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은 ‘가사노동자’를 해방시켰을까

[워커스 이슈(2)] 세계여성의날 특집②

[차례]
(1) 4차산업혁명이고 나발이고 ‘가사노동’은 여전히 지옥이다(링크)

(2) 플랫폼 노동은 ‘가사노동자’를 해방시켰을까

지난해 정부가 최초로 발표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액은 360조7천억 원. 그 중 여성의 몫은 272조5천억 원으로 75%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9,864원, 남성은 13,564원이란다. 남자는 가사노동 할 때 금칠이라도 한다는 걸까? 정부의 답변은 이랬다. 시장 부문에서 유사한 활동에 종사하는 개인의 시간당 임금을 적용했다는 것. 달리 말하면, 과소평가된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저임금 문제만일까. 여성의 가사노동이 흔히 ‘그림자 노동’으로 호명되듯,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사노동 또한 여전히 그림자 밖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호들갑스럽게 찾아온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떨까. 가사노동은 공유경제 혹은 플랫폼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회자되곤 했다. 사적 공간, 혹은 개별 가정에서 거래되던 비공식 노동이 산업으로 재편됐다는 것이다. 과연 플랫폼 산업의 발전은 가사노동의 그림자를 걷어냈을까. 이제 가사노동은 더 이상 ‘숨은 노동’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될까. 2019년 현재. 가사노동 시장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가사노동 시장’에 자본이 들어오면

오래 전, 가사노동자는 ‘하녀’ 혹은 ‘식모’라는 이름으로 개인 가정에 종속돼 ‘유사가족’으로 취급받았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껴야 했던 시절 얘기다. 이후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직업소개소’를 중심으로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됐다. 이들은 일정한 보수를 받고 입주 혹은 시간제 노동을 수행해 나갔다. 이들에 대한 호칭도 ‘파출부’ 혹은 ‘가정부’, ‘가사도우미’ 등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2010년에 들어 가사노동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재편됐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노동이 도래하면서다.

홈클리닝 O2O(Online to Offline)기업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전후다. 과거 ‘직업소개소’라는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지역, 동네를 중심으로 수요자에게 가사노동력을 알음알음 공급했다면, O2O기업들은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시켰다. 기업이 모바일 플랫폼을 매개로 광범위한 시장을 확보해 나갈 수 있게 된 셈이었다. 현재 가사서비스 O2O기업은 많게는 20개 남짓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다수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초기 시장경쟁을 통해 상당한 수요자, 공급자를 확보한 뒤,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수십억을 유치하며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플랫폼 기반 사업을 이끌어 온 대형포털도 ‘가사노동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카카오는 2016년 하반기에 ‘카카오클린홈’이라는 홈클리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대형포털의 무차별적인 시장 진입을 비판하고,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면서, 카카오는 그 해 홈클리닝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그렇다고 모든 투자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카카오에서 해당 사업을 준비하던 직원들이 독립해 ‘청소연구소’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했다. 그리고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는 이 기업에 10억 원을 투자했다. 외국의 거대 투자회사들도 국내 홈클리닝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된 홈클리닝 O2O기업 ‘미소’는 미국 최대의 벤처투자사인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31억 원을 투자받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엔비’ 같은 대형 공유경제 업체를 키워낸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엑셀러레이터로 알려져 있다.

홈클리닝 O2O기업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직은 인력소개소의 비중이 막강하지만, 기술을 독점한 O2O기업들의 시장 잠식 속도는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가사노동 시장에서 플랫폼 노동의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섰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을 하는 가사노동자들이 매년 약 1.5배씩 증가하고 있고,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존 직업소개소 중심의 시장이, 플랫폼 기반 서비스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소’는 설립 3년여 만에 주문이 100만 건을 넘어섰으며, ‘대리주부’에 등록된 가사노동자는 8천 명을 돌파했다.

플랫폼 노동은 ‘가사노동자’를 해방시켰을까

기술력과 접근성,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홈클리닝 O2O기업들은 ‘가사노동 서비스’의 전문화 및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파출부’, ‘가사도우미’라는 호칭은 ‘매니저’, ‘클리너’와 같은 세련된 호칭으로 대체됐다. 또한 기존의 가사노동자가 청소업무와 음식, 돌봄 등 가사노동 전반의 업무를 수행했다면, O2O기업들은 ‘청소’와 ‘돌봄’ 등 각 영역을 분화해 전문화시켰다. 하지만 노동 조건의 변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공유경제, 플랫폼 시장에 포섭된 인력들은 여전히 ‘노동자’라는 이름을 갖지 못한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니, 근로기준법 등의 노동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 기업의 공급자 운영 방식은 직업소개소와 분명 다르다. 직업안정법에 따르면 기존 유료직업소개소는, 노동자를 직접 관리·감독하거나 근로조건 등에 개입할 수 없다. 직업소개소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시키고 수수료를 받는, 딱 그만큼의 역할을 한다. 반면 전문성을 강조하며 브랜드 가치를 홍보하는 홈클리닝 O2O기업은 나름의 ‘서비스 매뉴얼’을 통해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회사 로고가 박힌 앞치마를 착용케 하고, 서비스 예절과 응대법을 교육하는 것도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앱’을 통해 출근하는 순간부터 업무 시작, 그리고 업무 종료까지 회사에 모두 보고해야 한다. 지각이 예상되는 경우 반드시 회사에 보고해야 하며, 업무가 취소됐다는 소식도 회사를 통해 전달 받는다. 업무 범위 역시 기업의 통제 아래 있다. 노동자들은 기본서비스(세탁, 화장실·주방·거실·방 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를 중심으로 여러 업무 옵션이 추가되는 회사의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심지어 평가 결과와 등급에 따라 업무에 차등이 생기거나 제재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대다수 홈클리닝 기업들은 고객으로부터 해당 가사노동자의 서비스 평가 결과를 모으고 있다. 이는 차후 보수 차감이나, 업무 제한의 패널티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가사노동자와 플랫폼 기업 사이의 ‘근로관계’, 즉 사용종속관계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지정한 장소와 시간에 근무하며, 근무시간 변경 및 근무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등 사실상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자들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실제로 플랫폼 기업들은 지정된 가사노동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성’과 함께 ‘안전성’을 브랜드 가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업무를 수행할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엄포도 잊지 않는다. ‘내국인’이자 ‘여성’만을 채용하는 관행 역시 ‘안전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시간에 따른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을 뿐,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위험 부담이 없다. 2009년 12월, 고용노동부는 위와 똑같은 이유로 요양보호사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4차산업혁명도 구원하지 못하는 노동조건

