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부검영장 발부...투쟁본부 “강행 시 사력 다해 막을 것”

"아버지 돌아가시게 한 손에 다시 아버지 닿게 하고 싶지 않아"...경찰, 집행 시간 안 밝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입구에서 긴급 브리핑 중인 백남기투쟁본부, 유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 [사진/ 정운 기자]

종로경찰서는 28일 오후 8시 30분께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고 발표했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밤 10시 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다시 입장을 밝혔다.

이 기자회견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손에 다시 아버지를 닿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투쟁본부도 부검에 반대한다며 "경찰이 부검을 강행할 시 막아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25일 영장을 신청했다 기각당하자 28일 부검이 필요하다는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조건부로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영장 집행 조건으로 ▲장소는 유가족이 원할 시 서울대병원에서 실시 ▲참여는 유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 변호사 1명 동행. 원치 않는 경우 감축 가능 ▲신체 훼손은 필요 최소한도로 진행 ▲부검 과정은 영상으로 촬영 ▲유족들에게 부검 절차와 내용에 대해 충분한 정보 제공 ▲야간 집행 가능, 영장 유효기간은 10월 25일까지 라고 제시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영장 집행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법원 영장 발부에 따라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지키려는 시민과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살인정권 규탄한다!" 피켓을 든 유족들 [사진/ 정운 기자]

앞서 시민들은 오후 7시 백남기 추모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는 약 300명이 참여했고 8시께 끝났다. 집회 종료 후 해산한 시민들은 영장 발부 소식에 다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모이고 있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영장 발부에 조건이 붙었어도 영장 발부 자체가 부검을 인정한 것"이라며 "현재 가족들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경찰의 부검시도에 "명확한 사인 두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당국이 사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8일(제네바 현지 시각)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2015년 경찰의 물대포 사용과 관련해 독립적이고 완전한 조사를 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엔 경찰청이 피감 기관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 이뤄진 경찰의 물포 사용,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진행된 경찰의 부검 시도 등에 대한 질의 응답이 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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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 강제부검 , 백남기 , 백남기대책위 , 백남기투쟁본부 , 백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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