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팔다리 자른 수상한 공기업들…그 속에서 사망한 김용균

[기획①] 발전정비회사…공기업 퇴직자의 일자리로 전락

[편집자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이제 한달이 돼 간다. 살아있었다면 25살을 맞이했을 그는 우리 사회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숙제를 던지고 떠났다. 지난 한달은 그 숙제를 풀기는 커녕, 추모를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 사이 원청인 서부발전은 김용균을 앗아간 그 컨베이어 벨트를 다시 돌리겠다고 야단이고, 노동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서부발전의 이해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참세상>은 서부발전의 주요 하청업체들의 연혁과 임원진들을 살펴보며 몇몇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청구조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공공 사업은 대기업으로 넘어갔고, 공기업 퇴직 임원들은 민영화된 기업으로 넘어가 안락한 자리를 꿰찼다. 첫 기사에선 김 씨가 소속돼 있던 한국발전기술의 민영화 과정을 살피고, 두번째 기사에선 서부발전의 다른 주요 하청업체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한국서부발전의 설비는 한국서부발전 소유지만, 발전소 운전 및 정비 등 대부분의 업무는 외주화돼 있다.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하거나 안전교육을 시키는 업무 자체도 대부분 외주업체나 대행기관에 넘겨진다. 서부발전의 주요 하청업체는 한국전력 및 5개 화력발전소 출신이 요직을 꿰고 있었다. 공기업을 쪼개고 매각해 민간기업이 됐는데, 그 민간기업에 다시 공기업 출신 인사들이 앉아있었다.

사모투자펀드 손에 들어간 발전정비산업


현재 서부발전의 하청업체로 태안화력 9~10호기의 운전과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고 김용균 씨가 소속된 한국발전기술은 원래 한국남동발전(이하 남동발전)의 자회사였다. 남동발전은 2014년 한국발전기술의 지분과 경영권을 태광실업(주)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은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대책에 따라 비핵심 사업분야 지분매각을 통한 적극적 부채감축계획의 일환이었다. 언론은 이 일을 두고 “공기업 부채감축 관련 최초의 공기업 자회사 민영화를 달성했다”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태광실업은 한국발전기술의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480억 원 규모의 펀드인 칼리스타파워시너지사모투자전문을 만들었다. 이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위인 이승원 대표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였다. 이 대표는 2014년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로 취임해 2018년 말까지 대표이사로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발전기술의 지분 52.43%를 칼리스타파워시너지사모투자전문이 소유하고 있다.

이후 칼리스타파워시너지사모투자전문은 발전정비업계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한국발전기술('14.6)에 이어 한국플랜트서비스('16.2), 에이스기전까지 인수('17.9)하며 민간 발전정비 회사의 절반을 독식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의 특성상 단기 이익 창출에 매몰돼 정비인력 양성이나 기술 개발을 등한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입찰 참여 7개 민간정비업체 중 3개 업체를 동일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소유함으로서 불공정 입찰 환경을 유발할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같은 흐름을 정책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를 확대한다는 기조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졌다.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발표된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에 따르면, 발전5사 설비에 대한 한전KPS(정비시장을 100% 전담하던 공기업)의 정비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민간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한전KPS가 전담하던 정비는 2008년엔 70% 점유로 감소했고, 2015년엔 50% 수준으로 추락했는데 더욱 낮은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발전소 퇴직 후, 민간업체 대표가 된 ‘본부장님’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기업에서 쪼개진 민간기업은 공기업 출신 인사들의 일자리로 전락했다.

한국발전기술의 백 모 대표이사는 남동발전의 영흥화력본부장까지 지낸 인물로 지난 2011년 9월 정년을 맞아 퇴직했다. 한국발전기술에 백 씨가 이름을 올린 건 2017년 7월이다. 사내이사였던 백 씨는 그해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백 씨는 한국발전기술 홈페이지 CEO 메시지를 통해 “한국발전기술은 안전과 보건을 모든 작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안전한 작업 환경과 적합한 안전관리 규정을 설정하고, 직원들은 그에 따라 사업장 내에서 철저한 안전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작업을 수행합니다”라며 취임 일성을 밝혔다.

