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민중후보’ 및 ‘선거연합정당’ 등 정치방침 부결

정족수 미달로 유회...올해 사업계획도 확정 못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한상균, 민주노총)이 상정한 정치방침이 좌초됐다. 조기 대선 방침으로 내놓았던 ‘민중단일후보’ 전술과, 내부 이견이 컸던 ‘선거연합정당’ 추진 계획까지 모두 부결됐다. 안건 부결 후에는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 자체가 유회되면서, 올해 투쟁 계획조차 상정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7일 오후 2시, 서울 등촌동 KBS스포츠월드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정치전략안’을 심의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재적인원수 1006명 중 726명이 참석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정치현장특위를 구성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3달간의 논의를 거쳐 정치전략안을 만들었다.

해당 안은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조합원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 추진 △2017년 대선에 대응해 민중단일후보 전술을 채택, 대선 실천단 구성 △2018년 지방자치단체선거 전에 제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선거연합정당 추진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농민-빈민 등 대중조직과 함께 추진 △선거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 추진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했다.


‘선거연합정당’ 건설, 뜨거운 논쟁거리...5개 수정발의안 제출

민주노총 대선, 정치방침을 결정짓는 ‘정치전략안’은 대의원대회 2번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견이 상당한 안건이라 자칫 대회가 유회될 가능성도 있어 회순 변경을 요구하는 수정발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정발의안 찬성률이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48.2%) 회의는 기존 회순대로 진행됐다.

정치전략안 심의과정에서는 예상대로 ‘선거연합정당’ 추진과 관련한 상당한 이견들이 도출됐다. 정치전략안(원안)에 대한 5개의 수정발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정국에서의 정권교체를 주장하며 ‘민중단일후보’ 전술 삭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무려 3시간 이상의 수정발의안 및 원안 찬반 토론 및 표결이 이뤄졌다. 하지만 결국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고, 원안마저 35.1%의 낮은 찬성률로 최종 부결됐다.

가장 먼저 발의된 수정발의안은 ‘선거연합정당’ 및 ‘선거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추진위원회 구성’ 내용을 삭제하는 안이었다. 촛불투쟁의 성과를 보수야당에 상납하지 않기 위한 민중경선에는 동의하지만, 노선과 가치에 기반하지 않는 진보통합정당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수정안은 찬성률 37.5%(227명)으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폐기됐다.

대선 대응 방침인 ‘민중단일후보’ 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노총 독자 대선 대응이 아닌 ‘정권교체’에 힘을 싣자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소속 한 대의원이 이 수정안을 발의하고 “귀중한 우리 표를 흔들어 절체절명의 시기에 정권을 바꾸는 데 역행하면 안 된다”며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정안은 6.8%(40명)의 찬성률에 그쳐 폐기됐다.

민주노총 주도가 아닌, 기존 진보정당들의 합의를 통해 대선에 대응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한 대의원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는’이라는 문구 삭제를 비롯해, 민주노총이 ‘민중후보’ 전술이 아닌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단일화 절차는 각 진보세력의 후보 확정 후 출마조직간 합의로 정하며, 대선기획단을 구성해 단일화 된 후보에 대한 재정, 인력 지원 등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아울러 정치방침과 관련한 토론, 동의가 부족한 만큼, ‘선거연합정당’ 등의 정치방침은 하반기 대의원대회까지 결정을 유보하자는 내용을 수정발의안으로 제출했다. 해당 안 역시 48.9%(300명)의 찬성으로 부결됐다.

올해 안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자는 수정 발의안도 올라왔다. 서비스연맹 소속 모 대의원은 ‘민주노총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추진한다’는 문구와 함께 ‘올해 하반기에 진보정당을 창당한다’는 등의 ‘선거연합정당’을 뛰어넘는 진보정당 건설을 요구했다. 반면 철도노조 소속 한 대의원은 ‘민중단일후보’ 전술과 ‘선거연합정당’ 등의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등 사실상 ‘안건 폐기’와 가까운 수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안건들은 각각 찬성률 6.5%(39명), 40.8%(249명)로 부결됐다.

정치방침 부결되자 대회장 이탈...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 유회

정치전략안 원안 찬반토론 직전, 백석근 민주노총 정치현장특위 위원장은 “(원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무산된다”며 “재적인원수도 확인된 만큼, 만장일치로 정치방침을 확정해 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소속 홍지욱 대의원은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열어야 할 시기에 과거 (민주노동당 분열의) 망령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원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 소속 최병윤 대의원 역시 “이 안을 제안하기 전에 제 정당과 단체 등에 어떤 의견인지를 확인했어야 한다. 나중에 내용을 채우지 못하면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올 것”이라며 원안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결국 원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지만, 찬성률이 35.1%(211명)에 그쳐 원안조차 부결됐다. 사실 정치전략안에 포함된 ‘선거연합정당’은 제 정당 및 의견그룹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민주노총 내 우파진영은 내년 지자체 선거 대응을 위한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주장해 왔고, 반면 좌파진영은 ‘묻지마 통합’은 과거 진보정당 파산을 반복하는 일이라며 반대해 왔다. 결국 정치방침이 부결되자 일부 대의원들이 대회장을 이탈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자체가 유회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민주노총 2017년 사업계획도 안건도 상정돼 있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오는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 및 11월 노동법 전면개정 총파업 및 총력투쟁 계획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서 민주노총은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조만간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대선 방침 및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선거연합정당’ 건은 이견이 컸지만 ‘민중단일후보’를 포함한 대선 대응 방침에는 다수가 동의하는 상황을 감안해, 대선 대응을 중심으로 전술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빠르면 2주안에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며 “대선 대응투쟁계획은 기존 안과는 전혀 다른 안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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