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주년 노동절 대회 “경제위기 부른 재벌이 먼저 책임져라”

전국 노동자 5만여 명 모여 노동개악 폐기, 노동부 장관 퇴진 등 요구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국 5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경제위기를 부른 정부와 재벌에 투쟁을 선포했다. 이날 모인 노동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정부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민의를 확인했다며 노동개악 폐기를 주장했다. 불법적으로 양대지침을 도입한 노동부 장관 역시 사퇴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노동절 집회 참가자들이 구회를 외치고 있다 /정운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은 126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수도권 대회는 2만여 명(경찰 추산 7,000명)이 결집해 대학로를 가득 메웠다. 금속, 건설, 공공부문 등 산별 단위 노동자들이 모였고, 농민, 빈민, 장애인, 학생도 함께했다. 전국 15개 광역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5만여 명이 모여 △ 노동개악 폐기-노동부 장관 퇴진 △ 경제위기 재벌 책임 전면화 △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 주 35시간 노동시간 단축-일자리 만들기 △ 비정규직(특수고용, 간접고용), 공무원 교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다섯 가지 요구안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수석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개악은 이미 총선 결과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폐기선고를 받았다”며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강행과 민간부문 단체협약-취업규칙 개악 등, 노동개악 현장 관철을 위한 정부의 일방통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직무대행은 “정리해고-구조조정은 경제위기를 불러온 정부와 자본엔 면죄부를 주고,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가 그 책임을 모두 지라는 것과 같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칼춤이 아닌 주 35시간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나누기 제조업강화특별법 제정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친화 정책”이라며 “서민이 배고플 동안 75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온 재벌의 책임을 묻고, 미어터지도록 가득 찬 재벌 곳간을 당장 활짝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진 중 정몽구 가면을 쓴 집회 참가자 /정운 기자

한광호 열사의 죽음 이후 투쟁을 시작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의 윤영호 지회장도 무대에 올라 2011년부터 시작된 유성노조 탄압 과정을 설명했다. 윤 지회장은 “3개월에 걸친 농성은 400명에 달하는 용역 깡패들이 일상적으로 폭력 행사하고 이와 맞서 싸우는 과정이었다. 경찰은 없는 법마저 만들어 고소 고발을 종용했고, 출입문 막고 공장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술회했다. 현장으로 겨우 복귀해선 더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지회장은 “손해배상을 통해 현장 노동자를 협박하고 겁박했다. 고소 고발이 전체 조합원들의 몇 배가 넘는 천 건이 넘는다. 벌금 액수만 해도 저희가 감당 못 한다”며 “숱한 차별, 고소 고발, 징계 겁박, 경고장 남발 속에서 60%가 넘는 조합원들이 우울증에 노출되고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 삼척과 서울을 오가며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도 투쟁 발언에 나섰다.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김경래 수석부지부장은 “노동부로부터 입사와 동시에 정규직이라고 노동부로부터 판정받았는데 해고됐다”며 “노조 했다고 해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열심히 하면 정규직 되고 잘 살 줄 알았는데 평등을 가로채는 무리가 있었다”며 “자본과 정권을 가만둬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 전략 후보로 당선된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김종대, 추혜선, 이정미 당선인들과 무대에 올라와 구조조정 바람을 언급했다. 노 당선인은 “조선업종 위기로 촉발된 구조조정 바람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어버이연합 뒷돈이나 대는 썩어빠진 전경련이 아니라 민주노총과 대화해 경제난국을 풀어갈 지혜를 모아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정의당은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 권익을 지키고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김영호 전국농민회 의장은 “반농민, 반노동 세력에 철퇴를 놓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노동자 대표를 감옥에 가두고 노동개악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목을 죄고 있다. 이것도 부족해 청와대와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을 이용해서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음해함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 하락 역시 (정부는) 마구잡이 수입을 원인으로 꼽지 않고 농민들이 농사를 많이 지어 가격이 폭락했다고 주장한다”며 “이치가 뒤집힌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발언 중인 단원고 고 임세희 양의 아버지 임종호씨 /정운 기자

세월호 유가족 발언도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 씨는 “정치권이 여야 반쪽짜리 특별법마저 시행령으로 가로막았고, 활동 기간도 농간 부리면서 규제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임 씨는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못 한 특별법을 마무리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특검 역시 시행하라”며 “세금 운운하면서 딴소리하고 있지만 구미에 있는 동상 세운 돈은 어디서 나왔냐”며 따졌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무원 성과퇴출제가 한국 사회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액셀러레이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받으면 정부가 4,1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우린 그 더러운 돈 안 받겠다고 서면으로 결의했다. 정부는 그 돈으로 1만 5,000개 청년 일자리를 만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기관에 시간제 일자리만 줄이면 5,000개 좋은 일자리가 나오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안전인력 확충하면 수십만 개, 백만 개 일자리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사회도 연대 목소리를 보탰다. 민영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노동자도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연대할 것임을 밝혔다.

  상징의식 중인 노동절 집회 참가자들 /정운 기자

오후 5시경, 본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종로와 광교를 거쳐 청계천에 이르는 3.5km 구간을 행진했다. 행진 선두 대오는 노조 가입 운동을 상징하는 빨간 우산 300개를 들고 행진에 나섰다. 행진이 끝나면 청계 광장에서 마무리 집회 후 민주노총 임원 및 가맹산하조직 대표자들은 시청광장으로 이동해 한광호 열사 분향소를 들러 헌화할 예정이다.

  카트를 끌고 행진하는 마트 노동자들 /정운 기자

  노조를 결성한 '슈퍼 히어로'들 /정운 기자

  유성기업지회 한광호열사 추모분향소로 향하는 민주노총 간부들과 유성지회 조합원들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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