하지만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나온 동료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 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고 김용균 씨의 경우 사비로 손전등을 사는가 하면 두 손을 모두 써야하는 작업에 헤드랜턴은 꼭 필요한 장비임에도 지급받지 못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에 따르면 전체 750여 명의 임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는 150여 명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공공부문 소속 외 근로자 근로조건 사례조사>(2016.12)에서 “발전설비 운전시장에 새로 진입한 민간 기업들의 계약직 채용 공고가 나기도 한다”라며 한국발전기술의 예를 들고 있다. 한국발전기술이 2015년 10월 채용업체에 올린 발전설비 운전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충남 태안, 인천 영흥의 화력발전소의 기계ㆍ전기ㆍ환경화학 분야에서 일할 노동자들을 모두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러한 계약직 채용은 2018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발전기술의 백 대표이사는 주식회사 에콜라이트의 대표도 겸직 중이다. 백 대표이사는 2011년 남동발전에서 정년 퇴직 이후 남동발전이 특수법인으로 설립한 에콜라이트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 대표이사에 등재해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에콜라이트는 석탄재 재활용 인공경량골재 제조업체로, 사업 초기엔 폐기물인 석탄재를 재활용해 인공경량골재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설비라며 홍보했지만 결과는 공기업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부실사업’으로 끝나고 말았다.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인공경량골재사업의 경제성 검토 등이 부적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0년 연간 20만톤 생산규모로 공장을 착공한 특수법인(SPC) 에콜라이트는 설비운영능력과 운영자금 부족으로 2013년 9월 휴업을 선언하고 참여업체들도 모두 포기해 운영까지 남동발전에 맡겨졌다.

경량골재공장은 당초 민간사업체와 상호 출자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민간업체가 투자기업을 구하지 못했다며 뒤로 물러났고, 남동발전은 공동으로 부담키로한 공장설비자금을 대신 내주기까지하며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2015년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의 박완주 의원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각종 특혜에도 남동발전은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아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특혜사업에 이어 부실운영이라는 악순환을 해소하는 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동발전이 인공경량골재사업을 하겠다며 사용한 투자비는 공장신축 228억 원(최초 설계였던 166억 원에서 증가), 지체상금미수 60억 원, 운영인건비 30억 원, 계획예방정비공사비 10억원 등 무려 328억 원 가량이다.

남동발전은 에콜라이트와 유진테크(운영자금 투자자)를 상대로 지체상금 명목으로 36억 원을 청구한 상태지만, 쏟아진 예산을 주워담긴 턱없이 모자른 액수다.

발전노조의 한 관계자는 “업계 내에선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터무니 없는 설비까지 지어놔 말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남동발전이 다시 운영하고 있지만, 애초 타당성 조사도 부족했고, 여러모로 제기된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실제 발전사 등 공기업 출신들이 민간의 요직을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했다. 2017년 8월 당시, 7개 민간발전정비 회사(수산인더스트리, 금화피에스시, 한국발전기술, 에이스기전, 원플랜트, 한국플랜트서비스, 일진파워)의 팀장급 인사들 중 한전KPS, 한전, 한수원, 발전사 출신이 100여명에 달했다. 그 중 한전KPS출신들은 59명을 차지했다.

사회공공연구원은 2016년 6월 발표한 <공공부문 안전·위험의 외주화, 실태와 개선방향>에서 “현장 인원부족이 계속되는 조건에서 외주화의 확산은 결국 일본과 같은 원자력 현장의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특히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력발전 정비 업무를 외주화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발전 정비에 특화된 한전KPS의 업무를 민간에 개방할 경우 한전KPS의 기존 임원들이 회사를 만들어 정비 업무를 맡게 되거나 최저가낙찰제에 따라 자격 없는 업체가 이 업무를 맡을 우려도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10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은 공공기관 퇴직자들이 민간발전정비회사 간부로 취업하는 등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전KPS주식회사사장을 상대로 “민간 정비업체를 양성해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 이렇게 했는데 실제로 그게 맞는가, 저는 오히려 경쟁력 확대가 아니라 일자리 봐주기였던 것 아니냐”라며 “왜 민간시장을 만들어 경쟁력 확대라는 이름으로 굳이 KPS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이중 삼중으로 그렇게 늘려가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