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77일 파업, 조현오 전 청장 ‘경찰 댓글 부대’로 여론 조작

[쌍용차 진압의 비밀⓵]경기청 소속 경찰관 50여명 규모로 ‘댓글’ 대응

[편집자 주] 쌍용차 77일 옥쇄파업이 일어난 지 10년. 여전히 120명의 노동자는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이들 중 79.1%가 우울증에 시달린다. 2009년 옥쇄파업 참가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1990년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의 유병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들의 불안 심리와 트라우마는 9년 전, 파업 당시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부터 비롯됐다. 노동자들의 외상은 계속 드러나는데도, 문제를 일으킨 공권력에 대한 처벌은 없다. 지난해 구성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의 활동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과연 이번에는 9년 전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참세상>은 쌍용차 폭력 진압의 주역이었던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 청장이 2009년 발간한 ‘쌍용자동차 사태 백서’를 통해 경찰 스스로 기록한 당시의 불법적인 진압 작전들을 살펴봤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2009년 쌍용차 77일 옥쇄파업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이 소속 경찰관들을 동원해 댓글 여론조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조현오 전 청장은 2010년 경찰청 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1년~2012년간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쌍용차 파업은 현재 밝혀진 조 전 청장의 댓글조작 사건보다 2년 앞선 것으로, 사실상 그가 경기지방경찰청장 임기 시절부터 댓글 여론 조작을 벌여온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 77일 파업, 조현오 전 청장 ‘경찰 50여 명’ 댓글 조작 대응

경기지방경찰청은 쌍용차 77일 점거파업 직후인 2009년 12월,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쌍용자동차사태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당시 경찰의 구체적인 진압 작전 및 전술과 과정 등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백서에 따르면, 경찰은 공권력 투입에 앞서 약 두 달 전부터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 작성을 통한 여론 조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이 펴낸 백서 342쪽에는 “경기경찰은 7월 2일 경기청 소속 경찰관 50여 명 규모로 ‘쌍용차 사이버 대응팀’을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이버 대응팀’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평소 본인의 기본업무를 수행하면서 틈틈이 ‘좌파단체’ 등에서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기사, 동영상, 포스트 글 등을 실시간 검색하고, 허위 사실 등에 대해서는 댓글을 게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기술했다.

경찰이 지칭하는 ‘좌파단체 등’은 당시 쌍용차 77일 파업을 적극적으로 취재했던 진보언론들이다. 경기청은 “촛불시위(2008년 광우병 촛불) 이후 부각된 사이버 정보활동의 중요성은 이번 쌍용차 사태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경찰은 사측카페 및 다음 아고라, 민노총, 금속노조 등 관련단체 홈페이지, 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미디어충청 등의 좌파매체, 그리고 아프리카TV, 진보신당 컬러TV, 사자후 TV 등의 인터넷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왜곡선전에 즉각 대응하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경기청이 각 경찰서 홈페이지 담당자 및 평소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경찰관들에게 주요 현안 관련 뉴스, 인터넷 게시물 및 관련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면, 이들이 언론 대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있다. 당시 기록이 보존돼 있는 <미디어충청>의 쌍용차 점거 파업 관련 기사 댓글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댓글이 조직적으로 게시됐다. 해당 댓글에는 기자와 조합원 및 가족, 노조 지도부 등에 대한 인신공격 및 성적 모욕, 위협과 협박 등의 원색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 쌍용차 파업 진압 작전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조 전 청장은 2009년 1월 경기지방경찰청 청장에 부임한 직후 쌍용차 파업 진압에 나섰고, 이듬해 1월 서울지방경찰청 청장으로, 그해 8월에는 제16대 경찰청 청장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조 전 청장은 2008년 쌍용차 사태 이후, 이명박 정권 시절 내내 ‘경찰 댓글 공작’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조현오 전 청장의 경찰청 재임 기간인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청 보안국 직원들은 정부 비판 네티즌을 색출하는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블랙펜 작전’에 참여하고, 집단적으로 정부 옹호 댓글 공작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1년에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인터넷 이슈 발생 시 1단계로 보안사이버수사요원(88명)을 동원하고, 2단계로 전 지방청과 경찰서 보안요원(1,860명)을 동원, 3단계로 보수단체 회원 (77,917명)을 동원하는 대응을 마련하는 등 전방위적인 ‘댓글 조작’을 공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조현오 전 청장 및 김용판 전 경찰청 보안국장 등을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심각한 것은 조 전 청장을 비롯한 경찰조직이 이미 2009년부터 ‘노사관계’에까지 댓글 공작 및 여론 조작을 벌여왔다는 점이다. 경찰 측은 노사분규나 특정 사건에 경찰이 조직적으로 댓글 게시를 벌이는 일은 들어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처음 들어본다. (댓글 대응 업무는) 안 하고 있다. 댓글이 경찰 업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을 댓글 등을 통한 언론 대응 업무에 참여토록 하는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할 필요가 없다. 언론중재위나 공식적인 대응 방법이 있는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쌍용차 점거 파업 당시, 무차별적인 통신 수사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해당 백서에서 “통신수사는 흔히 체포영장 발부자 검거 등 수사대상자 추적을 위해서 사용된다”면서 “쌍용차 불법 파업 수사에 있어서 통신수사는 체포영장 발부자 검거를 위해 활용되는 외에도 점거 농성 중인 주요 수사대상자들의 점거농성 참여 여부 및 공장 이탈여부, 쌍용차 노조 집행부와 민노총 등 외부세력간의 상호 연락체계 확인에 활용했고, 증거자료로 사용되는 등 유용한 수사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스스로 밝혔다. 경찰이 당시 주요 통신수사 사례로 꼽은 것 중에는 금속노조 중앙 간부와 쌍용차지부 사이에 오고간 투쟁방향 및 지침 전달 확인, 문자메시지 발송자에 대한 실시간 위치추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