가정집에서 직업소개소를 거쳐 공유경제 기업까지. 시장이 변하든 기술이 고도화되든, 가사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절대 불변의 법칙처럼 멈춰서 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은 모든 법적 보호 장치에서 배제되곤 한다. 직업소개소가 가사노동의 유일한 알선기관이었던 2014년 기준. 가사육아 영역 노동자의 4대 보험 가입률은 고작 6.2%다. 그리고 플랫폼 시장이 열린 현재까지도,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임금 수준도 제자리걸음이다. 2014년 가사노동자의 시급은 약 1만1359원. 현재 플랫폼 가사노동자의 임금도 1만1000~1만2000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들은 더욱 늘고 있다. 홈클리닝 기업의 경우, 서비스 시간에 노동자의 휴게 및 식사시간을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 시간에는 사적인 통화 등 핸드폰 사용도 자제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반면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리 직업소개소 소속 가사노동자 64.6%가 휴게시간 및 식사시간을 보장받고 있다고 답했다.

업무상 부당한 대우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만한 장치도 마땅치 않다. 가사노동 직종 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은 약 98%로 압도적이다. 게다가 ‘집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성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오로지 ‘여성’만을 채용하는 플랫폼 기업이 다수지만, 성폭력 및 부당한 대우에 대처하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 업무상 재해나 성폭력, 감시, 인격적 모독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고, 오로지 고객 서비스를 위한 매뉴얼만 일방통행식으로 주입된다. 직업소개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임금 등 노동조건, 이용자와의 분쟁 조정, 인권침해 예방, 직무교육 훈련 등과 관련해 알선기관이 갖는 영향력은 높지 않다”며 “가사노동자 알선기관은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하고 이용자와의 관계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동조건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플랫폼 가사노동 시장의 확장은, ‘다수의 직업소개소’가 ‘소수의 독점업체’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아울러 소수의 플랫폼 업체가 법적 규제를 피해 이윤을 쌓아올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직업소개소는, 직업안정법의 규제를 받는다. 수수료 요금도 책정 돼 있다. 반면 홈클리닝 O2O기업은 ‘건당 수수료’ 구조다. A사의 경우 고객의 서비스 이용료 중 약 17%를 수수료로 뗀 뒤, 나머지를 보수로 지급하고 있다. 가사노동자가 주5일, 하루 한 건씩, 한 달간 일을 하면 최소 15만 원 이상을 수수료로 벌어들인다. 시장을 독점한 소수 기업들은 저가 경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된다. 한때 홈클리닝 분야의 ‘우버’로 불리던 미국 공유경제 기업 ‘홈조이’도 노동조건 악화 논란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홈조이는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무리한 할인정책을 꾀했으며, 노동자는 최저임금과 초과근로수당도 받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했다. 결국 홈조이는 노사분규와 법적 다툼, 과도한 사업 확장에 따른 경영난으로 2015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홈조이에 투자했던 유명 벤처캐피털 중 하나가 ‘와이콤비네이터’다.

최영미 대표는 “기술을 독점한 소수 자본에 이윤이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불안해질 것”이라며 “공유경제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워커스 52호]

66년째 노동자 아님

‘식모’와 ‘파출부’를 거쳐 지금의 ‘매니저’로 호명되기까지. 가사노동자들은 단 한 번도 노동자로 살아본 역사가 없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됐을 때도, 가사노동자는 노동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현재도 근로기준법 제11조 ‘적용범위’ 조항에는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이 때문에 가사노동자는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심지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조차 배제됐다. 각종 사회보장법에서도 가사노동자는 무조건 ‘열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 시행령에서도 가사노동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지난 2011년, ILO 총회에서는 ‘가사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협약’이 채택됐다. 가사노동자도 노동법에 보호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당시 한국정부도 ILO총회에 참석해 협약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가사노동은 여전히 유령 같은 존재로 머물러 있다. ILO 총회 이후, 국회에서는 가사노동자에게도 노동법과 사회보장법 등을 적용토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됐다. 18대 국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사노동자들 역시 국회에 개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번번이 법안의 발목을 잡았다. 2017년 정부가 발의한 특별법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에서조차 가사노동자 법안이 유령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는 “지난해에는 통과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실에서 ‘야당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가사노동자 법안이 매번 후순위로 다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