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서 '졸속' 추진하는 학교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한다면서 '해고'만 논의...대량해고 예견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심의위원회가 각 시도교육청에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에서는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가 '정규직 전환'이 아닌 '전환 제외'를 논의하는 해고심의위원회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규탄했다. 현재 시도교육청에서는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심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노조 추천인사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구성 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에서 노동자 당사자 의견은 배제 돼 있다. 노조는 "학교현장의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물론 직접 당사자인 비정규직의 의견수렴과정도 없이 '전환제외'만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내부 논의 과정이 모두 비공개라는 밀실 협의도 문제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대다수가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회의 후 회의 자료까지 수거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원들이 비밀유지 등의 서약서를 작성하거나, 회의 중 메모 금지, 심지어 심의위원 구성 현황도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에서 대부분의 심의대상을 전환제외로 결정한 심의의견서를 작성해, 심의위에서 이를 그대로 결정하는 졸속적 의사 진행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학교비정규직들이 전환제외자로 분류돼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2천여 명의 초등 스포츠강사의 경우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계약기간 연장 및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으나, 시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에서는 '적용제외'로 단정하고 있고, 영어회화 전문강사와 학교운동부지도자, 대구 지역의 단기간 사서와 특수잡코디네이터 등 수 천명에 달하는 학교비정규직들도 적용제외 등의 이유로 집단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

용역, 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체는 아예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곳들이 다수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노사전문가협의체가 구성돼 회의를 진행한 곳은 두 곳 정도다. 대다수의 시도교육청이 전환심의위원회 진행을 이유로 내년으로 논의일정을 늦춰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 역시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전환심의위원회 진행과정은 밀실로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심의대상을 정규직 전환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속출하고 있다. 그리고 전환되지 않으면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내용도 있어 이번 겨울 학교비정규직의 집단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집단해고를 통한 고용불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이라며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학교현장에서 이 차디찬 겨울 집단해고로 길바닥에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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