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망 174일, 발전사 위험과 중간착취 그대로

발전사 비정규직 노조 “김용균 후속 대책,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행해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발전소의 위험한 현장과 중간 착취에 대한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김용균 특조위의 진상 조사 활동을 사측이 방해한 정황이 나온 터라 지난 2월 당정이 합의한 ‘고 김용균법 후속대책’이 종이 쪼가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노조는 3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김용균 대책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했다.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174일, 장례를 치른 지 112일째 되는 날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김용균 동지의 장례를 치르기 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것 중에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 없다”라며 “유가족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정규직 전환의 사각지대를 꼼꼼하게 점검하라고 했던 대통령의 지시가 조속히 이행되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긴급 안전조치의 일환이었던 ‘2인 1조’에 미달한 인력 충원부터 위험한 현장, 비정규직 임금의 중간착취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지부장은 “당정 합의 후 안전조치라고 실행된 건, 연료설비 컨베이어벨트 주변에 안전펜스를 치고, 안전주의 표지판 몇 개를 붙이는 게 다였다”라며 “그마저도 안전 전문가도 아닌 현장 노동자들에게 시켰고, 원청은 인증 사진만 요구했을 뿐이다. 2인 1조를 위한 인력충원 역시 진척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생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중간착취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김용균 씨가 사망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전사가 지급한 직접노무비의 절반만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착취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당정 TF가 계획을 내야 하는데 3개월이 지나도록 나온 이야기가 없다. 법률적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들려온다”라며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 50%가 떼인 채로 생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건 사측만이 아니었다. 박태환 발전노조 위원장은 “사측과 어용노조는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는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그 관심과 집중이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꾼다”라며 “발전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는 노조를 상대로 고소고발하는 사건도 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 한국서부발전노조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한 공공운수노조와 발전노조 관계자들은 4명에 달한다.

박 위원장은 “이 모든 책임은 사장에게 있는 것”이라며 “진상 조사를 방해하는 일체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정규직화와 안전한 일터를 만들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믿고 싶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발전사가 진상규명조사를 방해한 의혹을 풀어야 한다. 방해 행위 관련자들은 엄정 징계하고 사과 또한 뒤따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발전사의 행태를 계속 두고 본다면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그 투쟁의 대상은 발전사만이 아닌 정부도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보장된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발전사가 비웃고 있다”라며 “동료를 잃고 싸우면서 특조위를 만들어낸 노동자들은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선의가 아닌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으로 반드시 책임자를 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전사, 특조위 활동 조직적 방해 시인

한편, 김용균 사망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시작된 특조위 활동이 발전소의 조직적 방해로 중단된 것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와 특조위 간의 회의가 이날 오후 열린다.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발전사의 조직적 방해에 따른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발전사 임원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고, ‘잘해보려는 욕심 때문에 그랬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받았기에 조사 활동에 개입했다는 사실관계는 확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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