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줬다 뺏는 정부…단식 나선 학교비정규직

[인터뷰] 추석, 집 가지 못하는 노동자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9일. 이날 최저기온은 11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농성장엔 ‘제대로 된 근속수당 쟁취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 3일 차’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입구를 철제 펜스로 막았다. 경찰도 인근에 대기 중이다. 이곳에서 노동자들은 3일째 물만 축이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교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 교육부, 교육청은 집단교섭에서 학교비정규직 임금 삭감안을 고수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물러날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겨울, 박근혜 퇴진을 위한 ‘광화문 텐트촌’의 한기가 엄습한 듯했다. 광화문 촛불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단식 농성 중이다. 농성장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영애 경기지부장과 이민정 조직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이민정 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 김영애 경기지부장 [출처: 김한주 기자]

단식 농성, 어떻게 나서게 됐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여성노조)로 세 주체가 함께 나선 배경도 궁금하다.

이민정 조직국장 : 지난 27일 새벽, 교섭 파행을 기점으로 연대회의가 단식 농성에 나섰다. 교섭은 8월 18일 시작했다. 이때는 단위마다 투쟁 계획이 따로 있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26일 근속수당 쟁취를 위한 전국 동시다발 총력투쟁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지난 21~22일 4차 본교섭이 매우 격했다. 교육부, 교육청이 2018년 임금체계 개편안을 꺼낸 탓이다. 교육부, 교육청은 통상임금 산정시간을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하향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하면 예산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하는 꼼수다. 처음엔 ‘209시간 개악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자더니, 26일 교섭에선 ‘209시간 개악안을 시행한다’고 못 박았다. 지난 24일 209시간 개악안을 확정하는 교육감 회동에 따른 것이다. 교섭하지 말자는 소리다. 사측 교섭위원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확인한 다음 날 27일, 연대회의 세 주체는 단식 농성 외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학교비정규직의 주 요구는?

이민정 조직국장 : 근속수당 3만 원 인상이다. 명절을 앞두고 있는데, 비정규직은 성과급이 없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데도 비정규직 임금 계산은 따로 한다. 우린 안 주는 게 당연한 사람들이다. 8월 집단교섭 전환 후 사측이 보인 태도도 마찬가지다. 근속수당은커녕 통상임금 산정시간 건드려서 파행을 부르지 않았나. 제대로 된 근속수당 쟁취는 최소한의 자존감을 찾는 싸움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교육감들이 비정규직 차별을 유지하겠단 입장을 내비쳤는데, 교육감들에 대한 생각은?

김영애 경기지부장 : 사용자에 진보 없다. 사용자는 사용자다. 교육감들이 나서 비정규직 임금체계를 담합했다. 조합원들이 더 분노했던 건, 진보라 불리던 교육감들이 우리 생각보다 한발 앞서 제시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교섭도 서울(조희연 교육감), 경기(이재정 교육감)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사실 조합원들은 교육부, 교육청보다 새 정부 전체에 대한 실망이 크다.

학교비정규직은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 배제됐고, 임금까지 깎일 위기에 처했다. 정부에 대한 현장 조합원 분위기는?

김영애 경기지부장 : 이중으로 분노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나서며 현장 노동자 다수를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투쟁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보장한다는데, 실현 방법은 한 줄도 없고, 교육감도 하는 게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옥죄려 담합하는 행태를 보였다.

우리가 노조하면서 그간 열악한 학교비정규직 처우를 사회에 많이 알렸다.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나아지는 만큼 사용자들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사측의 임금체계 개편이 그러하다. 현장은 ‘투쟁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출처: 김한주 기자]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음에도 학교비정규직만큼은 정규직화 여론이 좋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돌파구는 있나?

이민정 조직국장 :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그룹은 ‘공시생’, ‘임용고시생’이다. 분명한 사회적 약자다. 이들을 보면 나도 악다구니가 생긴다. 그런데 이 사회는 누가 만든 건가? IMF 이후 비정규직이 폭발하고, 공무원, 교사가 ‘신의 직장’이 되는 경쟁 사회가 만들었다.

임용고시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해야 한다. 1990년 임용고시 도입 당시, 사범대 학생들도 반대했다. 지금 임용고시는 이것 하나 외우지 못해 소수점 차이로 붙고 떨어진다. 소수점이 교육 직업과 실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맞는가. 이 소수점은 가르치는 일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 이런 토론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무슨 노동을 하든 기본적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 책임인데 우리끼리 서로의 뼈를 갉아 먹고 있다.

김영애 경기지부장 : 내 딸이 교육공무직본부의 정규직 전환 구호가 잘못됐다고 말한 적 있다. 공무원, 교사시켜달라는 요구처럼 들리니 교육공무직법으로 보장하란 구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이 체질화된 거다. IMF 이후 20년 동안 체질화된 비정규직 사회를 바꾸는 데 공공부문 몫이 크다. 문재인 말마따나, 공공부문 정상화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키’를 쥐고 있다. 결국, 정부를 이끄는 건 우리의 투쟁이다.

전교조가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선별적 정규직화 입장을 도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영애 경기지부장 : 전교조는 우리보다 민주노조 선배 아닌가. 사회를 바꾸는 슬로건을 먼저 외치지 않았나. 강경한 지도부가 현장을 설득했는지 모르겠다. 교육공무직본부도 교육 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공무직의 또 다른 계급화가 이뤄진다. 전교조 문제도 같은 논리다. 학교비정규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또 다른 계급을 고착화했다.

이민정 조직국장 : 일단 본부의 공식 입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차별 철폐 투쟁에 함께해 달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전교조 내부에서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찬성하는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정규직이란 이름이 현장에서 갖는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비정규직의 중간관리직을 맡는다. 학교비정규직이 노조를 따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기간제 교사도 마찬가지다. 학교 구성원에 ‘교사’만 두는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교육감들도 방과 후 돌봄 노동을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사’보다 ‘교육 노동자’ 프레임 확산이 절실하다.

향후 투쟁 방향은?

이민정 조직국장 : 교육공무직본부는 10월 18일 총파업한다. 조합원의 요구이기도 하다. 조합원들은 생중계로 교섭 상황을 지켜봤는데 ‘이 정도면 파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조합원 여론이 달아올랐다. 실무적으로 시간이 촉박하지만, 총파업 조직화, 대시민 선전전, 농성장 사전집회를 조직할 계획이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교육공무직본부, 학교비정규직노조, 여성노조) 공동 총파업은 아직 논의 중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다. 명절인데 집에서 걱정도 많을 것 같다.

김영애 경기지부장 : 집에서 걱정하는 것보다, 내가 식구를 걱정하는 게 더 무겁다. 긴 단식에 들어가 명절에 식구를 외롭게 만들고 있다. 나 외로운 건 괜찮은데, 식구들이 외로운 게 힘들다. 조합원들도 외롭게 만들고 있다. 경기지부 조합원 수천 명이 지난 26일 서울 교섭장 앞 집회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갔다. 지부장으로서 눈물만 나온다. 내가 어떻게 돌아가나.

마지막으로

김영애 경기지부장 :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화를 책임 있게 추진했다면 여성 노동자들이 목숨 걸 단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회 인식은 교육 현장에서 출발한다. ‘노동존중 평등세상’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민정 조직국장 :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결과도 최악, 교육부, 교육청이 먼저 제안한 집단교섭 결과도 최악이다. 이전에는 지역별 교섭, 지역별 투쟁이었다. 집단교섭이니 투쟁도 전국 4만 조합원의 투쟁이다. 있는 것마저 뺏어가는 판에 더 물러설 곳이 없다. 누구의 절박감이 더 강하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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