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읽씹에 분노한 여성 노동자들

민주당 환노위원들, 국정감사에서 문제 사업장 다루기로 했지만 당일 약속 파기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끝났다. 올해는 사립 유치원 비리 같은 굵직한 문제가 터져나와 공분을 샀지만 그 외에는 성과가 없었다는 의견도 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자들은 이때를 기다려 현장의 각종 고충과 비리를 제보했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국정감사에서 울리지 않았다. 특히 위장 폐업으로 인한 정리해고, 노동 현장에서의 인권유린 등을 겪고 있는 서울 지역 3개의 여성 사업장은 더불어민주당과의 면담 끝에 국정감사 약속을 받아냈으나, 국정감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밤새 회사의 비리 자료를 취합하고, 사례를 모은 조합원들은 이번 국정감사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지만 또 한번의 배신만을 맛봐야했다.

휴대전화 케이스 사출을 하는 LG전자 1차 하청업체 신영프레시젼, 카시트를 만드는 현대기아차 4차 하청업체 성진씨에스, 스티커 및 견출지 제조업체 레이테크 코리아는 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을 찾아 “정부 여당이 사장의 갑질 횡포, 정리해고, 성폭력 등에 고통받고 있는 여성 노동자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했고, 더불어민주당 노동대외협력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9월 12일 면담 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투쟁사업장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밝히며 레이테크코리아에 이용득 의원을, 성진씨에스에 전현희 의원, 신영프레시젼에 송옥주 의원을 배정했다고 통보했다.

레이테크 코리아를 담당하기로 한 이용득 의원실의 경우 연락이 한 번 없었지만 나머지 두 의원실의 경우,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다루기로 하고 노조를 통해 관련 자료를 수령했다. 또 사측 대표를 증인으로 세우고 노조 관계자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불러 대면 질의를 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노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 6개 지방노동청에 대한 국정감사날인 10월 19일 전에 해당 자료를 의원실에 전달하기 위해 밤새워 국정감사에서 발표할 PPT 자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19일 국정감사 당일 아침,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출처: 금속노동자]

신영프레시젼분회는 회사 이익을 골프장 투자로 빼돌린 신창석 신영프레시젼 대표이사가 반드시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신 대표이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자 심장부정맥, 우울증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는데 노조는 당일 아침에야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 노조는 “신 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향우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골프대회도 주최했다”라며 “민주당이 지병을 핑계로 한 불출석을 용인해줬다”고 반발했다.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국회 출석 요구에 따른 증인 출석 의무는 다른 법률 규정에 우선해 적용된다고 해 강도 높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출석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는 본인이나 근친자의 형사책임과 관련된 경우, 업무상 지득한 타인의 비밀로 서 공익상 필요가 없는 경우, 군사·외교·대 북관계의 국가기밀 사항으로서 주무부장관의 소명이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되고,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하거나 출석 후 선서·증언을 거부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희태 금속노조 서울 남부지역지회 신영프레시젼 분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고 하더라도 불명확한 사유에 대해선 출석을 강제하고, 안 나오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어영부영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의원실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조금의 의지라도 있다면 증인 불출석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고, 고발을 진행하겠다는 액션이 나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위장 폐업으로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정리해고를 당한 성진씨에스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기획폐업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돌연 취소된 것이다. 원청인 코오롱글로텍과 현대차를 불러 일감 감소 여부를 추궁해야 한다고 했지만 증인으로 예정된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의 경우 이틀전, 증인 채택이 취소됐다. 정영희 금속노조 서울 남부지역지회 성진씨에스 분회장은 “국정감사를 통해 그 자리에서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다만 여성노동자들이 왜 투쟁을 하는지 말할 기회라도 달라는 것이었는데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아 실망을 넘어 분노스러웠다”라고 밝혔다.

레이테크코리아는 사장의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을 수년째 시달리고 있지만 이용득 의원실은 9월 20일 이후 연락 한 번 없었다. 올해 초 포장부에서 영업부로 강제 배치 전환된 20명의 노동자들은 이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언사와 괴롭힘에 시달렸고, 포장부에서 계속 일하게 된 현재는 의자도 없이 찬바닥에 앉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6일 이용득 의원실 관계자는 “노동대외협력국으로부터 당사 앞 집회 소식만 전해 듣고 노동청에 어떤 상황인지만 알아본 것”이라며 “노조 연락처도 받지 못 했는데 배정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알려왔다. 같은날 민주당 노동대외협력국 관계자도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원실, 노조 등과 소통이 미흡했던 것을 재정립하면서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풀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레이테크코리아 투쟁을 함께 하고 있는 서정주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회 사무장은 “이용득 의원실 민원 게시판에 레이테크코리아의 상황과 관계자 연락처도 올렸는데 몰랐다고 하는 것은 자기 변명같다”라며 “이 문제는 노동부에 연락하기 앞서 피해 당사자인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을 해야하는 건데 접근 방법부터 잘못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3개 사업장 노동자들은 민주당에 대한 항의를 지속하는 한편, 독자적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오는 29일,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을 기획하고 있다. 3개 사업장과 함께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은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기만한 민주당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망과 분노가 매우 크다”라며 “여성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