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4년, 학생 절반은 매 맞고 다녀

[기고] 학교에서 체벌 경험 43.8%...교사로부터 폭언 46.4%

서울 관악구의 청소년단체인 ‘관악 청소년연대 여유’에서는 작년 하반기에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를 바탕으로 <2015 관악 중고등학교 학생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관악 청소년연대 여유는 관악구의 중고등학교 총 34개 학교 앞을 하교 시간에 방문하여 총 1499명의 학생으로부터 설문을 받았으며, 각자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관악구 중고등학생 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조사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체벌과 폭언 ▲두발·복장·용의규제 ▲강제학습 시행 여부 ▲소지품 검사 및 압수 ▲성적을 근거로 한 차별

본 조사에 따르면, 관악지역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 중 43.8%는 직접체벌(손이나 도구로 신체에 고통을 주는 체벌)을 경험했으며, 43.5%는 간접체벌(특정 자세나 행동을 오래 하게끔 강요하여 신체에 고통을 주는 체벌)을 경험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체벌이 금지되었으나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체벌을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요새 학교에선 때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통념과는 매우 다른 결과이다. 심층면접조사에서 체벌과 관련하여 질문하였을 때도 피면접자 대부분이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 볼을 잡아당기는 것부터 시작해, 손바닥을 때리고, 뺨이나 머리, 목덜미를 때리는 경우, 발로 밟는 경우까지 면접조사에서 증언되었다. 한 피면접자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한 교사가 남학생들의 고환을 꼬집는,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체벌을 한다고 증언하였다.

교사로부터 폭언, 욕설 혹은 수치심을 주는 말을 들은 경우도 46.4%에 달했다. 심층면접조사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성희롱을 하는 경우가 증언되었다. 다음은 면접조사의 녹취록 일부이다.

“한 선생님께선 수업하다 본인 심기가 불편하면 갑자기 ‘x발’을 남발한다. 9월 모의고사 끝나고 시험을 잘 못 봤다고 특정 애를 지목해서 ‘너 자살 안 했냐?’라고 했던 적도 있다. 또 다른 반에선 특정 애를 지목해서 시험 성적이 낮다며 면박을 주고 본인 동의 없이 점수를 모두에게 공개했던 일도 있다. 그 학생이 그에 기분이 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싸가지 없다’고 했다.”

또한 77%는 여전히 학교에서 두발규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길이를 규제당하는 경우는 31%, 파마를 규제당하는 경우는 54.9%, 염색을 규제당하는 경우는 72.3%였다.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학생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며, 학교에서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두발을 규제하여선 안 된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 두발자유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현 학교 실태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용의복장규제와 관련하여서 가장 규제를 많이 당한다고 응답된 항목은 ‘색조화장’이었고, ‘교복변형’과 ‘액세서리’ ‘외투’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방한 목적의 외투를 규제당한 경우도 44.2%로 나타났다. 다음은 용의복장규제와 관련한 면접조사 녹취록 일부이다.

“조금만 뭘 발랐다 싶으면 걸린다. 바로 화장실 가서 씻고 오라고 하거나 물티슈를 준다. 본인이 직접 애들 얼굴을 물티슈로 문지르는 쌤들도 있다.”

“2학년 때 형형색색의 파카를 입지 말라고 애들 파카 몇 개를 걷었었다. 애들 이름 적힌 종이를 파카에 스테이플러로 찍어놔서 옷이 손상되었다. 본인의 동의도 없이 그랬다. 이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교장이 빨간 색을 싫어한다는 이유(빨간 색이 학생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로 그런 거였다. 특히 빨간 색 파카를 많이 가져갔다. 다시 돌려는 줬다. 학부모들 항의가 있어서 얼마 후 폐지했으나 빨간 색은 얼마간 계속 잡았다.“

강제학습과 관련하여서는 23%의 응답자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방과후 수업 등 정규교과 외의 학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10.9%는 정규교과 외의 학습을 ‘강제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12.1%는 ‘동의서를 받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학생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문화를 조성하고 형식적으로 동의서를 받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강제학습의 경우 강제되고 있다는 응답이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에서 더 높았다.

27.4%는 학생의 동의 없는 소지품 검사를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소지품을 압수당한 경우도 50.4%에 달했다.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소지품검사는 주로 교사의 의심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데, 금지된 특정 물품을 누군가 소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해당 학생을 특정할 수 없을 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검사가 실시되기도 한다. 소지품 압수 문제는 용의복장규제와 관련이 있는데, 색조화장을 규제하는 학교에서 화장한 학생에게 화장품을 압수하는 식이다. 소지품 압수의 권한은 법적으로 교사에게 없지만, 학생들은 ‘내 놓으라’는 교사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압수한 물품은 동의 없이 폐기처분되거나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소지품 압수와 관련한 면접조사 녹취록 일부이다.

“팔찌, 귀걸이 이런 건 절대 안 된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투명귀걸이 했다가 뺏겼다. 걸리면 바로 뺏기는데 절대 안 돌려준다. 화장품이랑 장신구는 100% 못 돌려받는다. 고데기 같은 경우엔 내가 저번에 책상서랍에 넣어놨는데 선생님이 보고 그냥 꺼내갔던 적이 있었다. 완전 억울하다. 쓰다가 뺏긴것도 아니고. 그 뺏긴 고데기는 졸업할 때 돌려준다고 해서 지금 1년째 못 받고 있다.”

22.1%의 응답자는 학교에서 ‘성적’에 따른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항목의 경우 차별의 내용을 주관식으로 받았는데, 가장 많이 드러난 것은 성적이 높은 학생에 대한 일상적인 우대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대한 폭력적인 언행이었다. “수업 시작할 때 선생님께서 수업진도를 물어보실 때 내가 여기까지 나갔다고 말할 때는 듣지 않는다”거나 “성적을 근거로 한 모욕”을 줬다던가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면접조사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공부 잘 하는 애들한테 나중에 자소서 쓸 때 편하라고 모범상 몰아주고 그런 게 있다. 2학년 때, 1년 내내 봉사 완전 열심히 하던 애가 있었는데 걔한테 봉사상을 준 게 아니라 공부 잘 하는 다른 애한테 줬던 일이 있었다.”

“고 3땐 공부 잘하는 애들만 (담임과)상담을 주로 하고 잘하지 못하는 애들은 그냥 방치된다. 담임과 이야기할 기회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애들 사이에서도 우리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애들만 챙겨준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법적으로 체벌이 금지되고,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관악지역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유의미한 빈도로 경험하고 있었다. 인권침해에 대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도 교육청에서는 학교장 등에게만 사실 확인을 하고 직접 학교 현장을 찾아 실태를 파악하거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드물다. ‘요새 학교 좋아졌다’ ‘학생인권이 교권을 침해한다’는 말이 통념처럼 떠도는 오늘날, 학생들이 경험하는 실제 삶은 전혀 다른 증언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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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 체벌 ,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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