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노동자, ‘사장님’ 딱지 이번에 떼자

노동기본권 찾기 위해 4월 13일 총파업 돌입

5월 대선을 앞두고, 특수고용노동자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사장님’ 딱지를 떼기 위해 벼르고 있다. 오는 4월 13일엔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 대표단은 지난 3일부터 국회의사당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그 사이 국회의원들은 제 발로 농성장을 찾기도 하고, 면담 요구도 곧잘 들어주고 있다. 평소 외면받던 농성 상황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하지만 제도정치권의 뒤통수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인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법안, 선거철마다 난무하는 공약을 숱하게 겪어온 건설기계 노동자들이다.

[출처: 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는 6일 오전, 국회의사당 농성장 앞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년간 후퇴를 거듭한 건설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20년 전 수준인 임금, 안전 교육 및 관리 부실, 사고 발생 시 책임 전가, 고용불안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다.

건설 노동자 중 가장 가난해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처우는 건설업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평균연령은 47.7세, 연 평균 순수입은 2,474만 원(2014년 기준)이었다. 이마저도 임금 체불이 많아 각종 민사소송으로 받아내야 하는 형편이다. 변문수 수도권 남부지역본부 본부장은 “94년 레미콘 회사 정규직으로 일했을 때 월 270만 원, 많게는 300만 원까지 받았다. 97년 차량을 불하받아 개인 사업주가 되고 월 500만 원까지 받은 적 있지만, 점점 어려워져 현재는 월 300만 원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퇴직공제부금도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받지 못한다. 퇴직공제부금은 하루 4,000원씩 건설사가 공제회에 납부하는 돈으로, 건설 노동자들은 이를 퇴직금으로 생각한다. 신동수 서울경기 동부건설기계지부 지부장은 “우리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노후 보장은커녕 항상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는 건설 기계 ‘사장님’들의 가정을 파탄 내는 주범이다. 본인이 다치기도, 대형 장비를 다루다 보니 사고를 내기도 하는데 사고 책임은 대부분 혼자 떠안아야 한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에는 서울국토관리청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와 계약을 맺고 제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본인의 차에 의해 하반신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15톤에 달하는 차에 깔려 하체 뼈가 으스러졌다. 3개월간 입원 중 6차례 수술을 받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 적용이 안 돼서 개인 명의로 들었던 자동차 보험료를 받아 수술비를 댔다. 보험금 2,000만 원이 나왔지만 3,000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에, 앞으로 계속 나갈 치료비까지 고려하면 턱도 없었다. 의료보험에 의존하는 상태지만 이마저도 건강보험공단은 입원 치료 지원 기간을 15일로 한정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조차 외면하는 건설기계노동자의 산재 처리다.

안전사고의 악순환…결국 뒤집어쓰는 건 건설기계노동자

  6일 간담회에서 건설기계 노동자 총파업 배경을 설명하는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처: 건설노조]

조재현 충북건설기계지부 지부장은 이런 현장을 두고 끝없는 악순환 속에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부실한 안전 교육은 현장 사고로 이어지고, 산재 처리가 안 돼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지부장은 “건설사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1개월에 2시간의 유급 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지만 이 시간이 아까워 현장 노동자들을 모아 안전 교육 현수막 뒤에 서게 한 다음 사진만 찍고 끝나는 실정”이라고 증언했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사망 사고도 이런 절차를 밟았다. 건설기계노동자 A씨는 돌쌓기 작업을 하던 중 작업 반경 안에 들어온 사람을 보지 못하고 버켓으로 쳤다. 강한 충격을 받은 노동자는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조 지부장은 “기계 작업 반경 안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데 기본적인 교육조차 되지 않아 당한 사고”라고 했다. 이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인원 배치를 안 하는 것도 문제”라며 “스스로 후진하고, 정지해서 덤핑해야 하는데 까딱 잘못해서 덤핑하다 보면 전복, 전도되는 경우도 생기고 다른 사람을 치는 사고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노동자는 보상의 직접적 책임 주체가 된다. 사망한 노동자는 산재와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근재)을 통해 2억이 조금 넘는 보상을 받았다. 한 달 뒤 근재처리를 한 보험사에서 A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보상금 5,270만 원 중 3,750만 원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아직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았지만, 노조에선 곧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산재 보험 적용과 구상권 폐지는 건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4.13 총파업, 서울로 모인다

오는 13일 건설노조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총파업 투쟁을 위해 서울로 모일 예정이다.

이들의 염원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2조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건설기계지부 대표단은 각 정당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당론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며, 대선 후보들에겐 구체적인 공약과 함께 실천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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