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응답하라”…전국서 김용균 장례 위한 촛불 들어

19일 5차 범국민추모제, 최대 규모 예상…“고 김용균 씨 장례, 설 전에 치러야”

지난 12월 11일,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돼 사망하고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간 유족과 노동계 및 시민사회가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유족이 국회를 오가며 ‘김용균법’이라는 산업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중대재해를 저지른 기업을 처벌하거나, 김용균 씨와 같은 발전소에서 벌어지는 위험의 외주화는 막지 못했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4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시민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즉각 멈춰라”라고 외쳤다. 그리고 고 김용균 씨의 장례를 유족의 요구대로 설 전에 치르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19일까지 유가족, 노동자, 시민의 요구안에 답변 하라고 요구했다.

전날인 18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고 김용균 씨 유족은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오늘 유족 김미숙 씨는 “특별근로감독은 회사 측과 나라가 정한 사람들로만 구성돼서 믿을 수 없다. 이번 진상규명을 할 때만큼은 우리 측 사람들을 구성해 속속들이 다 파헤쳐 억울한 죽음을 입증하고 싶다. 죽지 않아도 될 수많은 사람이 왜 다치고 죽어야 했는지, 나라와 서부발전에 연쇄살인의 책임을 묻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 아들의 바람대로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어 서민들도 인권을 찾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만들어지길 간곡히 바란다”라며 “대통령께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말씀하셨던 그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안 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썩어빠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대통령의 결단을 바라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민주당 대표 이해찬 의원은 12월 21일 빈소를 찾아와 고 김용균 씨의 동료들이 꼭 정규직화돼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촉구에 ‘노동부와 산자부를 만나 금년(2018년)이 가기 전에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우리 용균이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정부의 발전 민영화와 외주화 정책은 변한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사는 1년 전부터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가 줄곧 제기해온 발전5사 통합 협의체 구성을 이제 와서 하자고 하는데 구체적인 발전 외주화 중단과 정규직 전환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저들은 분명 자회사를 만들자고 할 것이 분명하다”라며 “발전사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는 과거 한전의 자회사, 현재는 민간업체인 한전산업개발로 일괄 통합해 한전 자회사화하고, 경상정비는 한전KPS로 흡수한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불법파견을 금지하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고 원청인 발전5사가 30년 전 본인들의 업무였던 것을 이제라도 직접고용해, 현장에서의 차별대우와 죽음이 없어질 때만이 이 싸움은 끝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님, 제발 김용균 유족의 한을 풀어달라”라며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용균의 유족이 함께 하는 지금이 기회”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정 씨는 “구의역 참사 당시, 사망한 김 군의 원청기업인 서울메트로는 벌금 몇 푼을 내고 무죄로 풀려났다. 김용균 씨가 죽은 태안화력발전소 역시 매번 사고가 났는데 원청인 서부발전이 처벌받지 않았다”라며 “원청의 살인행위에 대한 처벌을 담기지 않은 것이 이번 산안법 개정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정 씨는 “고의적, 반복적 노동자 사망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담고 있는 기업살인법의 원조인 영국에선 유족의 힘으로 이 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라며 “김용균의 유족이 함께 하는 지금이 기회다. 국회에 잠자고 있는 기업살인법이 제정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제가 끝나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종로 방향으로 행진해 세운상가 광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4차 범국민추모제는 서울을 비롯한 부산, 경기, 인천, 충남, 충북 등 10개 지역에서 함께 진행됐다.

19일 5차 범국민추모제, 역대 규모 예상

한편 오는 19일 열리는 5차 범국민추모제는, 지난 범국민추모제를 넘어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 민주노총의 주최로 전국노동자대회가 오후 2시 진행되고, 이어서 오후 3시 30분부터 5차 범국민추모제가 시작된다. 12일 전국 10개 지역에서 각자 진행된 범국민 추모제는 19일엔 서울 지역으로 집중된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수많은 집회를 열지만,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조직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며 “5차 범국민 추모제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모이도록 조직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