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재판... “박근혜는 유죄, 시국선언 교사는 무죄”

전교조,정치기본권 탄압...“정치적 중립, 검찰이 위반”

“‘구조되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정권을 향해 책임을 묻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고, 그로인해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책임 회피를 보면서, 아직도 생사조차 모르는 이들이 춥고 어두운 배안에 갇혀 있는데도 치유와 대책 마련을 먼저 강조하는 언론의 ‘잊어 달라’는 노골적인 주문을 보면서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2014년 5월 13일 교사 43명이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린 시국선언문의 한 구절이다. 이날 세월호 4층 선미에서는 학생 시신 1구가 수습됐다. 기상 악화 등으로 수중 수색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날이어서 더 애가 탄 날이었다. 구조는커녕 시신 수습도 끝나갔던 당시, 사회는 도대체 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절망감에 짓눌려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진실을 가리려 하고 정치인과 관료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분노는 더욱 커갔다. 급기야 교사들이 먼저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을 했다. 잇따라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이 터져 나왔다. 500여 시민사회단체가 나섰고 노동자, 학생, 교수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박근혜가 책임져라”, “아이들을 살려내라” 탄핵 운동의 전조였다.

당시 시국선언을 한 교사 중 3명은 3년 후인 오늘(14일) 법원에 불려갔다. 이들 외에도 7명이 약식명령에 재판을 청구했고, 42명은 검찰조사를 받고 있으며, 124명은 기소유예, 27명은 구약식 명령, 11명은 1심 선고 후 항소 중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현재 교사들은 평균 약 200만 원의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아 벌금 총액이 4억여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2015년 4월 10일 “특별법 시행령 폐기, 온전한 세월호 인양, 박근혜 정권 퇴진”을 선언한 교사 111명, 같은 해 4월 16일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한 17,104명도 경찰 조사 후 검찰에 이관된 상태다.

박근혜가 피의자가 된 이때, 사법부는 그의 퇴진을 앞서 촉구한 이들에게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며 죄를 묻고 있다. 교육부가 시국선언 참여 교사를 징계로 겁박한 것이나 보수우익단체가 교사 전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중립, 검찰이 위반”

전교조는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는 유죄, 시국산언 교사는 무죄”라며 무죄 선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교사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시켜 왔다”며 “하지만 (이는) 자기 권익을 위한 일체의 정치적 활동과 시민적 권리를 제한하는 반인권적 조치를 위해 오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강영구 변호사(전교조 법률팀)는 “교사는 공무를 수행하는 주체일 뿐 아니라 국민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공무 중의 정치 행위는 일부 제한될 수 있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린 목소리를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왜곡한다는 것은 공익에 반하는 집단적 행위로 세월호 진상규명과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선언은 이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라며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검찰 기소야 말로 특정 정파를 위한 편향적 공무”라고 비판했다.

재판을 받는 3명의 교사 중 1명인 김영승 S여중 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은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며 “박근혜가 피의자가 된 이때에도 정부와 검찰은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교사들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증인으로서 재판 과정을 똑똑히 지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들이 너무 무차별적으로 고발돼서 전국 30여 개 법원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교과서 관련 시국선언까지 고려하면 교사들이 줄줄이 법원에 불려 다닐 것이다. 정치기본권 탄압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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