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삼성탄원서’ 노조간부 부인 회사와 수의계약

2014년 ‘블라인드’ 교섭 후 M업체와 4년 째 위탁계약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삼성 간부 탄원서 제출로 논란을 일으킨 노조 간부 J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M심리상담센터와 4년째 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을 맺은 시기는 2014년 J씨가 삼성 측과 ‘블라인드 교섭’을 끝낸 뒤 6개월여 만이다. 해당 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로부터 약 연 1억4천만 원 씩, 총 5억여 원을 위탁 사업비로 수령했다.

‘탄원서’ 노조간부, 2014년 ‘블라인드’ 협상 막후 책임자
협력업체들, 2015년부터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수의계약


지난 2015년 1월 12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마음건강 프로그램’ MOU를 체결했다. 협력사 임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예방, 해소하고 치료한다는 목적이었다. 당시 노사는 양해각서를 통해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할 심리상담 전문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공동으로 검증해 선정한 업체로 정한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서도 ‘대상업체 후보군을 모집한 후 노사가 공동으로 상담 경험과 프로그램 등을 검증해 객관적으로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운영기간은 2015년 1월 23일부터 이듬해 1월 22일까지다.

[출처: M업체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이에 따라 선정된 M심리상담센터는, 최근 삼성간부 탄원서 제출로 논란을 일으킨 노조간부 J씨의 부인인 P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간부 J씨는 지난 15일 노조파괴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서비스 최 모 전무에 대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이미 2014년 이전부터 상생협력 명목으로 심리상담업체 D사에 심리상담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 사측이 심리상담 업체를 M업체로 변경한 시기는, 2014년 노사가 일명 ‘블라인드’ 교섭으로 기준협약을 맺은 지 6개월여 만이다. 노조 간부 J씨는 당시 ‘블라인드’ 교섭을 담당했던 막후 책임자다. 인물도, 장소도, 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그야말로 ‘비공개’ 교섭이어서 노동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던 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4년 센터별 기준협약 체결 과정에서, J씨와 사측이 ‘M센터와의 계약과 합의 성사’를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직접고용 합의 때도 삼성전자서비스 원청과 노조 양측을 중개했던 인물이다. 당시 J씨는 현재 구속된 삼성전자서비스 최 모 전무와 만나 직접고용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노조에 전달해 합의가 성사됐다.

노조 문서에 따르면, 노사가 해당 M업체를 선정한 것은 최소 그해 12월 말이다. 2014년 12월 26일 노사 실무단은 회의를 통해 ‘업체는 전국적인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하고, 집단상담 프로그램 운영능력 있는 업체를 기 선정 후 섭외 형식을 취하여 MOU 체결 전에 선정한다’고 협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료에는 노측 실무담당이 ‘해당업체(M센터)와의 사전 협의’를 할 것을 과제로 명시했다.

공식적으로는 노사가 ‘대상업체 후보군’을 모집한 뒤 ‘객관적으로 업체를 선정’ 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노조 차원에서 독자적인 섭외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노조가 J씨에게 업체에 대해 조언을 듣는 과정도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너무 화해, 용서 쪽으로 가니까 종교계를 먼저 배제하고 와락은 세월호 때문에 여력이 없으니 힘들 것 같고, 대안이 별로 없어 수의계약을 하게 된 것”며 “당시 업체선정 과정에서 J씨가 조언을 했고, 교선위원과 라두식 현 지회장이 선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측과 MOU를 체결했던 협력업체 대표는 “(선정 기준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지회 관계자는 “9월 29일 총연맹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M센터 얘기가 나왔고, 그 자리에 J씨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에 기초해 11월에 빠르게 심리치료프로그램 제안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J씨와 회사가 리베이트 형태로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 이런 건 해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4년 9월 29일 진행됐던 민주노총-지회와의 간담회 자료를 제시하며 대가성 업체 선정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민주노총 중앙 간부 2명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 교선위원이 노동자 심리상담 관련 간담회를 통해 ‘P동지 통해서 추진해보는 것 고려키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했던 최정우 당시 민주노총 비전국장은 “당시 자리는 심리치유 관련 내용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비전실 차원에서 투쟁을 지원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간담회였다”며 “특정 업체가 논의될 수 있는 성격의 자리가 아니었다. 당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M업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석권호 당시 비전국장 역시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고, 회의자료로 정리된 것도 오늘 알았다”며 “심리치료단체들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M업체도 있다 정도의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위영일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은 “술자리인 줄 알고 나갔는데 간담회가 돼 문건이 만들어진 줄 몰랐다”며 “서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마음 치료 대책이 필요하다는 교감 정도를 나누긴 했지만 간담회로 볼 수 없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P씨의 이름을 듣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뒤 이를 문건으로 작성한 교선위원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한편 지난 22일, JTBC는 삼성이 J씨를 통해 노조가 협력업체별 협약에 ‘날인’을 찍도록 독려하고, J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문건에 명시한 것을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사무소 새날 김차곤 변호사는 “당사자가 재물을 받거나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그리고 제3자가 이를 받도록 하는 경우도 배임죄에 해당하며 부정한 청탁까지 있었으면 배임수재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씨는 23일 입장을 발표하고 “삼성전자서비스 심리상담 업체 선택은 지회의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진행된 것”이라며 “제가 결정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삼성측이 저를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제안하고 시도할 수 있다. 이런 계획을 세운 문건을 작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수용하거나 실행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로부터 연 1억4천만 원 가량 수령
2012년부터 기아차 위탁 계약 수주...기아차노조 간부 출신이 주요 주주로 참여


