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노동조합’을 만났을 때

[워커스 인터뷰] 이씬정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

뮤지션들도 노동을 한다.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하고, 시장에 음원을 내놓는다. 공연 일정이 잡히면 악기를 닦고, 관리하고, 합이 맞을 때까지 연습의 연습을 거친다. 뮤지션이라는 직업상 일상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노동이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그 노동의 가치를 극소화한다. 무료공연(노동)을 당연시하고, 재능기부를 강요하기도 한다. 무대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없는 노동’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뮤지션들은 언제나 배가 고팠고,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열악한 뮤지션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뮤지션유니온’이 창립했다. 이들은 ‘우리의 일은 음악이다(Music is work)’라는 슬로건으로 뮤지션 권리 찾기 캠페인을 벌였고, 인디신의 뮤지션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법내노조가 됐다. 창립 6년, 법내노조 2년. 그동안 뮤지션들의 처우와 음악시장의 조건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워커스》가 이씬정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김한주 기자]

뮤지션 유니온의 가입 조건이 뭔가. 어떤 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스스로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기에 따라서는 공연을 하고 있거나, 창작 활동을 하고 있거나, 음악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음악가 혹은 뮤지션이라고 내재화한 사람들이 가입하겠다고 하면 감사한 일이다. 일단 우리 노조는 홍대 인디신에서 시작했다. 클럽에서 활동하던 인디, 포크, 록 밴드들이 기본적으로 있고,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 등 현장에 연대하는 민중가수들도 제법 있다. 그 외에도 알음알음 OST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세션, 레코딩 엔지니어 등 음악 산업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뮤지션들의 작업 특성상, 조직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2012년에 창립을 준비하고 이듬해 9월 창립총회를 열었다. 그 과정에서 인디뮤지션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벌였고,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변의 지인들을 모으는 방식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창립 초기 70여 명으로 출발했는데, 초대 정문식 위원장이 이슈파이팅 등의 여러 시도를 하면서 160~170명까지 조합원 수를 늘렸다. 최근에는 정체된 경향이 있다. 개별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을 묶어내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뮤지션들이 활동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환경도 있다. 창립 당시에는 뮤지션이었는데, 생계 문제 등으로 음악을 쉬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조합 탈퇴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 같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뮤지션들이 안정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가고, 이들을 묶어 낼 전략 모델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과제다. 이슈파이팅이 중요하다고 본다.

젊은 뮤지션들의 참여도는 어떤가

뮤지션유니온 출범 당시 활동했던 조합원은 보통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활동하던 뮤지션들이다. 2012~2013년 노조 활동을 하던 시점부터 홍대 클럽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망이 많이 깨졌고, 젊은 친구들이 결합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었다. 20대의 경우 직업 선택의 기회가 열려 있는 시기라, 끈끈하게 결합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들로 인해 뮤지션유니온의 평균 연령대는 30대 후반 정도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고 있다.

사회운동에는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나

창립 이듬해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참사 이후 함께할 수 있는 작은 활동들을 계속 이어왔다. 2015년 참사 1주기에 맞춰 조합원들과 함께 음반을 제작했고,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도 올라갔다. 2016년 하반기에는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남산국악당에서 세월호 기억 2주기 추모 공연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개악 저지 투쟁에 버스킹으로 결합했다. 지역 단체들과도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 구로근로자복지센터 등에서 노동자와 함께 할 수 있는 뜨락공연, 광장공연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예술인 3명 중 1명이 수입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다른 노동에 비해 예술분야가 특히 수입이 적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예술이라는 직업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공급은 무한정이고, 돈을 지불할 만한 수요는 제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예술이라는 노동이 먹고사는 문제와 다소 거리가 있다 보니 돈을 지불하려는 의지도 약하다. 한국만이 아니라 공통적으로 전 세계적 추세다. 예술인 복지제도가 잘 돼 있다는 프랑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 예술인 고용보험인 ‘엥테르미탕’의 경우도 이를 적용받는 예술인이 되면 주변에서 축하를 받는다. 프랑스 역시 모든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국내 예술인 고용보험 논의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

현재 추진 중인 예술인 고용보험은 세계적으로도 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예술인의 고용보험을 ‘임의가입’이라는 툴로 만들려 했다. 예술인이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의 고용보험 틀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다. 자신이 원하면 들어가고,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식이었다. 당연히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도 처음에는 박근혜 정부의 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단체들이 이 같은 설계가 실효성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당연가입 형태로 설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음악활동으로 수입이 없으니 겸업을 해야 한다. 조합원이나 주변 뮤지션들은 어떤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나

여러 가지 겸업을 한다.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조합원도 있고, 편의점 알바나 영상 알바를 하며 음악을 하는 친구도 있고. 어떻게 연줄이 닿아 이벤트 업체에서 음향장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원 출강은 속된 말로 ‘운빨’이 닿아야 하는 경우다. 고정수입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힘든 일이지 않나. 음악적인 자기고민을 지속할 수도 있고. 하지만 강습이 길어질수록 음악활동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어, 어느 시점이 되면 정리를 하기도 한다. 공연이나 음원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조합원도 있지만 굉장히 드물다. 안정적이지 않을뿐더러 쉽지 않은 일이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버티고 가는 거다.


