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30원보다 싸다는 여성의 노동

[워커스 이슈(2)] 고통은 가장 약한 고리에 강요되고 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정해진 뒤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가장 먼저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최저임금 인상’ 때리기가 시작됐다. 이들은 중소상공인들의 말을 빌려 사용자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한편,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으며, 고용이 매우 줄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국회 일정이 시작되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불씨가 옮겨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사용자의 부담을 감경해 달라고 떼를 썼다. 국회가 이 같은 입장에 일면 동의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용자들은 법을 고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제 수당 및 금품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기본급과는 별도로 받던 식대, 교통비, 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면 최저임금을 쉽게 맞출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하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무력화된다. 지금까지 사용자가 초과노동비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상여금 및 각종 수당으로 이를 메워왔던 것을 보면 이들의 주장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결이 팽팽해지는 이때, 어디선가 여성노동자들의 비명이 들린다. 이들에게 한국의 노동시장은 열악한 불모지와 다름없다. 남성에 비해 64% 정도만 인정받는 한국 여성의 노동은 일명 ‘가격 후려치기’를 당하는 중이다. 대다수 여성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과 거의 일치하거나 조금 높은 탓에 이들은 늘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의 전선에 선다. 이 시기 여성노동자는 전선에서 어떤 일들을 겪고 있을까. 그 비명을 좀 더 가까이서 들어보자.

노동 치외법권, 어쩌면 왕조시대인가요? ‘레이테크코리아’

2013년, 전 직원을 알바로 전환하려 했던 곳. 2014년, 여성 휴게실에 CCTV를 설치해 세계 여성의 날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상한 곳.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 졌다며 노동자 동의 없이 포장 외주화를 강행하고, 포장의 달인들을 영업부에 강제 전환배치한 곳. 노동계 소식에 눈감지 않은 이라면 한 번쯤 접해봤을 ‘레이테크코리아’ 이야기다. 레이테크코리아는 라벨과 견출지 등을 만드는 사업장으로, 포장부 21명의 여성노동자가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다.

지난 2013년,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사측의 비정규직화 시도를 막고 2년 뒤 고용보장 약속을 받아 냈다. 하지만 올해 회사는 고용보장 약속을 어기고 외주화를 강행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 분회는 “영업부 배치전환은 사실상 해고”라며 1월 23일부터 서울 중구 약수동 포장사업부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분회는 포장부 존치와 고용보장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올해 최저 임금 인상 소식에 “아이들 치킨이라도 하나 더 사줄까,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낼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품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분을 손에 쥐어보기는 커녕, 일자리만 잃을 위기에 처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노조의 동의 없이 포장 업무를 외주화해 기존 작업장을 폐쇄 하고, 포장부 인원을 영업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경영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이유였다. 사장은 꽤나 치밀하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왔다. 그는 포장부 폐쇄 발표 전부터 고용유지 노력을 했다는 증거들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지난해 9월부터 노조를 설득해 부분 휴업에 들어갔고, 시간단축일자리 지원금을 탔다.

레이테크코리아의 인권유린은 노동계에서도 유명하다. 사장은 ‘업무 지시 불복종’을 증거로 남기겠다며 매일 출근 투쟁을 벌이는 조합원들을 채증했다. 몸에 바디캠을 부착하고 휴대폰 동영상을 찍어 징계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결국 분회는 지난 4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조합원들은 사장으로부터 왕조시대에서나 들을 법한 말들을 일상적으로 들었다. 희망하는 자에 한해 영업부로 배치전환 하자는 상식적인 제안에도 ‘경영권에 도전하느냐. 이게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아느냐’고 반발했다. 이필자 분회장은 “순응하고 순종하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자기 명령에 순응하지 않으면 그 뒤에 따르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 ‘말대꾸’를 하는 것도 징계감이라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폭언·폭행 피해자인 박성남 조합원은 “월급 가지고 입씨름을 하다가 사장이 흉악하다, 추악하다, 역하다, 같은 인간인지가 의심스럽다, 호러물이라고 제게 쏘아붙이는데 너무 화가 아직도 부들부들 손이 떨린다”고 했다.

