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규탄 마지막 시위 열려…이후 무기한 연기

2만 여명 모여 웹하드 카르텔 비판하며, 정부 역할 촉구


편파판결,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여성들로 광화문 광장이 가득찼다. 디지털 성폭력을 키워온 웹하드 카르텔과 이를 비호하는 사법부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엔 2만 여명의 여성들이 모여 “이게 나라냐, 악덕 포주지” “난 못살겠다, 갈아엎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웹하드 카르텔을 규탄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입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며,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대통령이 여성의 피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불편한 용기’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 5월 19일부터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불법촬영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변함없는 남성 기득권에 의한 여성혐오 사회에 분노한다”라며 “불법촬영, 편파판결의 카르텔을 끊으려면 성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현 사법부는 남성들의 성범죄에 유독 관대하게 대처하며 성별에 따라 판결의 수위를 달리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성 위주의 사법부는 어째서 남성 가해자에게만 감정 이입하는가? 여성은 남성들의 유희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여성을 인간 그 자체가 아닌 국가 존속을 위한 도구로, 남성들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편파판결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는 이번이 여섯번째로, 올해 5월 19일을 시작으로 6월 9일, 7월 7일, 8월 4일, 10월 6일 등 지난 7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모인 집회 참가 인원은 25만 여명에 달한다. 이번 6차 시위는 사실상 마지막 시위로, ‘불편한 용기’ 측은 이후 시위는 무기한 연기되며, 차후 개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불편한 용기’는 “한국 사회에서 불법촬영을 비롯한 모든 젠더권력에 의한 범죄의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성별에 따른 편파판결이 종식될 때까지, 언론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폄훼하고 왜곡하지 않을 때까지, 국가가 여성을 국민 그 자체로 존중하고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을 때까지, 여성들의 삶이 인간다워지는 그 날까지 한국의 여성들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남성 중심적 사회가 변할 때까지, 이 사회의 여성혐오가 뿌리째 사라질 때까지 여성들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에서 4명의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머리를 삭발해 분노를 직접 표출하기도 했다.

삭발에 나선 한 참가자는 “대한민국은 피해자가 고통받는 사회다. 여자를 몰래 찍은 영상은 웹하드에서 유통됐고, 필터링 업체는 삭제해 준다고 돈을 챙겼다. 웹하드 카르텔은 남성 기득권 세력이 형성한 범죄 집단으로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분노한 여성이 미러링하니 국가가 나서 경계하고 탄압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작은 용기에서부터 변화한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로 불편한 용기를 시작하려 한다”라고 외쳤다.

‘불편한 용기’는 웹하드 카르텔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국회를 비판했다. 이들은 “올해 성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들이 140여 건 발의됐고, 이미 계류돼 있던 법안까지 포함하면 성범죄 관련 법안은 200건이 넘는다”라며 “그러나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7건뿐이며, 법사위까지 올라온 법안은 4건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1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불법촬영물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해서는 “ 해당 개정안의 형량이 저작권법 위반의 ‘ 징역 5년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형’보다 훨씬 못한 수준 ”이라며, “ 불법촬영물 피해자의 인권이 저작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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