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취약계층 대표자들, “중요 대화에서 계속 배제돼”

회의 강행하는 경사노위에 쓴소리 “여성, 청년, 비정규직이 '보조축'?…문성현 위원장이 대화 배우고 와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3차 본회의 불참을 선언한 취약 계층 대표 3인이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는 경사노위의 운영 구조를 지적하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등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 3명은 11일 오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사노위 제3차 본위원회 불참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깊은 고뇌와 숙고를 거듭한 끝에 불참을 결정했다”라며 “실업부조 도입과 고용서비스 인프라 확충을 담은 고용안전망 강화 합의문 채택, 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중요 의결 구조에서 모두 배제돼

취약 계층 대표 3인은 중요 의결 구조에서 모두 배제되고, 합의안을 수정 보완할 창구도 전혀 없다고 항의했다. 또한 이에 대한 개선 없이는 앞으로도 정부 고충 처리 기구로서의 거수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의제개발조정위와 운영위가 경사노위의 핵심기구인데도 참관만 하게 해달라는 우리의 요청이 묵살되고 있다. 최소한 어떤 의제들이 어떤 경중을 갖고 논의되고 있는지 그 흐름이라도 알 수 있게 한 명만이라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해 수정 보완을 요구했지만 한국노총과 경총의 합의안에서 단 하나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표명해서, 저희로서는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라며 “당정청이 이미 합의하고 경사노위로 보낸 탄력근로제는 경사노위를 정부 고충 처리 기구처럼 활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나지현 위원장은 “계층별 위원회에서 우리 위원들이 의제 발굴하면, 의제개발조정위와 운영위를 거치게 되는데 이 두 개의 산은 접근도 불가능한 산이다. 위원들이 올린 의제가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고, 본회의에 가서야 알 수 있다”라며 “7일 본회의에 불참하며 이런 운영 구조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동문서답만 돌아왔다”라고 비판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지난 7일 본회의 무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근로자위원의 불참으로 본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못 채운 것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법개정까지 검토해 본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합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도 11일 경사노위 3차 본위원회 이후 브리핑에서 "법률적 자문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 경사노위법에 의제별위원회와 업종별위원회의 의결사안이 꼭 본위원회를 거쳐야지 효력을 발생한다는 사항은 없다"며 "현재 법체계에서 본위원회 의결 없이 다른 위원회의 의결만으로 효력이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축’ 발언 사과, 운영구조 개선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 있어야

이들은 대화 복귀 조건에 대해서도 요구안을 내놨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취약계층 대변하는) 3대표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철회하고, 여성·청년·비정규직을 ‘보조축’으로 폄하한 발언에 대한 사과, 운영구조 개선에 관한 공식적 입장 발표 등이 필요하다고”고 했다. 다만 “이러한 요구안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모든 조건이 선결되면 참여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서, 대통령이 반드시 살펴야 한다”라며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했다.

나지현 위원장은 “여성, 청년,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보조축’ 발언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지난 주말, (취약계층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데 이런 모욕적인 발언들이 저희 위원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으로 다가간 것 같다”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병철 위원장은 “청년유니온 조합원들과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됐다거나 ‘세 번의 기회를 주고, 특단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는 경사노위의 입장에 대한 분노였다”라며 “오히려 문성현 위원장이 대화를 배우고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대화 포기하지 않겠다

3인 대표는 경사노위가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이미 9일 발표한 공동입장에서도 “경사노위 무용론과 해체론을 반대한다”라며 “경사노위가 문제가 있더라도 시정하면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경사노위는) 다시는 없을 소중한 기회다. 미조직 노동자들도 목소리를 덧댈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두 번 불참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도록 하겠다”라며 “반드시 사회적 대화 기구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등의 비정규직 단위와 민주노총,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은 경사노위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61개 노동·인권·시민·사회·종교·법률 단체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야합을 사회적 대화로 포장하는 정부와 경사노위를 규탄한다”라며 “여성·청년·비정규 노동자대표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