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퀴어’가 삽니다...퀴어축제 5만 최대 인파

17회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서 열려...서울 도심 퍼레이드 행진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사진/ 정운 기자]

올해도 퀴어문화축제는 서울 한복판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5만여 인파는 도심을 행진하며 이번 축제의 메인 슬로건인 “퀴어 아이 엠(Queer I Am)”을 외쳤다. “퀴어 아이 엠”은 성소수자들이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다.

11일 오후 2시부터 열린 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개막 행사와 축하공연 무대가 이어졌다. 4시 30분부터는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7대의 퍼레이드 차량을 필두로 5만 여 참가자들이 을지로와 명동일대를 지나는 대규모 행진 진행했다. 5만여 명에 달하는 참가 인원은 역대 퀴어 퍼레이드 사상 최대 인원이며 2.9 km에 이르는 퍼레이드 구간 역시 역대 최장이다.

  서울도심 퀴어퍼레이드 [사진/ 정운 기자]

  서울 도심 퀴어퍼레이드 [사진/ 정운 기자]

퍼레이드 선두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퍼레이드 차량이 이끌었다. 이어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각국 대사관과 외국인 단체, 시민사회운동단체의 차량이 뒤를 따랐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이색적인 분장을 하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퀴어문화축제의 위상은 해를 거듭하며 안정을 찾고 있다. 기독교 단체를 비롯한 보수단체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성적수치심을 유발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맞불집회를 진행하는 등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 왔지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혐오를 멈춰라' 피켓을 들고 행진한 한 참가자 [사진/ 정운 기자]

특히 한 보수단체 회원이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공연 음란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해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공권력의 태도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보수단체 회원 김 씨가 “지난해 축제 참가자들이 옷을 벗고 음란 행동을 하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보였다”며 퀴어문화축제의 음란행위를 막아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김 씨의 피보전권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지난 해 경찰이 행진 신고를 받지 않고 밤샘 줄서기를 시킨 상황과 대조된다.

부스행사 역시 지난 해에 비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16회 퀴어문화축제에선 모두 80여 개의 부스가 운영됐지만 올해는 20여 곳이 늘어 모두 104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작년에 이어 미국과 호주 프랑스 등 14개국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축제 부스 행사에 참석했다. EU 대표부도 퀴어문화축제에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동성애 혐오를 주요 정책으로 내건 정당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선거방송이란 명목으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퍼져나가고 있다”면서 “혐오세력의 준동이 사회의 변화, 다양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민주사회를 변질시키도록 놓아둘 수 없기에 더욱 목소리를 높여 성소수자가 존재함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퀴어퍼레이드 중 경찰에 막혀있는 동성애 혐오세력 [사진/ 정운 기자]

한편 퀴어문화축제와 동성애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맞은 편 대한문 앞에서는 1만 5천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이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 국민대회에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도 참석했다. 축제 현장 곳곳에서 동성애는 질병이라고 외치거나 “동성애를 하면 지옥에 간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들렸다. 퍼레이드 중에도 곳곳에 동성애 혐오 피켓을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등장했다.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이들에게 환호로 답하는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보수단체 회원들과 퍼레이드 참가자들 사이의 충돌이 예상됐지만 참가자들은 충돌 대신 보수단체 회원에게 환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응대했다.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6시께 퍼레이드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7시까지 축하무대 공연을 관람하고 서울광장에서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이어 장소를 옮겨 공식 프라이빗 파티를 연다. 16일부터는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퀴어 영화제를 열고 19일에 17회 퀴어문화축제의 모든 일정을 종료한다.

  예수의 모습으로 퀴어문화축제에 나온 한 참가자 [사진/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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