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자대회 “직장 내 차별 원인, 성별 분업 타파하자”

111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싸우는 여성 노동자 모여 격려와 성평등 세상 다짐


111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직장 내 차별에 맞서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이 모였다.

3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민주노총의 주최로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직장 내 차별 원인으로 성별 분업을 꼽았다. 이들은 채용부터 시작해 정규직 전환, 일자리 배치, 승진, 임금, 직장 내 성폭력 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성별 분업을 타파하자고 외쳤다.

대회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은 투쟁 선언문에서 “일터에서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로 구분된 일들은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에 대한 착취와 편견의 산물이자 남성 중심 가부장제가 일터에서 구현된 결과”라며 “성별 분업으로 여성의 일은 저숙련 노동이라 불리고 덜 위험하고 덜 힘들기 때문에 덜 받아도 된다는 편견을 낳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권 공공기관 채용 성차별이 사회적 공분을 모았던 지난해에 이어, 민간기업 전반의 채용 성차별 실태를 확인하고 이를 노동조합이 먼저 바꾸겠다”라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자회사로 전환되는 꼼수 속에 이뤄지고 있는데 그 일자리 대부분 여성 직종임이 확인된다. 여성직종의 자회사 전환, 정규직 전환 배제에 대해 연대 투쟁으로 막아내겠다”라고 결의했다.

박수갈채 받은 두 여성 노동자

이날 대회에선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과 성평등 모범 조직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두 조합원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노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과 김미정 건설산업연맹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부지부장의 이야기다.


이노이 조합원은 한국지엠에서 해고돼 4년간 복직 투쟁을 했고, 정년 1년을 남겨두고 임금 차별 시정까지 이뤄냈다. 이 조합원은 “낮엔 집회에 참석하고, 밤엔 식당을 전전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다 4년 만에 복직했다.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돌아갔지만 여성이라고 차별이 너무 심했다. 다들 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들어가는데 2년간 잔업 특근에서 배제되고 누가 근태를 확인하는지도 모르는 개선반에서 2년 세월을 보냈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문을 열심히 두들겨 결국 동일임금을 쟁취했다”고 기쁘게 말했다. 그는 “매월 싸인하는 호봉 테이블에서 나는 매일 10번을 맡았는데 상상도 못 했던 7번에 당당하게 섰다. 여성 노동자들이 너무 힘들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 우리 노동자들 사이의 고리를 연결하면서 오뚜기처럼 싸워나가자”라고 말했다.


김미정 건설산업연맹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부지부장은 건설 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한 경험들을 들려주며, 건설 현장이 좀 더 평등한 현장으로 바뀌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기중서부건설지부에는 현재 30여 명의 여성 조합원이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다.

김 부지부장은 “남성들도 일하다 도망가는 직종으로 그만큼 힘들고 산재사고도 비일비재한데 여성 노동자들은 성희롱까지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라며 “나도 ‘여자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슬래브 위에 올라가느냐’ ‘네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널 현장에 보내냐’ 등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지부의 성평등을 위한 움직임과 시도를 바탕으로 현장이 조금은 변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여성도 똑같은 노동자고 기능인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투쟁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노동자대회에 모인 여성노동자들은 △채용, 배치, 승진, 임금 등 모든 고용과정의 성차별을 박살내자 △여성의 노동은 싸구려 노동이 아니다. 최저임금 개악 중단하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자회사 필요 없다.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성차별적 정규직 전환 중단하고 여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동일임금 쟁취하고 성별임금격차 해소하자 △미투가 바꿀 세상 민주노총이 앞당기자 △낙태죄를 폐지하라 △성별 분업 해체하고 성평등 세상 앞당기자 등의 요구를 함께 외쳤다.

“노동자가 미투하고, 다시 노동자로 돌아가는 당연한 길”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공연도 눈에 띄었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우는 금속노조 서울지부의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신영프레시젼분회, 성진씨에스분회가 공동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세 사업장 모두 여성 사업장으로 신영프레시젼분회는 신창석 회장의 먹튀 청산에 맞서, 성진씨에스분회는 회사의 위장폐업에 맞서 싸우고 있다. 레이테크코리아분회는 임태수 사장의 막말과 폭행에 항의하며 체불임금 지급과 부당배치전환 철회를 걸고 싸우는 중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꽃밭에서’ 등을 열창한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는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휘자의 횡포에 항의해 노조를 만든 이들은, 양주시가 노조 결성을 이유로 양주시립예술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날 연대 발언으로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나섰다. 이 소장은 “지난해 미투운동으로 여성들은 일상에서 만연하게 이뤄지는 성폭력을 드러내고, 성폭력이 성차별적 문화와 구조,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알려냈다”라며 “범정부 대책도 나오고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재판 결과도 나오는 등 이미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그럼에도 노동자가 미투하고, 다시 노동자로 돌아가는 이 당연한 길은 더디고 힘들다”라며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 씨의 분투를 1년간 가까이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매순간 한 걸음씩 나아가는 피해자분들에게 온 마음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노동현장이든 일상이든, 더 이상 성폭력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인식과 토론식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1시간 반의 도심 집회를 끝낸 여성 노동자들은 보신각을 거쳐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행진에 나선 이들은 구호와 박수로 보신각에서 진행된 ‘마녀행진(대학 내 총여학생회 폐지 규탄 퍼포먼스)’을 지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