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이고 나발이고 ‘가사노동’은 여전히 지옥이다

[워커스 이슈(1)] 세계여성의날 특집② 《워커스》기자, ‘가사노동전문가’ 도전기

[차례]
(1) 4차산업혁명이고 나발이고 ‘가사노동’은 여전히 지옥이다
(2) 플랫폼 노동은 ‘가사노동자’를 해방시켰을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가사노동 가치는 시간당 1만569원. 어라, 올해 최저임금보다 2,219원이 더 높잖아? 가사노동은 아무리 뼈 빠지게 해 봐야 무급. 하지만 유급 가사노동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꽤 괜찮은 일자리가 될 것만 같다. 예전에는 흔히 가정부, 파출부, 아줌마로 호명됐던 사람들.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하녀 혹은 식모로 살아야 했던 이들. 하지만 최근에는 ‘매니저’ 혹은 ‘클리너’라는 꽤 번듯한 호칭도 생겨났다고 한다. 이게 다 말로만 듣던 4차산업혁명 때문이란다. 이른바 공유경제, 플랫폼 산업이 가사노동 시장을 포섭하면서 이뤄진 변화들이다.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봤다. 4차산업혁명이 낳은 또 하나의 플랫폼 노동. 가사노동 전문가 돼보기.

#1. 교육

홈클리닝 서비스를 중개하는 O2O(Online to Offline)기업 A사의 앱을 다운받았다. ‘매니저’라 지칭하는 가사노동자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부터 살폈다. ‘30세 이상, 65세 이하’이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여성’이어야 한단다. 세 가지 요건 모두 통과. 그렇다면 회사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교육 일정을 확인하고 신청버튼을 눌렀다. 준비물은 주민등록증과 스마트폰이면 된다.

아침 9시에 교육장에 도착하니, 이미 20명가량의 여성들이 가득 차 있다. 교육시간은 오전 9시부터 총 4시간 40분이다. 1교시의 강의 주제는 ‘고객 응대 방법’이다. “안녕하세요. A사 매니저입니다.” 고객을 첫 대면했을 때의 인사법부터 익혔다. 그래야 전문가다운 인상을 줄 수 있다나. 불필요한 질문을 삼가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서비스 예절이다. 사적인 질문은 물론이고, 집 찾아가는 법, 청소 방법 같은 질문도 해서는 안 된다. 한 마디로 인사를 한 뒤, 바로 업무로 직진하라는 말이다. 고객의 요청에 ‘안 됩니다’, ‘못 합니다’라는 대답을 해서도 안 된다. 대신 “시간 추가를 도와드릴까요?”라는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추가 결제를 유도한다.

무엇보다 강사가 두 번, 세 번 강조하며 열변을 토한 주의사항 세 가지. 첫 번째는 정해진 서비스 시간을 다 채우기 전까지는 절대 퇴실하면 안 된다는 것. 고객이 일찍 가라고 권해도 ‘시간에 맞춰 퇴실하겠다’고 버텨야 한다. 고객이 나중에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거다. 두 번째는 직거래 불가. 무조건 회사를 끼고 중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만약 고객과 매니저의 1:1직거래가 발각될 시, 바로 이용제재와 재가입 불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심지어 강사는 고객과 매니저 간의 통화내역을 회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직거래를 바로 잡아낼 수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세 번째는 업무 시 회사에서 지급하는 앞치마를 착용할 것. 앞치마 가슴 앞면에는 회사 로고가 크게 박혀 있다.

[출처: 민지]

