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맞은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 “노조탄압, 원청이 지시”

공공운수노조 17일 결의대회 열고, 원청 대한항공 규탄 예정

[출처: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의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원청인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을 상대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오는 17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농성에 돌입해 원청의 노조 탄압 실태를 알릴 계획이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EK맨파워라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로, 한국공항(대한항공의 자회사)과 도급 계약을 맺고 대한항공의 비행기를 청소하는 일을 한다. 이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 비정규직지부는 2018년 임금협상이 결렬돼 쟁의조정권을 얻은 후 파업에 나섰는데, 사측이 이를 불법으로 내몰며 손배가압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원청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지부와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지난 12일, EK맨파워 회사와 원청업체인 대한항공·한국공항 대표이사 등을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로 중부지방 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EK맨파워의 원청(한국공항)은 상시적으로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의 현황을 보고 받으며 2018년부터 ‘협력사 관리 개선 T/F 운영 및 점검 계획’을 통해 하청사들의 경영 및 노무관리를 실질적으로 컨트롤 해왔고, 원청사에서 배부한 ‘협력사 관리 개선 T/F 운영 및 점검계획(안)’에 따라 노무관리 또한 실제 한국공항에서 컨설팅을 제공해 온 것이 확인됐다”라며 “ “EK맨파워는 (한국공항에) ‘노동조합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별 가입인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신청, 현재 노동조합 분위기 등을 상세하고 보고했다”라고 폭로했다.

이들은 또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지부장과 EK맨파워 인천사업소 소장 XXX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원청에서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의 쟁의행위를 대비해 다수의 인력을 파견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원청이 노사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컨트롤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원청이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함께 공개한 증거로는 ‘협력사 관리 개선 티에프(T/F) 운영 및 점검 계획(안)’(점검 계획)과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발표자료’(2018년, 2019년 1분기)로 모두 한국공항의 자료다.

하청업체의 노무관리 메뉴얼 가지고 있는 원청

우선 2018년 10월부터 운영된 ‘협력사 관리 개선 티에프’의 운영 및 점검 계획 안내를 살펴보면 한국공항은 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미비한 업체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 문제 업체에 대해선 별도 조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지상조업 협력업체 12개사가 관리 대상이었다.

노무관리 부분엔 ‘노사협의회 운영, 복리후생제도’ 등이 주요 내용으로 나와있는데 EK맨파워의 노사협의회와 복리후생제도가 한국공항의 통제 아래 이뤄졌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한국공항은 하청사의 준법성과 안정성도 확인한다 했지만, 노무관리 컨설팅의 결과는 ‘관리통제 가능한 직원모임 권장’으로 노동조합의 결성을 사전적으로 막거나, 민주노조에 대한 견제와 감시, 노조활동 방해와 지배개입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EK맨파워, 노조 동향 파악해 원청에 보고

EK맨파워는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를 통해 원청에 노동조합의 근황과 사측의 대응 계획들을 보고했다.

노조가 입수한 2019년 1분기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주요 현안 및 추진 계획’으로 ‘노동조합 관리 안정화 지속 추진’이 나와있다. EK맨파워의 노동조합 관리와 안정화는 민주노총의 축소와 한국노총의 확대였다. 2018년 9월 민노(민주노총) 조합원이 220명이었고, 한노(한국노총) 조합원이 101명 수준이었는데 “현재 민노 조합원 180명, 한노 조합원 165명”이라는 게 그 내용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민주노총의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또 같은 문건에서 “현재 노동조합별 분위기는 민노는 DOWN, 한노는 UP 기류”라는 코멘트가 적혀있는 등 노조의 동향을 파악해 이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배가압류를 통한 민주노총의 압박 방법도 적시돼 있었는데 “민노 노동쟁의 기간 중 식사시간 임의 조정 운영에 대한 손해소송 가압류 결정, 압류금액 약 5,200만 원, 압류대상 민노 간부 12명에 대하여 1명당 435만 원 정도”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같은 문건에서 한국공항은 대체인력 투입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한국공항은 ‘2019년 하계SKD대비 조업계획’에서 “2018년도 424명(으로 운영됐던 사항)은 A380 및 민노 노동쟁의 대비 아르바이트 인력 추가 운영”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3조는 쟁의권을 보장하고, 일부 필수공익사업장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쟁의행위 기간 중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2018년도 하반기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EK맨파워의 품질 통계에 ‘여객기 지연’ 1,113건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노동조합(민노)의 파업(10월 22일 부) 사태 조기 수습’을 EK맨파워의 주요현안 및 추진 계획에 올리기도 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지부 등은 지난 12일 ‘대한항공청소노동자 원청 개입 노조파괴 고발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만을 하청노동자를 위한 도급료로 책정한 것이 자신들이면서 비열하게 최저임금노동자의 통장에 손배가압류를 걸어대는 만행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은 지금당장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와 노조파괴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한항공청소노동자 손배가압류 해방공탁금을 결의하고 가압류 집행 취소를 법원에 신청했다. 상급단체가 손배가압류 해방공탁금을 대여하며 노조의 손배가압류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하청노동자들의 싸움이 결코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며, 비열하고 오만한 한국공항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물러섬 없는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17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 사수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손배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대한항공에 직접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