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피해자는 문재인이 아니다

[편집장 칼럼] 가짜뉴스 공장에 기대 사회적 권리 후퇴시킨 문재인 정부는 답해야

최근 한겨레와 한겨레21이 단독 보도한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가 화제다. 이 뉴스는 성소수자, 난민, 북한 인권까지 가짜뉴스 생산자들을 추적해 그 핵심에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이 있다는 점을 파헤쳐 냈다. 그런데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 등 민주당 정치인들이 가짜뉴스에 공격 받았을 뿐 이들 역시 이 가짜뉴스가 양산한 혐오정서를 토대로 각종 개악 조치를 밟았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의 주요 슬로건과 유통 채널 그리고 이 채널에 출연해온 에스더 주요 인물과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드러냈다는 점에서 보도 가치가 크다. 그 동안 해당 주장이 ‘가짜’이며 소수 기독교 극우나 우파의 선동일 뿐이라고 줄곧 지적돼 왔지만 그 실체를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의 무게가 남다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한겨레의 해당 보도는 가짜뉴스에 의해 현재 고립돼 있는 성소수자나 학생, 난민을 떠나 박근혜/문재인 구도로 빠지고 만다.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3번째 단독 기사인 “에스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가짜뉴스’ 전파” 기사가 그렇다. 물론 기사가 지적했듯 “에스더가 가짜뉴스 생산·유포를 넘어 불법 선거운동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은 사실이며 이들이 민주주의를 왜곡했다는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서 사법부의 대응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이나 박원순이 설령 가짜뉴스 공장의 표적이 됐을지언정 그들은 피해자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가짜뉴스에 기대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유예하고 배제를 강화한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가해자 편에 서 있다. 이 점에서 누가 가짜뉴스의 피해를 봤는지 그리고 이 가짜뉴스는 어떻게 정책화됐는지 얘기돼야 하지만 기사는 결국 도로 문재인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난민 혐오를 양산한 정보를 최초 생산한 스웨덴 극우 정치인 요아킴 요나손(@pjjonasson) 트위터 화면캡처

해외 가짜뉴스 인용해 난민 혐오 양산한 에스더기도운동

난민 이슈를 보자. 사실 난민 혐오를 조장하며 에스더가 내세운 주장은 한겨레 보도처럼 해외 일베와 같은 혐오선동 페이지거나 객관성이 부족한 주장을 인용해 보도한 극우언론을 토대로 했다.

9월 28일 에스더가 한겨레 기사를 반박하며 낸 성명을 보자. 이들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거짓 왜곡 기사 19번째 사항으로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 실제뉴스라고 주장했다. 에스더는 “이것은 ‘CBN’의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CBN은 낙태 반대와 동성애 반대 등 보도를 일삼은 대표적인 미국 극우언론으로 해당 기사는 신빙성이 부족한 주장을 공공연한 사실처럼 왜곡 보도한 것이다.

참세상 취재 결과, 해당 정보는 스웨덴 극우 정치인 요아킴 요나손(@pjjonasson)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것이다. 그는 이 조사결과에서 “2012년과 2014년 사이 스웨덴법원이 다룬 4,142건의 성폭력 관련 범죄를 조사한 결과, 강간의 95.6%, 집단강간의 90%가 외국 출신의 남성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 언론1)에 따르면,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스웨덴 극우 언론인이 인용하며 논란이 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요 언론은 외면한 뉴스였다. 매우 극적인 조사 결과임에도,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나 가디언, 독일 슈피겔도 해당 보도는 0건이었다. 유독 에스더가 인용한 미국 극우언론 CBN만 보도했을 뿐이다.

요아킴 요나손이 공신력 있는 연구자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의 트위터에는 자신이 스웨덴민주당원으로 난민환영, 이슬람주의, 제도언론에 비판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뉴스를 영문 보도한 러시아의 소리(sputniknews)에 예르지 사르네키 스톡홀름대 일반범죄학과 교수는 “그(요아킴 요나손)가 이 분야에 연구 경험이 없어 (연구 내용이) 아마추어적”이라며 “그는 최근 반이민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에 가입했는데 편견이 개입됐다”고 밝혔다.

에스더가 해당 항목에 대해 추가 인용한 ‘세이브마이스웨덴’ 페이지도 난민혐오로 익히 알려진 사설 페이지이다. 미국의 비영리 법률지원기구인 남부빈곤법률센터2)도 이 페이지를 반무슬림 단체이자 ‘무슬림 강간’ ‘무슬림 테러’ ‘스웨데스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또한 ‘무슬림 늘어나면 강간율 커진다’는 것이 가짜뉴스라는 한겨레의 보도에 에스더가 반박한 20번째 사항도 마찬가지다.

에스더는 무슬림통계워드프레스를 인용해, “스웨덴 정부기관 BRA의 범죄통계에서, 1996년과 2005년 보고서에 의하면 무슬림 이민자의 중범죄율은 400~500%가 더 많고, 강간은 450% 더 높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13년 전 통계일 뿐더러 무슬림통계워드프레스는 개인 페이지로 “알라의 메신저가 ‘나는 테러로 승리했다’”는 등의 무슬림 혐오 문구를 적시해 놓은 반무슬림 페이지이다.