2~3교시는 청소서비스 동선 및 앱 사용법 교육이다. 업무 선택부터 출퇴근까지, 모두 앱을 통해 선택하고 기록한다. 집을 나서는 순간 앱을 통해 출근 도장을 찍고, 고객 집에 도착해서 또 한 번 업무 시작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일이 끝난 뒤에도 업무 종료 버튼을 눌러야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보수는 시간당 11000원~13000원 수준. 하지만 시급 13000원은 교통이 불편한 경기도 외곽지역으로 정기서비스를 나가는 경우다. 정기서비스가 아닌 경우는 시급 11000원, 정기서비스여도 대중교통이 발달한 지역은 시급 12000원 선을 받는다. 서비스 가격은 평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두 번의 쉬는 시간 틈틈이 교육생들이 ‘출석체크’를 위해 줄을 섰다. 말이 ‘출첵’이지 간단한 면접 자리다. 주민등록증을 제출하고, 간단한 질문을 받고, 매니저로 등록되는 절차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인터넷 보고 왔는데요.” “일해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오.” 대답과 동시에 광속 합격. 오후 1시를 훌쩍 넘기자 배가 너무 고파왔다. 하지만 회사는 밥 대신 청소가방 하나씩을 지급했다. 앞치마와 함께 꼭 들고 다녀야 할 가방이라나. 그 속에는 앞치마와 행주, 세제, 스퀴즈(물기를 제거하는 청소도구)가 들어 있다. “우리 회사는 여러분에게 돈도 안 받고 이런 전문 교육을 해 드려요.” 강사가 교육시간에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왜 너희 회사 서비스 교육을 받는데 밥도 안 주고 교육비도 안 주냐. 불만을 꼭꼭 씹어 삼키며, 주린 배를 잡고 교육장을 빠져 나왔다.

#2. 연습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남편은 직접 파출을 뛰겠다는 기자를 극구 말렸다. 말로는 ‘걱정돼서’라지만 기자는 남편의 진짜 속내를 안다. 괜히 나가서 민폐 끼치지 말라는 거다. “내가 마음을 잘 안 먹어서 그렇지, 맘만 먹으면 진짜 장난 아니야.” 기자를 ‘똥손’ 취급하는 남편에게 일갈한 뒤, 고무장갑을 꼈다. 지난 교육에서 강사는 실전을 뛰기 전에 자신의 집에서 연습을 해 보라고 권했다. 청소 동선과 시간 분배를 먼저 익히라는 거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연습에 나서보기로 했다. 기자가 사는 집은 13평. 3시간 30분 안에 끝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문제는 퀄리티. 내가 사는 집을 호텔처럼 만들어보겠노라 다짐했다.

오후 3시. 불안해하는 남편을 안방으로 밀어 넣고, 매뉴얼대로 화장실로 갔다. 우선은 화장실과 주방의 묵은 때 불리기. 화장실과 주방을 오고가며 세제를 구석구석 촥촥 뿌렸다.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은 가스레인지에도 촥촥. 때를 불리는 동안 빨래를 해야 한다. 빨랫감을 분류해 세탁 망에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30분경과.

그 다음 업무는 주방청소다. 우선 세제로 불려놓은 가스레인지를 손으로 슥슥 문질러 봤다. 하지만 기름때가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세제를 너무 적게 뿌렸나? 아무래도 따뜻한 물에 불려야 하나보다. 설거지거리를 쌓아 둔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채워 넣고, 가스레인지 화구격자와 버너를 담가 놓았다. 그런데 잠깐, 곰팡이 제거제를 뿌린 것과 식기구를 같이 섞어도 될까? 서둘러 세제 성분을 훑어봤다. 잘은 모르지만 뭔가 엄청나게 유해하고 독한 물질들로 이뤄진 세제다. 피부에 닿았을 경우 즉시 물로 닦아내고, 사용 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란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다. 부랴부랴 베이킹소다를 마구 뿌린 뒤, 가스레인지 상판과 벽면을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희멀건 베이킹소다는 고약하게 굳어버린 기름때를 쉽게 물리치지 못했다.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수세미질을 했다. 천연세제는 인체에 무해한 대신, 근골격계 질환에는 아주 유해했다.

