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좌절된 '송국현-오지석법', 20대 국회에선 어떻게?

활동보조인 노동조건 개선 조항 포함 필요해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활동지원법)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이지만, 제한된 급여량, 신청 대상 제한, 열악한 활동보조인 급여 등으로 여러 문제를 노출해왔다. 특히 2014년 故송국현, 故오지석 씨 사건 이후에는 이런 고질적인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장애계 내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고 송국현 씨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이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4월 13일 집에서 갑자기 일어난 화재를 피하지 못해 4월 17일 사망했다. 고 오지석 씨도 같은 해 4월 16일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로 중태에 빠져, 6월 1일 사망했다.

이에 2014년 11월 김용익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계의 요구를 받아 안아 활동지원법 개정안, 일명 '송국현-오지석법'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법안에는 장애 등급에 상관없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급여량도 대폭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으나, 국회 내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자협 등이 활동지원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었다. [출처: 비마이너]

19대 국회에서 좌절된 '송국현-오지석법'이 20대 국회에서 다시 출발선에 설 예정이다. 이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등은 올바른 활동지원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었다.

19대 국회서 폐기된 ‘송국현-오지석법’, 오는 9월 20대 국회서 다시 발의 예정

현행 활동지원법은 신청 자격에 장애 1급에서 3급까지 등급 제한, 만 65세 미만 연령 제한을 두고 있어 장애인 중 상당수가 대상자에서 배제된다. 인정조사 과정도 장애인들의 사회적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시각, 발달장애인 등 특정 장애인에게 불합리하다는 장애계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들은 지역사회 생활을 하는 데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며, 많게는 20만 원 이상 부과되는 본인부담금은 가난한 장애인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를 대행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인들이 고용 불안정과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도 이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에 대응해 장애계와 김용익 전 의원이 발의했던 송국현-오지석법은 신청 대상을 전체 등록장애인으로 확대했다. 연령 제한도 완화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활동지원 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신청하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 또한 신청자의 인정조사 점수를 시간으로 환산해 하루 최대 24시간(기본급여 월 최대 470시간, 추가급여 월 최대 250시간)까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활동지원서비스에 부과되는 본인부담금 상한액(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월 소득액의 5%)을 기본급여뿐 아니라 추가급여에도 확대해 본인부담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본인부담금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에 부양의무자의 소득까지 포함하는 기존 조항은 삭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개정안에 줄곧 반대 의견을 보였고, 19대 국회도 회기가 끝날 때까지 법안 통과를 위한 논의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이와 별개로 장애계 내부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활동보조인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자협 등은 오는 9월 야당과 함께 20대 국회에 송국현-오지석법을 보완한 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 활동보조인 노동 조건 개선, 인정조사 방식 개선 등 포함돼야

이날 토론회는 19대 국회 당시 송국현 법이 담지 못했던 내용을 장애인계와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보완 내용의 핵심은 활동보조인의 노동 조건 개선이다.

고미숙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먼저 개정안에 활동지원 수가를 매년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인상률과 연동해 인상하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고 사무국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지원서비스를 활동지원 중개기관 등 민간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도록 법과 제도를 바꿀 것을 주문했다. 고 사무국장은 “근로기준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활동지원 중개기관과 최저임금도 못 받는 활동보조인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려면 국가에 활동지원서비스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길뿐”이라며 “현재 바우처 제도처럼 국고보조금을 시장에 풀고 (활동보조인을) 감시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적 전달체계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도 정부의 사용자성을 명시하고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의 고용 안정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활동보조인 식비와 이동시간 임금을 지급하고 활동보조인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 적용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자협 등이 제시한 또 다른 목표는 활동지원 인정조사 방식의 개선이다. 장애계는 지속해서 활동지원 인정조사 항목이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의학적인 기준으로 설계됐다고 지적해왔다. 또한 지난 5월 서울 강서구에서 인정조사로 161명의 활동지원 등급이 하락하고 이 중 상당수가 시각, 발달장애 등 특정 장애에 쏠리는 등 인정조사가 특정 장애 유형의 활동지원 서비스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도 드러났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연구원은 “인정조사표의 조사항목, 판정기준을 보면 구체적 내용은 활동지원이 아닌 신변처리와 요양, 보호에 치중됐다”라며 “제도의 명칭에 타당한 제도 내용이 되도록 인정조사표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시각장애인 관련 문항이 옷 벗고 입기, 식사하기에 그치는 등 특정 장애 유형을 포괄하지 못하는 인정조사 내용도 장애 유형별, 활동별로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대상자 정의, 법률의 성격 다시 정의하자는 주장도 제기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활동지원법의 대상자 정의와 서비스 목적을 재정의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활동지원법 2조의 장애인의 정의를 장애인복지법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를 정의하면서 활동지원법에서도 장애인을 의학적 기준인 장애등급으로 판단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변호사는 활동지원법에서 장애인을 사회적 관점에서 별도로 정의하거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아래 장차법)의 장애인 정의를 따를 것을 주문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활동지원법의 장애인 정의의 협소함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예컨대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극심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일상생활,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음에도 장애인 활동지원을 받지 못한다”라며 “이는 장애 등급으로 구분하는 문제를 넘어 (법 적용 대상이 되는) 장애 유형을 제한하는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교수는 장차법의 장애인 정의를 따르는 점에 대해서는 “장애를 기능적 제한으로 접근하고 있고 환경적 차원은 그다지 고려되지 않는다”라며 이러한 정의로는 “추가급여의 제공 여부를 심사할 때 출산, 독거, 취업, 취학 여부만을 고려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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