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어두운 노동을 끌어올리자

[연속 기고] (1) 세월호가 인양된 “(가칭)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을 다녀와서

4박 5일간의 순회 투쟁은 가장 힘이 된 투쟁이자 휴가였다. 박근혜를 파면시키면서 이 땅 변혁의 1라운드가 마무리되고, 그 뒤를 이을 변혁의 2라운드를 고민하던 내게 공통투쟁 동지들과 함께 한 이 투쟁은 변혁의 씨앗을 직접 목도하는 의미였다.

순회 투쟁을 함께한 동지들 중에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씩 투쟁해 온 이들이 있었다. 이 동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속에에는 엄청난 통찰의 힘이 담겨 있었다. “투쟁을 피하기 위해선 핑계를 대지만, 투쟁을 완성하기 위해선 방안을 궁리한다”, “돈 가지고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투쟁은 의지로 하는 것이다”, “자본을 넘어설 수 있을 때만이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 그 오랜 시간 어느 누구도 알아줄 수 없는 외로움과 고통을 직접 경험하며 뼈아프게 영근 진주 같은 깨달음이었을 테니 더 첨언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출처: 자료사진]

반면 순회 중 만난 동지들의 투쟁 현장에선 힘겨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개별 사업장, 개별 동지들의 말과 몸짓에서 땅을 쪼개고 하늘을 가를듯한 결기도 느껴졌지만 말이다. 이번 공동투쟁도 이러한 지점들을 인식하고 긴 시간 준비했으리라.

운동을 해 오면서 수많은 고민들을 해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엄청난 힘들이 도처에서 용솟음 치고 있는데, 이 안타까운 힘들이 도처에서 피 흘리고 있는데…. 역사의 주인들이 자본에 치이며 밀리고 있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들을 보며 몸이 녹아버리는 듯한 허무감에 빠졌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자본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약점을 잡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자본은 예상치 못한, 그래서 통제하기가 힘든 변수들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또 어떠한가? 많은 경우 우리도 자본과 부패 권력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은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또한 자본은 이윤 갈취라는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변용하고 왜곡한다. 자본은 부패권력과 손잡고 만든 선거제·거수기·대의제·다수결 민주주의를 지상 최고의 시스템으로 둔갑시켜 평화로 위장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동조합에서조차 숙의·직접·참여민주주의 대신 자본과 부패권력의 쓰레기 이른바, 대의제(대의원제도)를 차용해 쓰고 있지 않은가? 신속함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싶다면 차라리 자본을 선택하는 것이 노동조합을 선택하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는 자괴감도 든다.

끝으로 자본은 이윤을 위해 변용과 왜곡을 밥 먹듯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모순’을 낳는다. 그러나 우리를 보자. 이 세상의 진짜 주인은 노동자지만 현실에서의 우리는 또 어떠한가? 우리의 현실도 분열 등 다양한 모순으로 반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상 모든 노동자가 하나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승리를 위해 투쟁하면서도 우리가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모순들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그 과정은 더 없이 비참한 과정이 될 것이다.

이번 공통투쟁은 이 같은 모순들을 걷어내려 했던 노력들의 결과였다. 연대를 그렸고 우리의 운명을 용역에게 주는 듯한 투표를 거부하는 그림을 그렸기에. 이제 그 그림을 현실로 조금씩 빚어나가자. 재촉과 조급함으로 만드는 엉성함은 개에게라도 주지 말자. 주체적으로 우리안과 밖에 있는 모순과 두려움들을 걷어내며 어깨 걸고 뚜벅뚜벅 자신 있게 가자. 헬조선을 걷어치우고 변혁의 새 땅으로!

세월호가 인양된 “(가칭)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 마지막 날에.


* 이 글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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