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 자살…노조파괴 희생자 또 나와

20일 자택에서 자결…고위험군 우울증 겪어

유성기업 노동자 오 모 씨가 지난 2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가와 자본이 주도한 노조파괴로 한광호 열사 이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희생된 셈이다. 고인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2011년부터 시작된 노조파괴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어왔다. 고인은 충남노동인권센터 조사에서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있었다. 현재 유성기업 노동자 절반 이상이 주요 우울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고인은 1991년 유성기업에 입사해 지난 9월 30일 퇴사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지난 29일 고인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고, 가족에게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인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지난 28일 가족장을 치렀다고 노조 측에 알렸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사표를 제출하기 전 결근이 잦았고, 주변의 만류에도 결국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성기업 노조파괴가 또 노동자를 죽였다”며 “동료를 지키기 위해 싸워 온 조합원들은 또다시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다. 유성기업 노조파괴는 조합원들의 일상을 잔인하게 파괴했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하는 극단의 현실로 노동자들을 몰아넣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는 2016년 7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우울증으로 인해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어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심각하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6월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와 인권위가 허비한 2년의 시간동안 노동자의 고통은 더 커졌고, 결국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지금 당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대책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라”며 “유성기업지회는 이 억울한 죽음에 책임을 묻겠다. 반드시 노조파괴 8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전했다.

노조는 오는 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