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비를 맞고 싶어 해고의 길 선택했다

[인터뷰] 직권면직 중 올해 8월 정년 맞는 김재석 대외협력부위원장

전교조 전임자들이 학교로 복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4명이 직권면직을 당했다. 그 가운데 올해 8월이 정년인 김재석 대외협력부위원장을 만나 이런 저런 소회를 들어보았다.

우선 직권면직 상태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소감을 묻자, 김부위원장은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가장 어려운 때 함께 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단다. 신영복 선생의 말씀처럼 ‘함께 맞는 비’에 동참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까지 말한다. “전쟁하는 사람은 싸움터에서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처럼 전교조가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는 이때, 전임을 하고 있던 나에게 교직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사진/ 남영주

해고의 길 각오하는 전임자들 두고 혼자 복귀할 수는 없었다.

그도 직권면직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1.21 고등법원의 법외노조 판결 이후 정년 6개월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들 학교로 복귀해서, 아이들 가운데서 퇴임할 것을 권유했고 김부위원장도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단다. 특히 정년 6개월을 남겨 놓고 해고의 길을 택하는 것이 혹시 전교조가 나이든 사람까지 해고로 내모는 모진 조직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스러웠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정년이 10년, 20년 넘게 남은 많은 전임자들이 쉽지 않은 해고의 길을 각오하는 것을 보면서 혼자서 슬그머니 학교로 복귀할 수는 없었던 것이 그가 남은 이유이다.

교육운동가들의 삶이 그렇듯이, 그의 삶 또한 평탄하지 않았다. 평생을 독립운동하듯 왜 ‘교육운동가’로 살았나? 좀 수월하게 인생을 살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되는 등 독재에 대한 저항과 사회 민주화 투쟁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 전교조 활동하면서 학창시절 가졌던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교육운동을 할 수 있었다”며 “일관성 있게 외길 인생을 영위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생한 보람과 성과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교육민주화, 참교육운동을 하면서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특히 ‘서울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아 학교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바꾸어낸 일과, ‘학생인권조례제정 서울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일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정년을 맞이하면서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젊었을 때 너무 의욕이 넘쳐 설익은 생각을 주입하고 설득하려 하지 않았나 그런 반성을 하게 된다”고 회고했다. 좋은 것을 주려 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그리고 나이 들어선 전임과 해직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교단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아이들 앞에서 성찰할 시간을 별로 갖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 앞에 선다면 “난 너희 선배들에게 미안한 일을 많이 했단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라며, “중년이 다 되었을 옛날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는 87년도 중 3 담임 때,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 학생이 가정형편상 수술을 못하고 있어, 그가 나서서 여러 사람들 도움을 받아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후 99년도에 그 제자를 만났는데,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큰 보람을 느꼈단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 했더니, “나는 전교조 결성 때부터 해마다 쉼 없이 역할을 맡아, 어떤 의미에서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그러다 보니 “성찰의 시간과 재충전의 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후배들은 꼭 성찰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바라고, 전교조도 활동가들에게 그런 시간을 꼭 보장해 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교원 노조법 개정 등 여러 개혁 입법이 20대 국회에서 속히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솔직히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여소야대 국회가 조금 도움 되고 정권이 바뀌면 전교조 합법화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교육주체들과 국민들이 깨어있는 힘을 키우고 그걸 바탕으로 정치사회적 변화가 일어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개혁입법 가운데서도 공교육 개편의 핵심인 특권학교 폐지나 대학공공성 강화 관련 법안들은 국민들의 강한 힘이 실려야 한 걸음이라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정년 이후 계획에 대해 묻자,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투쟁에 함께 해야지요. 퇴직 조합원 모임도 있고 교육단체들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난 8년 동안 해온 교육혁명 대장정 등 공교육 개편운동은 당분간 계속 참여하고 싶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지만 우리 참교육의 핵심 알맹이이고 사회 재편의 기본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9월이면 전교조 본부에 출근하는 일은 없겠지만, 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하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는 영락없는 ‘교육운동가’라는 생각에 저절로 존경심이 일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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