되자 야권 지지자 결집이 어려워진 탓이다. 동구(갑, 을 포함)에서 민중연합당은 정당득표 0.46%를 기록했다. 대구 전체 정당득표 0.29%보다는 높았지만, 1%를 넘기지는 못했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노동당 최창진 후보는 4.18%를 득표해 5명 중 4위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곽상도 후보가 60.67%를 득표해 당선됐고, 더불어민주당 김동열 후보가 22.51%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다. 노동당은 중구와 남구에서 각각 0.95%, 0.89%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구 전체 노동당 득표율(0.43%)보다는 높았지만, 후보에 대한 투표가 정당 투표로 완전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동당의 전신인 진보신당의 19대 총선 대구 정당득표율(0.9%)보다 낮았고, 중구에서는 1.01%를 기록한 녹색당에 밀렸다.

민주노총 전략후보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한 무소속 조정훈 후보는 5.76%를 득표해 4명 중 4위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추경호 후보가 48.07%로 당선됐고, 무소속 구성재(31.44%), 더불어민주당 조기석(14.71%) 후보가 뒤를 이었다. 조정훈 후보 득표율 5.76%는 달성군 진보정당 정당득표율보다 낮다. 달성군에서 정의당(5.71%), 노동당(0.7%), 녹색당(0.69%), 민중연합당(0.47%)를 더하면 7.57%가 나온다. 단순합산에는 무리가 있지만, 진보적 성향 유권자들도 조정훈 후보가 아닌 비새누리당 후보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북 포항시북구에 출마한 정의당 박창호 후보는 5.04%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김정재(43.39%) 당선자와 무소속 박승호(38.84%) 후보 대결 구도와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후보(12.71%)까지 나서면서 4명 중 4위에 그쳤다. 정의당은 포항시북구에서 정당득표 6.92%를 얻어 후보자 지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의당에 득표했지만, 지역구 후보 선택은 당선가능성 있는 후보 쪽으로 밀어주자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경북 포항시남구울릉에 출마한 민중연합당 박승억 후보는 15.07%를 얻어 새누리당 박명재 당선자(71.31%)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박 후보는 무소속 임영숙 후보(13.06%)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포항시남구와 울릉에서 민중연합당은 각각 정당득표 0.99%와 0.3%를 기록해 경북 전체 0.56%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경북 경주시에 무소속 출마한 권영국 후보는 15.9%를 득표했다. 새누리당 김석기 당선자(44.97%)와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정종복 후보(30.66%)의 싸움 속에서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얻었다. 게다가 유일하게 진보와 더불어민주당 동시출마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앞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덕 후보는 8.46%를 득표했다) 권 후보의 득표율은 경주에서 정의당(6.08%), 노동당(0.87%), 녹색당(0.55%), 민중연합당(0.54%)의 정당득표율을 모두 더한 것보다 높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 돌아섰지만…
유권자 진보정당 아닌 국민의당 선택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진보정당들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공동위원장은 “일여다야라는 구도 속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가져가지 못한 점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이어 장태수 위원장은 “정의당과 후보에 대한 득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는 선거제도에 아쉬움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면서도 “정의당이 시민들 마음을 얻기 위한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고 반성적 평가를 했다.

정인학 민중연합당 경북도당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3년, 새누리당의 실정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충분히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지방선거도 있고, 대선도 있어 지속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변홍철 녹색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대구시민들의 민심이 드러났지만,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녹색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많지 않았다”며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녹색당이 지역에서 더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총선 결과를 보면 대구경북지역 진보정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진보정당은 후보자가 출마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대구 12개 선거구 가운데 진보정당은 각각 1명씩 총 4명의 후보를 냈다. 또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석원, 조정훈 후보까지 포함하면 지역구 절반에 진보성향 후보가 나섰다. 경북은 13개 선거구 가운데 정의당과 민중연합당이 각각 2명씩 후보를 냈다. 여기에 무소속 권영국 후보를 더하면 5곳에 출마했다.

이들은 모두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2016총선공동투쟁본부에 함께 했다. 그러나 정책 공조 이외에는 함께 선거를 치른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후보가 출마한 지역에 전당의 실력을 집중하기에도 빠듯했다. 그런 측면에서 경주 권영국 후보 선거는 많은 고민거리를 남겼다. 경주는 정의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노동당 그리고 당적이 없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까지 힘을 모아 선거운동본부를 구성했다. 그 결과 진보정당 정당득표 총합보다 높은 득표를 얻었다.

또, 대구경북지역만의 문제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도 남겼다. 대구와 경북 지역구에 1명씩 지역구 후보를 내는데 그친 국민의당에 대한 정당득표율이다. 경북 안동시에 출마한 국민의당 박인우 후보는 15.29%를 득표해 3명 중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안동에서 국민의당은 18.48%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 최석민 후보는 9.26%를 득표해 4명 중 4위에 그쳤다. 하지만 북구에서 국민의당은 18.06%를 득표했다. 후보자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도와 무관한 지지를 받았다. 이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새로운 집권가능세력으로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동당 등원 이후 거대양당에서 제3의 목소리를 내던 진보정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