[출처: 민지]

식기구를 정리하고 설거지와 싱크볼 세척, 음식물 쓰레기 정리, 싱크대 및 식탁 얼룩 제거를 끝낸 뒤, 수전을 윤기 나게 닦았다. 시계를 보니 주방에서만 벌써 한 시간 이십 분을 써 버렸다.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삼십 분. 부랴부랴 행주를 집어 던지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솔과 수세미와 칫솔을 이용해 세면대와 변기, 화장실 바닥과 벽면을 닦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세제를 뿌려 놓았는데도 타일 사이에 낀 곰팡이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인체에 유해하든 말든, 곰팡이 제거제를 더욱 힘차게 뿌렸다. 두 시간 가까이 팔을 휘젓고 있노라니, 어깨와 목이 묵직해졌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교육 당시 강사는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거울과 수도꼭지, 휴지걸이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야 한단다. 휴지를 호텔식으로 접어놓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청소 후에는 스퀴즈를 이용해 바닥과 벽면, 유리의 물기까지 잡아야 한다. 모든 것을 클리어한 뒤 시간을 확인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도 무려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남은 시간은 삼십 분. 거실과 안방, 작은방은 아직 건드리지도 못했다. 쓰레기들은 빨리 분리수거를 해 달라며 온 집안에서 아우성이다. 세탁기 속 빨래를 방치한 지도 두 시간이 지났다. 당이 떨어져 후들거리는 손으로 작은방에 널브러진 옷과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가지는 교육 시간에 실습한 ‘호텔식’으로 접어 제자리 정리를 했다. 그리고 걸레로 책장과 책상, 테이블을 닦으려는 순간, 알람이 울렸다. 퇴근을 알리는 소리이자, 존망을 알리는 소리였다.

결국 남편과 함께 나머지 청소를 끝낸 시각은 밤 10시. 서비스 시간보다 딱 두 배 더 소요됐다. 요령이 없는 탓이 컸다. 그렇다. 가사노동에서 필요한 것은 ‘여성’이라는 성별 따위가 아니었다. 이 또한 ‘기술’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다. 심지어 실전은 눈에 익은 공간이 아닌, 진짜 낯선 현장이다. 과연 이 모든 패널티를 딛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암울한 그림자 노동의 무게가 까마득하게 나를 덮쳐왔다.

#3. 실전

손을 바들바들 떨며 핸드폰 화면에서 ‘수락’ 버튼을 눌렀다. 몇날 며칠을 고심한 뒤 선택한 첫 업무였다. 서울 외곽의 17평짜리 아파트.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영유아와 애완동물 없음. 세탁 필요 없음. 주방과 작은방 먼지제거 꼼꼼히. 고객이 작성한 카드를 들여다보며, 그만하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회사에서 나눠 준 교육 자료와 앱에 공지된 청소방법을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청소를 책으로 배운다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드디어 출근 당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물품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챙겼다. 행주 2개, 솔과 수세미와 칫솔, 대형 비닐봉투 두 장. 집을 나서며 매니저용 앱을 키고 ‘출발’ 버튼을 눌렀다. 매니저의 출근 기록 입력은 회사를 거쳐 고객에게도 전달된다. 고객의 집에는 10~15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아주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남성 혼자 사는 집이 아니길, 만약 남성 혼자 사는 집이라면 주인이 집에 없길.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 집에 남성과 나와 둘만 있지 않길.

15분 전, 고객의 집 앞에서 벨을 눌렀다. 문을 열어주는 고객의 성별은 여성.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A사 매니저입니다.” 기분 좋게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고객의 품 안에서 북실 거리는 털 뭉치가 튀어 오른다. 으르렁 컹컹. 사나운 강아지가 기자를 향해 짖어대기 시작했다. 분명 업무 카드에는 ‘애완견 없음’으로 표시가 됐었는데. 업무카드 내용과 현장 상황이 다르다면? 물론 교육시간에 들은 바 없다. 즉 그냥 일을 해야 하는 거다.

신발을 벗는 순간, 공기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현관에서부터 쓰레기가 나뒹군다. 한 눈에 들어오는 주방과 거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였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매뉴얼대로라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만, 화장실까지 갈 시간도 없었다.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앞치마를 둘러맸다. 아차, 업무 ‘시작’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서둘러 핸드폰 앱을 켜고 ‘시작’ 버튼을 눌렀지만, ‘업무시간 전입니다’라는 안내창만 뜬다. 할 수 없이 고무장갑을 끼고 주방으로 직행했다. 널찍한 개수대에는 상상 이상의 설거지거리와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 있다. 오랜 시간 눌러 붙은 음식물들은 여간해서 지워지지 않는다. 개수대에 머리를 박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두 차례, 영혼이 빠져나갈 만큼의 심한 구역질을 했다.

