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동자 사망 ‘외면’하고, ‘정치화’하고, 때로는 ‘광고’로 바꿔먹고?

[워커스 미디어택] 산업재해사망 비율 1위… 한국사회에 기생하는 언론들

  고 김용균 3차 범국민추모제 [출처: 홍진훤]

한국의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참으로 많이도 죽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다양한 업종에서 연달아 노동자 사망 비보가 들려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김용균 씨, 카풀 서비스를 반대해 국회 도로에서 분신 사망한 최우기 씨와 임 아무개 씨. KCC 여주공장에서는 A씨가 홀로 일하다 대형 유리판이 쓰러져 사망했고,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도 폭발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이 수많은 산업재해 사망자 중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그 기사들을 봐도 부아가 치미는 것은 마찬가지다. 언론이 노동자들의 사망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최근의 사례는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김용균 씨 사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누구인가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한국사회에 ‘외주화’ 문제를 다시 대두시켰다. 기업들은 필수 업무임에도 위험한 일들은 외주화해 갔다. 그 결과,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그 희생자가 됐다. 반면,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더 커졌다. 정치권이 일조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눈을 감았다. 그리곤 참담한 희생자가 나오자 언제나 그랬듯 보수언론들은 이를 ‘정치화’ 시키는 데 앞장섰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김용균의 죽음을 정치화하고 ‘적의’가 담긴 기사를 쏟아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김용균 씨 유가족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것을 이렇게‘만’ 기록했다. <어제는 암투병 MBC 기자 병문안, 오늘은 김용균씨 유족 면담...지지층 소통 나선 文대통령>. 이 정도면 김용균 씨 사망을 두고 유가족과 노동세력이 정치화하는 게 아니라 조선일보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게 아닌가.

○ “비정규직 제로 약속하라” 또 청와대 앞서 밤샘농성_2018년 12월 22일
○ 추모를 앞세운 ‘또다른 시위’…분향소로 뒤덮인 도심_2018년 12월 26일
○ [팔면봉] 세월호·김용균·이재수…늘어나는 서울 도심 분향소.
문 정권 말년엔 도심 전체가 상가(喪家)처럼 변할 판_2018년 12월 26일
○ 김용균씨 사망 후…상정 8일 만에 통과된 ‘초고속 안전법’_2018년 12월 28일
○ ‘김용균법’ 통과 25일째…다시 ‘진상 규명’에 막힌 장례식_2019년 1월 21일
○ 민간기업 2300명, 공공기관(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분야)
정규직으로 데려간다_2019년 2월 7일
○ [사설] 발전소 안전사고, 공기업이 맡으면 다 해결된다는 건가_2019년 2월 7일
〈조선일보 해당 기사〉

노동자들의 사망, 언론기사화 되는 방식

KCC 여주공장에서 대형 2.5t의 유리판이 쓰러져 5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는 노동자 사망에 대한 또 다른 보도 방식을 보여준다.

노동자가 사망한 11일, 연합뉴스는 〈KCC 여주공장서 대형 유리판 쓰러져 50대 근로자 숨져〉라는 제목으로 ‘단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사로 타 매체에 사건의 ‘기본공급’을 담당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연합뉴스가 처음 사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결국, 해당 사건은 연합뉴스 보도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단신처리됐다.

그런데, 가뭄에 콩 나듯 가끔은 송곳 같은 기사들이 등장한다. SBS는 <[단독] 2.5t 대형 유리판에 깔려 사망…반년 만에 또 사고> 리포트를 통해 “이 공장에서 반년 전 비슷한 사고가 났는데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공장 측은 사고 후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나온 ‘노동자들의 증언’이었다. 참세상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은 ‘무용지물?’…KCC,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 기사를 통해 “사고 전 고용노동부가 해당 공장을 특별근로감독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동부의 책임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들은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KCC 여주노동조합이 성명 등을 통해 이 사건에 대응하면서 나올 수 있었다. 노조는 인력 충원이 없어 고강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잦은 보직 변경 등 사측의 조치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8년 사고 이후 형식적 조치만 취한 노동부에도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만약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 같은 ‘후속’ 기사들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게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언론이 어떤 생리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KCC 사측이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때다. 언론들은 여느 때보다도 많은 양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KCC(회사)’가 주어가 된 기사들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책임 통감한다고 말했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기 바빴다. 11일 노동자 사망에 관심도 없던 매체들도 KCC가 뿌린 보도자료는 ‘옳다 꾸나’하고 받아 써줬다.

노동자 사망사고, 신문에는 광고가 실리기도 한다

14일에는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한화 대전사업장 또한 과거에 사고 전력이 있던 곳이다. 그리고 18일 경향신문은 <[단독]한화 대전사업장 노동부 특별감독 보고서 입수해보니…“환경안전팀 홀대가 중대재해 원인”>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해 5월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에 대한 노동부 특별감독 결과, 총 48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고 했다. ‘교육 미실시·안전관리비 미계상 등 관리 문제’, ‘폭발·추락·전도 방지 미조치 등 안전 문제’, ‘작업환경측정·특수건강진단 미실시 등 보건 문제’, ‘안전작업허가서 내용 부적정 및 설비 등급 미분류 등 PSM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사용 용기에 경고 표시를 부착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한화 대전사업장 자체가 노동자들에게는 ‘위험 사업장’이었던 셈이다.

그런 경향신문 단독기사가 지면에 실리던 날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종합신문 10곳과 경제신문 8곳 1면 하단에 한화그룹 대표이사 및 임직원 일동 명의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나간 것이다. 알다시피 신문 1면 하단 광고는 단가가 꽤 비싸다. 그 후,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보고서는 언론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과연, 연관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남은 용균이 동료들이 지금 힘들게 일하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여러분(기자들) 협조가 많이 필요하다”(미디어오늘). 김용균 씨 어머니의 당부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사망에 언론들은 큰 관심이 없다. 산업재해 사망률 1위 한국사회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이곳에도 있다.

* 이 글을 쓰는 과정에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현대제철 원료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이 아무개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현대제철 당진공장도 사망사고가 잦은 사업장 중 하나다. 그리고 이 아무개 씨 역시 외부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워커스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