이들의 투쟁이 알려지는 만큼, 여성노동자를 향한 가혹한 말들도 빈번해졌다. 이필자 분회장은 “반찬값 벌러 나온 사람들이 뭐 그렇게 끈질기냐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이다. 최저임금이지만 이걸 받아야 한 달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불량품 땜질해서 포장하고, 부자재 하나라도 아끼면서 일해 왔다. 하지만 사장은 ‘여러분들이 하는 이 업무는 초등학생을 데려다 놔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값어치 없는 일이다’ ‘포장부 직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봤자 최저임금 반값 어치도 못 한다’더라”고 토로했다.

이 분회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에도 실망했지만, 여성노동자를 여전히 소외시키는 차별 역시 변하지 않았다고 분개한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 국장과 면담을 했어요. 한때 우릴 외면했던 곳에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니 뭔가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기대가 컸죠. 그런데 사장을 한번 만나고 나더니 연락이 없어요. 민주노총 관계자에게 ‘젊은 사장이 사회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드센 아줌마들한테 치여서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 얘기 듣는 순간 희망이 없어지면서 대체 이놈의 나라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언제쯤 떳떳하게 노동할 수 있을까, 노동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직격탄이 떨어진 곳

민주노총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은 지난 4월 6일 국회의원회관 에서 “최저임금, 줬다 뺐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점과 피해사례 집담회를 진행했다. 소개된 6가지의 피해사례 중 대부분은 여성노동자가 다수인 사업장들이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청소 업무는 관리자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새마을금고와 서울대병원 임직원들이 출자해 만든 용역업체 소속이다. 최저임금이 오른 뒤, 노사는 연장근로 3시간을 폐지하는 대신 그에 따른 수당을 기본급화 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하지만 사측은 3월에 들어서자, 연장근로수당의 기본급 전환을 거부하고 연장근로만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며 임금이 삭감됐고, 노동강도만 크게 강화됐다.

노동자 K씨는 “오전 발인이 많은 장례식장 특성이 있는데 인원을 4명에서 2명을 줄여놓고 하루아침에 통보했다. 우리는 2명이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원래 하던 인원대로 일하고 있다. 아마 이번 달 월급부터 40만 원 정도 줄어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변성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고정적으로 발생해 오던 연장 근무를 없애면서 노동강도가 강화돼 노동조건이 악화됐다”며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원청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도급비에 반영해야 했는데 작은 손실도 감수할 의지가 없다 보니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노동자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마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다며 올해 주 40시간 노동을 주 35시간으로 줄이고 휴게시간도 단축했다. 마찬가지로 인원 충원은 없었다. 노동시간만 단축하는 바람에 노동 강도는 전보다 더 높아졌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그렇게 사용자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다시 들어갔다.

임금삭감, 강제 배치전환, 분 단위 업무보고…
여성노동자에게 떨어진 3종 폭탄


여성의 몫은 최저임금이라는 인식, 여성노동자의 몫은 남성 노동자의 몫보다 적어야 한다는 인식, 여성노동자만 경력 단절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 이런 기막힌 현실을 통째로 갈아 넣은 일이 전북 전주에 위치한 삼양화성공장에서 벌어졌다.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 물질을 제조하는 이 공장은 직원 124명 중 8명이 여성노동자다. 이 중 노조 간부를 제외한 5명이 해고 및 전환배치를 통보받았다.

사측은 지난 2월 27일 여성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연봉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장 샘플 업무로 발령을 내겠다고 했다. 회사의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참석자들이 ‘왜 여성노동자들에게만 그런 요구를 하는가’라고 항의하자,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무부서 전환 배치를 당사자와 합의 없이 통보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부서 간 이동을 하게 되면, 최소 3개월 전에 통보를 해달라고 하지만 회사가 그렇게 안 하죠. (…) 회사가 시끄러워집니다.”

관리자는 문재인 정부의 ‘신 노동정책’을 거론하며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성노동자의) 고임금화가 지금 심각한 상황”이고 “(여성노동자가 고임금을 받아) 조직 내에 여러 가지 불만도 팽배한 상황”이니, “지금까지 평균보다 대개 많은 혜택을 받아오신” 여성노동자가 회사의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고 강요했다.

이 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이란 이유로 사측의 각종 괴롭힘의 표적이 됐다. 2015년부터 회사는 호봉제로 근무하던 여성노동자 6명에게 임금이 높다는 이유로 연봉제 전환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유급 생리휴가가 무급으로 전환되고, 2016년에는 1분 단위 업무 현황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당사자들은 현재 회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심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심장 두근거림, 초조함, 불안함, 우울,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아야 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덜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구시대적 인식들이 실제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커스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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