[출처: NICE기업신용평가정보]

현재 M업체 대표 P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위탁 계약 과정에서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P씨는 “(우리 업체가) 노사협력모델로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내가 노조 활동가 출신이다 보니 노조에서 저를 많이 추천했다”며 “노조 쪽에서 봤을 때 우리 업체가 노사협력모델을 잘 진행한 사례가 있으니 그런(선정된) 것이지 J씨가 이야기를 해서 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P씨는 민주노총 중앙 간부 이력이 있는 노조 활동가 출신이다.

애초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는 2015년 1월부터 1년 간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양해각서를 맺었다. 하지만 M사와 사측은 2016년 1월, 2017년 3월에 걸쳐 재계약을 하며 현재까지 위탁 관계를 맺고 있다. M업체가 회사로부터 수령한 마음건강 프로그램 사업 금액은 연간 1억4천만 원 가량으로, 4년간 약 5억 원의 사업비를 수령했다. 현재 M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113개 협력업체 임직원 1만여 명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업체가 발행한 ‘삼성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운영보고 및 운영계획’에 따르면, 2015년 첫해 업체는 총 400명이 상담을 이용했다. 100여 개의 업체 중 1건 이상 상담 내역이 있는 업체는 50개 정도다. 2016년엔 261명이, 2017년엔 281명 이용했다. 횟수로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1046회, 1193회가 진행됐다.

[출처: NICE기업신용평가정보]

[출처: NICE기업신용평가정보]

M업체의 2014년 매출액은 9억 원 가량이다. 이후 2015년 1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시작으로, KT 심리상담제도 위탁 운영 등을 수주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5년 매출액은 12억8천만 원, 2016년에는 13억8천만 원을 기록했다. NICE기업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M업체의 동종 산업 매출액 순위는 2014년 65위에서 2015년 57위, 2016년 19위로 상승했다. 2016년 매출액영업이익률 또한 4.17%로 동종 산업 평균인 2.52%를 상회한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표가 높을수록 영업활동의 능률이 높은 것을 나타낸다.

[출처: M업체 고객사 캡처]

M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이외에 기아차와도 6년 째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M업체는 2013년 2월 7일 자본금 3,510만 원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2012년 8월, 기아자동차 ‘마음산책’ MOU를 체결한 후다. 기아차노사는 2012년 2월부터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그해 8월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을 비롯해 경기 화성, 광주광역시 등 3개 공장에 전문심리상담실 ‘마음산책’을 열었다. 국내 기업 최초로 회사와 노조, 학회 3자가 참여하는 전문심리상담 서비스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학회는 M업체와 다시 MOU를 맺고 ‘마음산책’ 서비스를 위탁 운영하도록 했다.

사업장 규모가 큰 기아차의 경우 연간 사업금액은 7억 원에 가깝다. P씨에 따르면, 기아차 마음산책 사업 금액은 첫해 4~5억 가량에서, 현재는 5~7억 가량으로 올랐다. 현재 M업체 주요 주주에는 기아차 간부 출신의 인사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요 주주 중 한 명인 K씨의 경우 지부 임원을 역임했으며, M업체와 기아차가 계약을 체결했던 2012년에는 기아차지부 지역지회의 상집 간부로 활동했다. 또 다른 주주는 기아차지부 출신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M업체는 기아자동차 마음산책 위탁운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민은행, 두산인프라코어, 한샘, kt,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업체, 대법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 규모를 넓혀나가고 있다.

한편 P씨는 “(기아차 마음산책도) 노사협력모델로 가능했던 거다. 기아차에 우리가 아는 사람이 누가 있었겠나”며 “노사협의에서 (심리상담 사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노조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니 같이 해 보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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