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여름, 세상을 뒤흔든 100일의 정신 복원해야”

민주노총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맞아 기념토론회 개최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이 ‘노동세계의 변화와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현재 닥친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87년 노동자 대투쟁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닥을 치는 노조 조직률, 사라진 연대 투쟁, 홀로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조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6일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은 “87년 대투쟁 이후 30년이 경과한 지금 한국사회는 심각한 불평등사회,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사회가 됐다”며 “노동자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단결하고 투쟁해야 하는 조직인 노동조합은 조직률 10%에 머물고 있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투쟁 30년을 지난 오늘의 현실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정신을 기억하고 오늘의 현실에 되새기며,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실질적인 노조할 권리가 적용될 수 있도록 그 정신과 과제를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회는 ‘87년 이후 30년간 한국사회 노동세계의 변화’를 주제로 한 1부와, ‘민주노조운동 30년 현재와 미래’를 다룬 2부로 나눠 진행됐다.

2부 발제자로 참여한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전개 과정과 성과 등 역사적 의미를 짚었다. 양 대표는 “7, 8, 9월 노동자대투쟁은 전국, 전 산업에 걸쳐 폭발적 형태를 띠며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고, 자발적 투쟁을 조직한 주체가 있었다. 법절차를 무시한 비합법 투쟁이었으며 연대투쟁의 전형을 창출해냈다. 다수의 파업 현장에서 연행되고 구속됐던 노동자와 해고자에 대한 원상회복 투쟁이었다”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노동자대투쟁의 출발은 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이었다. 6.29 선언 직후 성남의 택시노동자들이 ‘월급제’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 가두시위를 전개했다. 이는 울산으로 번졌고, 1987년 7월 초 울산 현대그룹과 울산 중소사업장까지 투쟁에 나섰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등 대규모 사업장이 많았고 산재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울산 노동자들은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인격적 대우를 요구했다. 7월 말엔 부산, 마산, 창원, 거제 공장의 파업 농성과 거리시위가 전개됐다. 8월에 접어들면서 대구, 구미, 포항지역으로 퍼진 노동자대투쟁은 충남지역, 인천, 부천, 성남, 전북, 충북, 전남으로, 경기 남부지역과 서울로 전국을 관통하며 강원의 광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연인원은 2백만 명, 파업 건수는 3,341건에 달했다.

양 대표는 노동자대투쟁의 가장 큰 성과로 ‘노동자 인식의 성장’을 꼽았다. ‘노동자는 하나다’ ‘기계를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이 세상의 주인은 노동자’라는 인식이 노동자대투쟁으로부터 비롯된 역사적 성과라고 했다.

노동자대투쟁 이후 미조직 사업장의 조직화가 빠르게 확대된 것도 변화였다. 1986년 말 노조조직률은 15.5%였지만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조 운동이 활성화되며 1988년 노조 조직률은 22%까지 올랐다. 임금인상도 대폭 이뤄졌는데 1988년 집계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1987년 4/4분기 임금인상률이 20% 이상이라고 보고됐다. 100% 임금 인상이 이뤄진 사업장도 있었다.

양 대표는 현재 노동운동이 암담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양 대표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성은 물론 연대투쟁의 뜨거움도 보이지 않고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현장의 노동자가 하나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오늘이 조직 노동의 현주소”라며 “1970년대 이래 가장 낮은 노조 조직률을 보이지만, 구체적인 조직화 전략도 찾아볼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는 물론, 정규노동자와 불안정노동자 간의 감정적 골이 깊게 파였는데 그 골을 어떻게 메울지 암담하기까지 하다”며 “투쟁성도 약화되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신 또한 망각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노동 운동의 위기를 노동자 대투쟁 정신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이유는 그때의 정신을 복원하는 데 있다”며 “어렵고도 힘든 상황이지만 민주노조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30년 전 여름, 세상을 뒤흔들었던 100일의 역사적 투쟁이 던지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인 자주성과 민주성, 계급성과 투쟁성 그리고 노동해방성을 다시금 되살려 내는 것이 대투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며, 전략과 더불어 민주노조운동의 노선이 확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노조할 권리가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6일엔 서울 도심에서 ‘노조 할 권리 ILO 핵심협약 비준 및 노동법 전면 개정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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