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유성 폭행 영상…노조파괴 시나리오 따른 ‘폭행 유도’였다

‘쟁의행위 대응요령’ ‘불법행위 채증요령’ 사측 문건 입수

MBN이 6일 보도한 또 다른 유성기업 노동자 폭행 영상은, 사측이 폭력을 유발해 노조를 압박하는 이른바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성기업이 노조파괴 컨설팅을 받아온 ‘창조컨설팅’은 노동조합을 상대로 ‘폭력 유발-징계 회부-고소고발-손배청구’라는 가학적 노무관리를 여러 현장에 적용시켜 왔다. 유성기업 역시 지난 8년간 노동자들을 상대로 1300여 건에 달하는 고소, 고발을 제기하며 노조를 압박해 왔다.


앞서 MBN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폭행이 수년간 계속돼 왔다”는 보도를 통해,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제3노조 조합원들이 충돌하는 장면, 금속 조합원이 관리자에게 욕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참세상>이 유성기업 노조파괴 문건을 취재한 결과, 이 같은 과정은 노조파괴를 위한 사측의 대응요령의 일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유성기업이 2011년 작성한 ‘쟁의행위 대응요령과’과 ‘불법행위 채증요령’ 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 활동에 개입한 뒤, 충돌과 마찰이 일어나면, ‘불법행위 채증요령’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이를 언론기관에 홍보토록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우선 ‘쟁의행위 대응요령’은 전반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개입 지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일상적 활동인 △피케팅 및 유인물 배포 △현장 순회 △철야 농성 △현수막·게시물 부착 △내부 비리 제기 등 홍보 등 활동별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사측은 이들 활동에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고 마찰이 일어날 시 폭행죄, 상해죄 등 형사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문건에 썼다.

‘불법행위 채증요령’은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많은 채증 인원이 신속하게 채증활동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핸드폰, 녹음기(보이스펜) 등 채증이 가능한 모든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근접 촬영은 한계가 있”다며 “줌기능을 이용해 제2선에서 촬영하는 등 다양한 채증방법을 이용”하도록 하고, “채증된 자료는 1일 단위로 신속하게 총무부로 취합, 백업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쟁의행위 대응요령’에 따라 “회사의 피해 상황 등을 언론기관에 홍보해 여론이 회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 같은 노조파괴 전략들은 ‘창조컨설팅’과의 협의 아래 진행됐다. 2012년 9월 창조컨설팅 김 모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유성기업과 컨설팅 계약 후 심종두와 노조파괴 관련한 방향을 정하고 골격을 짰으며, 유성 관련 전략회의 등의 자료를 심 씨와 기획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MBN이 보도한 충돌 상황 역시 사측의 ‘노조파괴’ 문건의 프로세스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된 영상은 사측 관리자들과 제2노조 간부들이 금속노조 현장순회를 방해하며 폭력을 유도한 것”이라며 “사측이 채증조를 투입해 조합원들의 억눌린 감정을 자극시켰다”고 밝혔다. 또 지회는 “당시 제2노조 안 모 위원장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고, 금속노조 현수막 제작 과정에 관리자들이 방해해 충돌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어용노조는 왜 ‘어용’일까

MBN이 보도한 충돌 영상은 금속노조와 기업노조간의 다툼이 일었던 상황이다. 그렇다면 금속노조는 왜 기업노조에 큰 분노를 보여 온 걸까.

사측은 2011년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제2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실제로 회사가 2011년 6월 작성한 대외비 문건 ‘노동조합 설립 절차’에 따르면, 사측은 제2노조 설립을 위한 사전준비와 설립총회, 후속조치 등 전반적인 과정들을 진두지휘했다. 심지어 노조설립 총회 ‘대본’까지 만들어놨다. 회사는 문건에서 어용노조 설립과 관련해 “아산지청, 노동부 천안지청 등 유관기관과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고, “노조 설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조합가입을 독려함”이라는 계획도 짰다.

심지어 사측은 제2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도록 하는 ‘교섭창구단일화절차’ 문건까지 만들었다. 유성기업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회의’ 문건을 통해 “유성노조(제2노조)의 세력화 사업의 목적은 2011.12.31.까지 사업장 내 조합원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한 “유성지회와 유성노조(어용노조)간에 차이를 둘 수 있는 (임금) 차등지급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계획했고, 실제 임금차별 등을 실행에 옮겼다.

법적으로 사용자는 노조의 설립 및 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 때문에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설립한 제2노조는 불법성을 인정받아 2016년 4월 설립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를 계획하고 실행한 창조컨설팅 심종두 전 대표는 지난 8월 징역 1년 2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바 있다. 법원은 “피고인들(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조파괴) 문건은 산별 노조를 기업별 노조로 바꿔 합리적으로 통제할 방안과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항할 세력을 키우고 의식화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노조에 대한 지배 개입과 조직형태의 변경을 목적으로 했던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곧바로 회사에는 제3노조가 설립됐고, 이들은 현재까지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유성기업지회는 “노조파괴는 2011년 직장폐쇄 당시 벌어진 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2016년 제2노조가 설립 무효 판결을 받기 전까지 사측에 의해 노노갈등, 지속적인 차별과 탄압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항의는 정당한 자기방어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노조파괴로 철저히 악용했다. 1300여 건에 달하는 고소·고발이 그 증거다. 그 증거가 갑자기 조합원들을 폭력집단으로 내모는 것으로 활용될 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꿔치기’하려는 유성기업과 보수언론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