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에 때 아닌 국가보안법 적용 논란

보안수사대, 사회과학 서적 107권, 철도노조 대의원대회 자료 등 압수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모아 전자도서관 방식으로 운영한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의 집을 경찰이 이적표현물 소지 등으로 압수수색해 논란이다.

지난 7월 28일 오전 6시께 서울경찰청 보안수사4대 보안수사팀 경찰 9명은 서울 강서구 이 대표의 집에 들이닥쳤다. 보안수사대는 500여 페이지의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도서 107권과 철도노조 회의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스마트폰 SD카드 자료 등을 압수했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보안수사대 분실에서 네 차례 조사를 받았다.

<노동자의 책>은 홈페이지(www.laborsbook.org)에 3000여 권의 절판된 사회과학 서적과 각종 사회과학 관련 자료 소개와 PDF 파일 등을 제공하고 있다. <노동자의 책>은 2002년 만들었다. 80년대 다양한 이론적 기반이 됐지만 지금은 절판되거나 구하기 어려운 인문사회과학 책이나 이론을 소개하고, 현실에 닥친 현안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노동자가 자본에 저항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상과 이론 학습, 논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압수한 물품엔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사회과학 서적이 주를 이뤘다. 특히 철도노조 대의원대회 자료나 민주노총이 발간한 자료 등이 있어 9월 27일로 예정된 성과퇴출제 저지 공공부문 노동자 총파업을 국가보안법으로 흠집 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13년 철도노조 민영화반대 파업을 앞두고 공안당국은 ‘철도한길자주노동자회’ 조직 사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진영 대표는 수도권 경인선과 경부선 역무자동장치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철도노동자로 노조 대의원을 맡고 있다. 2006년과 2009년엔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 등으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진영 대표에 따르면 경찰은 이 대표가 2013년 철도파업 때 철도노조 조합원게시판에 올린 “전면파업을 즉시 시행하자” 등의 글을 두고도 이적성을 입증하는 중요 문서라고 했다. <노동자의 책>이 철도노동자를 상대로 주최한 <<자본론>> 학습모임도 사회주의 폭력혁명과 체제전복을 위한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문제 삼았다.

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은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 또 다시 국가보안법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 저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4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진영 대표는 “9월 27일 공공운수노조가 퇴출연봉제 저지를 위한 파업투쟁을 하려는 마당인데 왜 하필 지금 압수수색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꿈틀거리고 튀어 오르려는 노동운동에 국가보안법이란 빨간 덧칠을 해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을 말살하고 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 회장은 “어떤 사회든 사회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창조적인 사상이 진보를 이야기 하고 연구하게 된다”며 “정치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면 사회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이는 개인이 아닌 사회 진보에 대한 탄압이이고 노동 3권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제가 아는 한 전자도서관에 대한 탄압은 처음이며 전자책이 활성화 되면 종이책과는 파급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노동자 민중의 정치경제적 토론과 상상력을 제한하려고 전자책을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무리 막아도 정치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