뮤지션유니온은 무료공연이나 재능기부를 당연시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업계에서 이 같은 관행은 여전한가

비일비재하다. 아직까지도 뮤지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한 악기거래 사이트에서 교통비 정도 지급하고 ‘버스킹에 출연할 사람’을 모집하면 사람들이 우후죽순 몰려간다. 자기 공연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거다. 하지만 그런 상황과 경험이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잘못된 구조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재능기부 공연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슈화 되면서 기획자들도 변하는 추세이긴 하다. 최소한의 실비를 보장하려고 애 쓰고 있지만 아직 한참 모자라다. 예를 들어 지방공연 교통비로 15만 원을 받는다고 치자. 만약 악기를 연주하는 세션이 있으면 움직이는 데에만 30~60만원이 든다. 팀으로 공연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양질의 공연을 할 수 없는 거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나.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고려나 고민이 없다.

예술인들의 무료노동에 대해 단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난해 하반기에 몇 가지 사례를 잡아 이슈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한강사업본부에서 여의도 물빛무대를 위탁 운영할 회사를 공모했고, 한 민간기획사에서 이를 맡게 됐다. 회사는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우면서 적정임금을 주지 않고 무료공연으로 운영했다. 그 부분에 대해 서울시에 항의를 했다. 하지만 정작 뮤지션 당사자들은 무대를 제공받았다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더라. 사실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누구나 할 수 있고 생활과 취미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나.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무대를 제공받는 것이 그저 고마운 거다. 하지만 공연비를 받아야 생활할 수 있는 전업 예술가들은 계속 설 자리를 잃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대형 기획사와 뮤지션 사이의 분쟁이나 노예계약 문제가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인디레이블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가 있나

다른 형태의 분쟁이다. 대형기획사는 정산문제나 계약 자체에서의 불공정 분쟁이 많다. 반면 인디레이블은 회사가 망하거나, 그 과정에서 저작자와 상관없이 판권이 팔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인디레이블이 많지도 않고 자금력도 별로 없어서 뮤지션과 계약을 맺는 케이스도 많지 않다.

멜론 등 대형 음원사이트의 착취 구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불법 다운로드’ 보다는 멜론을 통해 음원을 구입하는 것이 뮤지션들에게 더 좋은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 산업에서의 착취구조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 큰 것 같다.

불법 다운로드의 문제는 도둑질이고, 멜론의 문제는 시장을 독식한다는 거다. 우선 멜론 같은 음원 플랫폼들의 요금정산 방식은 정액제다. 사실 하루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지 않나. 스트리밍 이용자의 이용시간 한계를 계산해 멜론이 수익에 맞게 금액을 책정한 거다. 무한스트리밍이 가능한 정액제는 사실 착시현상이다. 몇 년 전 KT뮤직에서 음악을 들은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방식을 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미 정액제가 싸게 먹히는 것처럼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정액제라는 시스템에서 음원 단가는 곡당 7.4원으로 책정됐다. 멜론은 7.4원이 최선이라고 한다. 서버를 굴리고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다. 7.4원을 나누다 보니 제작자들에게는 쩐 단위로 떨어진다.

멜론은 플랫폼을 과잉독식 하고 있다. 음원을 공급하는 제공자들이 매번 새로운 상품을 무한 공급하고, 멜론은 서버 관리만으로 돈을 번다. 돈을 남겨 또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가 골목 상권을 붕괴시킨다고 하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인디레이블에서의 음원 보급이나 조그만 유통 업체들은 모두 없어진다. 종량제 방식의 도입, 나아가 음원 가격을 뮤지션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불법 다운로드 시장에서 벗어났는데, 이제 멜론 같은 대형 음원사이트에 전권을 다 주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나 저작권 신탁 기관들의 아이디어 빈곤이 문제다.

문화예술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뭔가

가장 필요한 것은 모두가 먹고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거다. 누구라도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겪지 않는 사회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예술가들도 보편적 복지 안에서 다른 사회구성원처럼 내일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면 예술가들도 절망을 겪지 않고 생존해 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뮤지션유니온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봄이면 바뀔지도 모른다. 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무너지려는 조직을 살려내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도 계속 제 몫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션유니온이라는 이름을 듣고, 뮤지션들이 ‘정말 멋있는 조직이다’라고 생각하는 단계까지 가고 싶다. 노동자들에게 ‘생존권’이란 노동을 하고, 보상을 받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갖는 것 아닌가. 예술인들에게도 생존권적 요구가 분명히 있다. 이 같은 활동들을 여러 가지 방식과 모델로 만들어가고 싶다. 예술인들의 노동조합은 이런 모습이구나, 라며 공감하고 의기투합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다.[워커스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