그 사이 알람이 울렸다. 매뉴얼에 따른 시간 분배를 위해 맞춰놓은 알람이다. 벌써 50분이 지났다는 얘기다. 계획대로라면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가야 하는데, 아직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상판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 와중에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물을 처리할 쓰레기봉투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안방 문을 노크했다. “고객님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어디에 있나요?” “없는데요.” “그럼 그냥 모아 둘까요?”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으시면 돼요.” 으응? 잠깐 양심이란 놈이 노크를 했지만, 이내 모습을 감췄다. 나는 서둘러 음식물을 모아둔 비밀을 쓰레기봉투 깊숙이 밀어 넣었다.

청소용품을 일일이 찾을 시간도 없었다. 집에서 챙겨간 수세미와 솔, 세제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욕조와 세면대, 변기를 청소하고, 바닥과 배수구, 벽면을 닦았다. 거울과 수전, 휴지걸이에 광을 내고 스퀴즈로 물기를 닦아냈다. 마지막으로 호텔식 휴지 접기를 하는데 실성한 듯 웃음이 비실비실 흘러나왔다.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오십분 가량. 매뉴얼대로라면 거실청소를 해야 하지만, 현장 상황을 고려해 순서를 바꿨다. 쓰레기 청소와 분리수거를 먼저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건드릴 수 없는 상태였다.

100리터짜리 대형 비닐 두 장을 챙겨온 것은, 기자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었다. 부엌과 거실, 보일러실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바퀴벌레 두 마리를 때려죽였다. 음식물과 패트병, 비닐, 캔, 깡통, 택배상자 등을 정리하다보니 대형 비닐봉투가 금방 찼다. 남은 시간 한 시간 십분. 거실을 정리하고 먼지를 제거하니 고작 한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아직 ‘마의 구간’이 남아있다. 고객이 ‘꼼꼼하게’라고 부탁한 작은 방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바닥과 책상에 뒹구는 각종 잡동사니를 정리하며 ‘꼼꼼하게? 지금 꼼꼼하게라고 했냐?’ 라는 욕지거리가 비어져 나왔다. 작은방 책상과 책꽂이를 물걸레로 닦은 후, 또 한 번 안방 문을 두드렸다. “고객님 안방 청소 도와드릴게요.”

안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호텔식 의류 접기’로 착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강아지가 컹컹거리며 또 다시 기자에게 돌진해 왔다. 그 전날, 나는 회사에 산업재해에 대해 문의를 했었다. 돌아온 답변은 심플했다. “근로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나는 ‘우쭈쭈’를 연발하며 애써 의연한 척 했지만, 혹여 강아지에게 물어뜯길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시간 되시면 건조대에 있는 빨래들도 정리해 주세요.” 고객은 이 말을 남긴 채, 강아지를 안고 외출을 했다. ‘뭐? 시간이 남아? 님의 양심은 남아 있으세요?’ 분노를 꾹꾹 누른 채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시계를 보니 업무 종료 시간 십 분이 초과돼 있었다. 재빨리 건조대에서 마른 빨래를 걷어 와 ‘호텔식 접기’를 시작했다. 의류 정리는 ‘기본서비스’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고객이 요구하면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빨래 접기를 다 끝내니 오후 2시. 45분의 초과노동 끝에, 나는 내 몸집만 한 쓰레기봉투 5개를 질질 끌며 고객의 집을 나섰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일 분도 쉬지 못한 채 4시간 15분 동안 극강의 가사노동을 했다. 팔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입이 바싹 말랐다. 업무 종료 버튼을 누르고 휘적휘적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갔다. 빨리 몸을 뉘일 곳이 필요했다. 이 일을 하루에 두 탕씩 뛰는 건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튿날, 나는 회사로부터 3만8,500원의 보수를 정산 받았다. 그리고 심한 근육통에 시달렸으며, 며칠간 웃음을 잃었다. [워커스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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