오히려 지난해 2월 스웨덴정부가 낸 설명자료3)에 따르면, “외국 출신 대다수는 어떠한 범죄에도 연루되지 않았”다. 범죄혐의로 기소된 자 중 외국 출신자의 비율이 다소 높은 사실이나 이는 출신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스웨덴 내에서의 사회적 격차 때문이었다. 스웨덴정부는 “최근 스톡홀름대학의 조사 결과, 이 차이는 사회경제적 조건, 즉 부모의 소득이나 개인이 (스웨덴에서) 성장한 사회적 환경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명시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8월 1일 페이스북 생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난민 반대 청원에 대답하고 있는 모습. 이 게시물은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법무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시돼 있다. [출처: 법무부 화면캡처]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답

이렇듯 에스더가 해외 가짜뉴스나 극우언론을 토대로 난민혐오를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늘어난 난민혐오 여론이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했다는 것 또한 명백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취한 조치는 무엇이었을까? 문 정부는 사실을 확인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했지만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난민권을 후퇴시키는 조치를 밟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이 71만 명을 돌파하자, 즉각 개악안을 내놓았다. 즉, 이 청원이 난민 대 국민 구도라는 왜곡된 인식에 기초하여 난민을 사회문제와 범죄, 치안문제와 잘못 결부시키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여 다시 잘못된 대답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난민 신청자의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겠다는 등 정부의 대답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주의적 발상에 가까웠다.4)

비슷한 시점에 여당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첫 난민법 개정안 또한 ‘난민 신청 남용 방지법’이었다.5) 덩달아 자유한국당 등에서는 난민권을 억압하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모두 8개의 개악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결국 정부의 이 같은 기조 덕분에 독재와 내전, 전쟁으로 세계에서 가장 고통 받는 나라의 시민들은 한국에 와서도 또 다른 고통을 당하게 됐다.

이미 정부는 8월 1일부터 이집트 등 대게 독재와 내전에 고통당하는 나라들을 무사증 제외국에 추가했다.6) 9월 14일에는 제주도 난민심사 대상 예멘인 480명 중 가족이 있어 먼저 심사를 마친 23명에 대해 “본국의 내전이나 반군의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만을 허가했다. 이달 중순 경 심사 결과를 앞두고 있는 나머지 난민 신청자들의 앞날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진보세력? 가짜뉴스 기댄 더불어민주당

난민 이슈 외에도 문재인은 극우 기독교 세력이 주도한 성소수자 혐오와 낙태죄 강화 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득표를 의식해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동성애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 장관인 김부겸 의원은 혐오표현규제법안을 제출했다가 개신교 우익의 반발에 바로 이 입장을 철회했다. 8월 초 법무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슬그머니 빼버렸다. 인천 퀴어문화축제가 혐오세력의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시장은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조항도 강화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낙태죄는 사문화된 법이라고 의견을 밝혔지만 오히려 복지부는 지난 8월 인공임신중절 시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날치기해 시행했다.

가짜뉴스로 공격을 받았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4년 성소수자 차별금지 내용을 담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위원회’가 제정한 헌장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독재였다.

결국 한겨레 해당 기사는 문재인이나 박원순 그리고 민주당을 ‘진보’로 구분하며 이들이 에스더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들의 정치 행보는 에스더의 주장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진짜뉴스를 만드는가

이번 한겨레 보도에는 주목할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대비이다. 한겨레는 “진보가 점령한 팟캐스트의 시대가 저물고 극우가 판치는 유튜브 ‘유사언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정권을 잃은 진보가 팟캐스트로 몰려갔듯이, 권력을 잃은 보수, 특히 극우세력은 유튜브로 진입해 괄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제 ‘진보’가 정권을 잡아서였을까? 대표적인 문재인 지지자로 팟케스트에서 공중파방송과 라디오방송으로 옮겨간 김어준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성폭력 논란 중 사실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그를 방어했다. 정 전 의원의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김어준은 사과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미투운동에 대한 역공의 의도를 담은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라는 책을 낸 오세라비를 여성운동가라며 출연시켰다.(관련 워커스 기사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는 틀렸다”/링크)

이번 보도 후 한겨레 보도팀은 다시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가짜뉴스 공장을 검색해서 이 사실들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는데, 김어준 또한 틀린 뉴스도 가리지 않고 생산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무튼 이제 분명한 것은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성소수자, 난민 혐오 여론을 유포하고 주도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대답해야 할 때이다.

[각주]
1) https://sputniknews.com/europe/201711011058722257-sweden-rape-migrants-debate/
2) www.splcenter.org
3) https://www.government.se/articles/2017/02/facts-about-migration-and-crime-in-sweden/
4)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8월 1일 페이스북 생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해당 청원에 대하여 난민신청자를 범죄화하고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6.1 예멘을 제주 무사증 불허국가에 추가했으며 △제주당국자와 치안활동 강화 방안을 협의했고 △난민 신청자의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고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난민신청자에 대해 더욱 엄정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며 △현재 불복절차까지 2~3년에 달하는 심사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고 △8월1일자로 감비아, 소말리아 등 관광 활성화라는 무사증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입국자가 많은 12개 나라를 불허국가로 추가 지정 등을 추진했다.
5) 연합뉴스 7월 1일자, 개정안이 열거한 기준은 △대한민국의 안전 또는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한 경우 △사정 변경 없이 반복해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등이다.
6) 기존 이란·수단·시리아·마케도니아·쿠바·코소보·팔레스타인·아프가니스탄·이라크·가나·나이지리아·예멘에이집트·감비아·세네갈·방글라데시·키르기스스탄·파키스탄·소말리아·우즈베키스탄·네팔·카메룬·스리랑카·미얀마 등 12개국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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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비슷한 시점에 여당 더불어민주당 권민태 의원이 발의한 첫 난민법 개정안 또한 ‘난민 신청 남용 방지법’이었다.5)"
    권민태가 아니라 권칠승인 듯합니다.

  • ㅇㅇ

    에스더가 뭔지 파악하려는 의도를 가진 기사를 그 의도를 왜곡하여 정치성에 의도를 귀속시켰다. 한겨레가 뚜렷한 정치성향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그 의도와 정도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느꼈다. 또, 개별 기사에 대해 접근을 한겨레에 대한 접근으로 대체시켜버리고 있는 것은 잘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