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입구역 ‘야간 폐쇄’ 시작, 홈리스들 역사 밖으로 내쫓겨

홈리스행동, 서울시에 임시주거지원 등 지원대책 촉구

을지로입구역 지하통로가 야간 폐쇄됨에 따라 그곳에 머물던 거리 홈리스들이 강제로 내쫓기고 있다. 이에 대해 홈리스를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을지로입구역 측은 지난 ‘4월 16일 새벽 1시’를 기점으로 외부로 나가는 4개의 통로 입구에 설치된 차단문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그곳에 머물던 홈리스 60여 명은 역사 밖으로 강제 퇴거당했다.

을지로입구역 측은 지상 횡단보도 설치(2010년 8월 18일)로 지하통로가 보행통로 기능을 상실하면서, 시설물 안전 보호를 위해 내부 차단문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역사는 서울시와 경찰청의 승인을 받아 올해 2월 차단문을 완공했다. 그러나 3월 15일까지 ‘겨울철 노숙인 보호 대책 기간’인 점을 고려해 차단문 운영 기간을 4월 중순으로 미뤘다.

역사는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홈리스에 대한 각종 민원으로 그간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을지로입구역 측은 “인근에 롯데면세점, 명동 등이 있어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한다”면서 “(홈리스가 있는 것에 대해) ‘국격이 떨어진다, 왜 역사에서 관리를 안 하느냐’는 민원이 서울시에 많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을지로입구역 측은 강제퇴거 시행 전, 역사 내에 머물던 홈리스에게 시설 입소 등 대책 강구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홈리스행동은 27일 성명에서 “폐쇄 당일 현장에 있던 홈리스 가운데 상당수는 폐쇄조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최근 어떠한 상담이나 지원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공공역사와 지하통로는 주거를 상실한 수많은 거리홈리스가 생존을 위해 찾게 되는 대표적 공간이다. 공공장소라는 특성상 많은 이들이 이용하기에 쉽게 범죄에 노출된 홈리스에겐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 놓인 홈리스에겐 적시 개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홈리스행동은 퇴거조치를 수행한 주체가 지하철 보안관을 비롯한 역 관계자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홈리스행동은 “이들은 하나같이 거리홈리스를 역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행정상의 임무에만 충실한 공무수행자였을 뿐, 그러한 공무 수행이 초래할 문제들 및 그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이러한 현장 분위기 속에서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 거리홈리스는 대체 누구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실제 을지로입구역 측은 “지원 대책은 서울메트로가 세우는 게 아니다. 시설안전물에 대한 안전과 홈리스로부터 발생하는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라면서 “지원대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서울시에서 노력할 부분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역사와 지하통로에서 ‘제도적으로’ 홈리스를 내쫓는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현재도 서울역(1호선) 지하통로에서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지하철 보안관이 홈리스를 강제로 내쫓고 있다. 홈리스행동은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공공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강제퇴거 조치들이 거리홈리스들을 공공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간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곧 거리홈리스를 복지지원이 미치지 않는 더 깊은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홈리스행동은 서울시에 임시주거지원 등 공공역사에서 내쫓기는 홈리스에 대한 지원대책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 경찰, 관할 구청 등에도 위기상황에 처한 거리 홈리스에게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 연계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서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퇴거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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