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파업 장기화…3만 명 결집

“무기한 파업 간다”...정부여당에 파업 해결 위한 해법 촉구

  대학로에서 열린 공공 2차 총파업대회 [사진/ 정운 기자]

공공부문 파업이 연휴를 지나고도 이어져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 모인 3만여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는 무기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 여당도 파업을 풀어가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애초 공공운수노조는 새누리당에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답변을 10월 3일까지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국민피해 성과주의 반대!" 가 적힌 수건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4일 오후 3시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대학로에서 2차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열고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중단하고 파업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번 총력투쟁대회엔 전국에서 3만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지난 9월 27일 1차 총력투쟁대회에서 5만 명이 결집한 이후 다시 한 번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다.

파업 2주차를 맞아 가스기술공사지부와 강원랜드노조가 파업에 합류해 10개 노조에서 4만 4천 명이 파업을 이어나갔다. 강원랜드노조는 기관 설립 이후 전 조합원이 최초로 상경 파업에 동참해 큰 환영을 받기도 했다. 홍명수 강원랜드노조위원장은 “강원도 산골에서 강원랜드노조원 2천 800명이 버스 수십 대에 나눠 타고 네 시간 걸려 대학로로 달려왔다”며 “우리가 똘똘 뭉치고 하나 되어 싸울 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형 가스기술공사지부장은 “공공운수노조 비롯한 공공노동자들이 작년과 올해 계획한 대로 한 치 오차 없이 흔들림 없는 투쟁 벌이고 있다”며 “하루속히 노예연봉제 불법 도입을 전면 무효화시키고 이 투쟁에 종지부 찍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중앙공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공공운수노조 파업을 이끌고 있는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사상 최대 총파업으로 시작해 사상 최장의 총파업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불법 성과퇴출제에 대한 강력한 반격의 물결 만들어냈고 성과주의는 국민피해라는 문제 제기를 확실하게 했다”고 지난 1주차 파업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공공총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즉각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가 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이 야당과 함께 국회에서 총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위원장은 파업 장기화에 대한 조합원 의지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이 “불통과 오기로 찬 박근혜 정권을 꺾기 위해 이번 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장기 파업에 돌입한다는 강력한 투쟁을 결의하실 수 있습니까? 국민 피해를 막는 국민 파업 위해 오늘부터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투쟁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모인 조합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함께싸워 함께승리", "성과퇴출제 분쇄", "총파업 투쟁" 깃발 [사진/ 정운 기자]

파업사업장 대표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귀족노조, 강성노조, 이기주의라는 말은 참을 수 있지만 철도노조만 남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1면 머리기사부터 사설까지 통째로 할애해 우리 조합원들을 능멸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학로에 모인 수많은 깃발을 보고도 저성과자로 낙인 찍힐 것이 두려워 (조선일보 기자들이) 기사 한 줄 못 쓰는 것”이라며 이런 것이 바로 저성과자 퇴출제의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박표균 국민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은 불법은 정부가 저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가스공사가 대한민국 최고 로펌 김앤장에 성과연봉제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결과는 우리가 지적한 것과 똑같다. 노조와 합의 안 하면 위법성 소지가 있고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들로부터 민사소송 당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국감에서 나온 사안을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합법”이라며 “우리만 살자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파업사업장 대표자 발언 (국민연금, 철도, 건강보험, 서울대병원 순) [사진/ 정운 기자]

공공운수노조 파업에 첫날부터 참여한 박경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국가가 국민을 해하려고 할 때 공공노동자가 가장 먼저 그 앞에서 경고장 들어야 한다. 우리는 파업으로 그 경고장 보내고 있지 않나”라며 “철도노동자가 철도의 안전을 지키고 연금노동자가 내 노후를 지키는 것처럼 우리 노동이 서로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연대 발언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이사회를 통한 불법 도입이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도입하려는 이 성과연봉제 자체를 저지시켜야 한다. 성과연봉제는 시민 삶을 파괴하고, 공공성이 무너진 자리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과감하게 노사 합의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노정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합원 가족 지지 발언 순서에서 파업 중인 엄마 손을 꼭 잡고 나온 딸 [사진/ 정운 기자]

이날 대회 무대엔 파업에 나선 조합원 가족들이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한 철도노조 조합원의 부인은 “당신과 동료들이 세상을 바로 잡는 데 함께하고 희망의 고리를 함께 만들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그 수고를 기억하면서 희망 품고 살아갈 것이란 생각에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부모님이 서울대병원분회 소속이라는 어린이도 “대통령보다 (파업에 나선) 엄마 아빠 삼촌 이모가 더 훌륭하다”고 말하며 파업 대오를 응원했다.

한편 내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 돌입을 선포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8월, 국토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화물시장 구조 개악안이라 규정하고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발전방안의 핵심은 택배 및 소형화물차의 무한 증차를 허용하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9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상경투쟁과 조합원 총회를 진행하고 만장일치로 총파업 돌입을 결의한 바 있다.

  행진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총파업대회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청계광장 방향으로 행진 중인 공공운수노조 총파업대회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오늘 총파업 총력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대학로에서 청계 광장까지 행진한 후 오후 6시경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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