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가장 큰 피해자는 비정규직”

‘사회적 대화와 노동’ 토론회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여부를 놓고 노동계 내부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플랜B는 없다”며 경사노위 참여 의지를 보였다. 반면 노동계 좌파진영은 토론회, 연서명 등을 조직하며 경사노위 참여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이 가운데 참세상연구소, 비정규직권리연구소(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학술단체협의회 등이 주최한 ‘사회적 대화와 노동’ 토론회에 경사노위 전문위원,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해 논쟁을 벌였다. 토론회는 17일 서울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진행됐다.



“방어 수단 없는 비정규직…사회적 대화 최대 피해자 될 것”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회적 대화기구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사노위에서 추진되고 있는 의제들이 탄력근로제 기간단위 확대 등 노동유연화인데, 방어 수단인 노조도, 단체협약도 없는 비정규직이 일차적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김 활동가는 “지금은 노동시간유연화(탄력근로제 기간단위 확대)와 임금유연화(직무급제)가 사회적 대화 의제로 올라온다. 노동자 권리를 공격하는 의제가 올라오면 노동자들이 최선을 다해 방어하더라도 주고받기 과정에서 제도적 권리는 일정 후퇴하게 된다”며 “그러면 노조가 있는 경우엔 단체교섭으로 방어하지만, 노동권이 제약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문제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사노위는 정부가 의제의 주도력을 갖는다”며 “정부가 어떤 정책을 관철하려 하는가에 따라 사회적 대화 주체의 태도가 달라지는데, 사용자단체가 특히 적극적이다. 정부가 노동유연화를 핵심 의제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본이 언론을 통해 중소자본가, 프랜차이즈 사장들을 동원해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압도한다. 정부는 이 의제에 동의하며 안을 올리는 식이다”라고 했다.

장귀연 비정규직권리연구소(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협의기구 참여에 대한 구실이 돼 왔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투쟁하거나 교섭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협의기구에 들어가 정치적 차원에서 비정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협의기구 참여 방법뿐 아니라 아래로부터 조직하고 투쟁하면서 사회적 힘을 얻는 방법도 있다. 이는 양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후자가 돼야 전자를 받쳐줄 수 있는 것이다. 후자는 어렵고 전자를 하자는 건 실제로는 회피하고 방기하겠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혹자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막자고 한다. 투쟁의 힘으로 저지할 수 없으면 협상으로 덜 나쁜 결과라도 보자는 논리”라며 “그러나 대화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투쟁 동원의 명분과 가능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나아가 합의를 한다면 유연화 정책을 승인하게 된 셈이어서 이후에도 반대 투쟁의 정당성을 매우 좁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vs “후진적인 교섭 구조…총노동 단위 투쟁 엮어낼 교섭 있어야”

반면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며 한국 사회의 교섭 구조를 지적했다. 산별교섭, 지역별 교섭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노동계가 의제를 사회적으로 확장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박 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의제를 주도하고, 의제를 발전하기 위한 총 노동단위 투쟁과 총 노동단위 교섭을 엮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원장은 민주노총 집행부 입장이 아닌 개인 입장이라는 점을 밝히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로 양극화, 불평등, 노동 배제가 사회에 만연하다. 동시에 노동운동이 발전하는 데 후진적 교섭 구조가 걸림돌이 된다”며 “민주노총은 올해 한국 사회를 바꾸는 총파업·총력투쟁을 준비하는데 이를 엮어낼 총노동 차원의 교섭이 필요한 상황이다. 진보·민중운동진영과의 연대를 통한 사회 대개혁 투쟁의 시대적 과제를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정책에 개입하고, ‘을들의 연대’를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노동진영의 적극적 산업정책 개입이 자본 위주의 산업구조조정 및 고용형태 변화를 예방할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적극 개입 전략으로 최근 비틀거리는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바로잡고 을들(노동자·민중·영세자영업자)의 연대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영우 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 연구자 개인 의견이란 점을 전제하며, 사회적 협의가 정부의 개혁 추진에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 항쟁으로 탄생했다. 정부는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의 열망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는 친노동정당이 부족하다. 거대 양당 체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사회적 협의는 시민사회의 뜻을 의회에 전달할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대화에 조건이 필요하다”며 “ILO(국제노동기구)는 그 조건으로 △전문 능력을 갖추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의 존재해야 한다 △참여 주체의 정치적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 교섭을 포함한 노동기본권이 존중돼야 한다 △합의된 제도를 통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의 자유를 거래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는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거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자유는 단결할 자유, 노조할 자유 등 ILO 핵심협약 관련 조항인데, 현재 사회적 대화는 이를 협의 대상으로 거래하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는 국가 권력이 간섭할 수 없고, 본래 하면 되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체는 경총, 전경련 등이 자기 요구를 내세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반면 대화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자유가 없으니 요구를 관철할 수도 없다. 권력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기구로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의지가 있다면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 정부는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데, 여태 한국 노동 운동은 탄압받아 왔다. 운동장이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대화의 기본 바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 노동자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닌 사용자에게 정상화를 시키자고 요구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의 정상화’ 주장과 달리, 장귀연 연구위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회적 대화기구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장 연구위원은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 세력화에 대한 자본과 정부의 반응”이라며 “노동운동이 발전하면 자본과 정부가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되는데, 따라서 선택한 방법이 노동자 대표를 사회적 협의의 공간으로 끌어내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의 원할한 축적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결국 지금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사회적 힘이다. 투쟁력과 조직력이 부족한 비정규직엔 더욱더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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