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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각성된 선진노동자들 중 정치조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오를 제외하고, 노동자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해고자들의 정치적 태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면 노동자계급의 선봉적 부위들의 의식과 실천의 단초를 엿볼 수 있을 듯하다. 자본과 정권의 직접 강퇴 공격을 받는 해고자들은 일제강점기에도 처절할 정도의 반일제 반자본투쟁을 전개했다. 8.15이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안고 투쟁의 선봉에서 정치투쟁을 전개함은 물론이고 전평의 피실업해고자투쟁위원회 구성과 투쟁을 통해 고유의 역할도 등한시 하지 않았다. 4.19혁명기의 노동자투쟁, 80년 투쟁과정에서도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자계급의 선봉에서 각성된 의식과 가열찬 투쟁의 양태를 보였다. 87년 노동자대투쟁 과정에서의 역할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등 시대의 교체를 둘러싼 역사적인 투쟁에 해고자들의 역할은 지속되었다.
90년대 초 전해투 결성이후 강력한 대정권 투쟁이 전개되었고, 2003년 정권인수위 투쟁, 2008년 정권교체기 집중투쟁, 2012년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 등 해고자투쟁의 정치적 전술은 규모와 수위의 변화는 있었지만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2013년 철도파업과 민주노총 침탈로 인한 박근혜정권 퇴진 투쟁이 12월 22일 공식 선포되고 개시되었다. 힘겹게 진행되던 박근혜정권퇴진투쟁은 2016년 드디어 인민항쟁화한 1700만 촛불집회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박근혜정권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촛불항쟁의 경우에도 작년 11월 초 전해투 대표자회의를 통해 박근혜정권 타도 투쟁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11월말에 다시 전해투 비상총회의 2차 선언문을 통해 해고자들의 전국적 저항과 박근혜정권 타도투쟁 조직화가 진행되었다. 9월 27일부터 진행됐던 공공총파업, 철도노조 74일 파업, 11월 민주노총 총파업, 촛불투쟁의 가두선동, 2차에 걸친 노동자 사전집회, 정부청사 공동투쟁 농성과 광화문 캠핑촌, 전국 각지의 촛불조직화 등에도 해고자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했다. 해고자들의 선도투와 노동자들의 분노는 촛불항쟁의 처음과 끝까지 동참하며 부족한 면도 많지만 시대적 소명의 제몫을 담당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 적폐청산과 전국해고자의 복직을 통해 정치투쟁의 일정한 승리와 해고자 고유의 투쟁 목적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지 향후 과제가 되었다. 광장의 정치는 제도의 정치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탄핵인용 후 60일 이내로 주어진 대선국면
현재까지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예단하면 대선투쟁 공간에서 독자후보 전술의 구사 및 승리는 요원하다. 다만 진보정당의 후보들과 혹시 출마할지 모르는 무소속 노동자민중후보에 대한 선택적 지지의 문제가 남았다.
5월 9일 새 정부의 임기 개시 후에도 노동자들의 정치적 요구와 법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실천이 절실하다. 광장에서 법제도적 테두리내로 경로를 이전하는 순간 대리주의의 현실을 목도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빈손의 아픔을 반복하게 되지만 현재로선 뾰쪽한 수나 준비가 보이지 않는 점이 딜레마다.
결국 대선국면과 신정부 출범이후의 정치투쟁은 선거참여 이외에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정식화하고 관철을 위해 다양한 광장의 압박과 대응을 통한 정치적 힘의 확보가 관건이겠다. 결국 노동자민중들의 요구 관철수단과 경로는 광장의 정치에 달렸다는 것이다.
지난 적폐정권의 시대에 더욱 악화된 비정규직, 노조파괴, 해고 노동자들의 원상회복문제는 노동문제의 핵심이다. 불법, 탈법 행위를 자행한 자본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고 축재한 자본의 곳간을 활짝 여는 사회적 환원 조치를 통해 일자리와 노동복지의 수준을 상향시켜야 한다. 노동악법 제·개정 등 노동적폐의 제도적 청산문제도 중요하다. 한국의 절박한 노동현실은 노동권의 법제도적 신장 조치는 고사하고 회복이 급선무인 지경이다. 이번에 발가벗겨진 한국사회는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재건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견고하게 형성되었다. 그리하여 노동자대중들도 준비정도와 무관하게 역사적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번 촛불항쟁이 혁명으로 명명된다면 사실상 미완의 혁명이다. 기존의 국가 권력을 탄핵하고 새로운 권력으로 교체해가는 수준이다. 노동자민중이 권력을 쟁취한 것도 아니며 심지어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은 아직 요원한 꿈이라고 하면 너무 자조적인가. 대중의 자연발생성에 상당부분 의존했던 이번 항쟁은 박근혜 정권 타도라는 성적표를 받고난 이후 진로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다. 하지만 시대교체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역사적 과정의 출발에 불과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시대적 교체기에 사회체제를 바꾸는 데 실패했듯이 유사한 용두사미의 결과를 남길지 멋지게 극복할 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70여 년의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체제를 변혁하려는 요구가 운동으로 상승 및 분출할지가 동력의 핵심이다. 아니면 불행했던 역사의 도돌이표처럼 구정권 퇴진 후 신정권 창출 선거나 지배계급의 권력분점 질서개편 차원의 개헌 수준에서 혁명적 계기가 유산되는 아픔을 역사에 기록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대통령 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당당한 진군과 개돼지 취급받은 민중들의 연대가 정치투쟁의 핵심이다. 자본주의 체제 적폐청산의 과제는 노동자민중들이 꿈꾸기 나름이며 실천하기 나름 아닐까. 1700만 촛불항쟁과 국민적 여론의 추이를 보았을 때 목표의 상향평준화에 대한 기대를 숨길 수 없다.
광장의 역동적 힘과 시대교체 여론이 들끓을 때 시대의 적폐청산과 변혁의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과감한 정치투쟁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