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인스타그램, 일상은 유튜브가 된 시대

[워커스 기술문화비평]미디어와 대중문화가 구성하는 우리 시대의 감성

이제는 어떤 도시 혹은 고장을 가건 비슷비슷한 축제와 똑같은 토속 상품들,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을 본다. 여행에서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언제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을 마주하여 새롭게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여행에서는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어쩌면 우리가 여행으로 기대하는 것은 새로움, 마주침, 낯선 풍경과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낯익음, 편안함, 비슷한 볼거리들이 돼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관광객이 많이 몰린다는 지방의 소도시들을 가 봐도 그 지방의 특색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제작 지원을 받은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였다는 홍보, 뜬금없이 청춘(대체로 5~60대 이상을 소환하기 위한 장치다)을 내세운 상점들, 때로는 역사나 문학작품 속 인물에 대한 생각 없는 역사화와 무성의한 재연이 우리를 맞이한다. 여행객들도 무엇에 쫓기는지 다들 바쁜 발걸음으로 다닌다. 인터넷에서 찾은 천편일률적인 관광정보를 보면서 같은 경로를 다니는 비슷한 모습의 군중 속에서, 과연 무엇을 경험하려고 여기에 왔는지, 여행과 관광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바로 여행지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한결같은 모습이다. 모두 한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나 여기 왔음’을 증명하기 위한 듯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유적지나 명소가 있는 도심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이때 맛집들은 주요 이정표가 되고, 음식사진 촬영도 빼놓을 수 없는 의례다. 포토존과 촬영 포인트에서 인생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맛집과 명소를 알아보는 이들은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개의치 않는다.

카메라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휴대가 간편해졌고, 누구나 어디서든 마주치는 풍경과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 여행은 여행자 신체의 지금 여기에서의 직접적 경험보다는 그 경험을 기록하는 행위가 더 의미있는 것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가정용 비디오카메라의 소형화, 나아가 스마트폰 덕분에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찍어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누구나 1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또 되어가고 있다. 여행지나 도심의 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스트리밍 방송 중인 크리에이터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누구이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함께라면 순간의 만남과 풍경들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다.

여러 디지털 및 소셜 미디어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으로 대변되는 개인 사진의 사회화 과정은 매우 특징적인 면을 보여준다. 여행지든 관광지든 아니면 힙한(유행을 앞서가는) 동네 카페든, 장소들은 인스타그램에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어디건 사람들의 눈길과 주목을 끌고자 한다면 먼저 인스타그램 인증샷의 명소가 돼야 한다. 화려한 색감의 벽과 신기한 물건은 필수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나올만한 조건을 갖추어야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방문한다. 과거에는 멋진 벽을 발견하고 좋은 사진이 나올 것을 예감해 사진을 찍었다면, 이제는 멋진 사진을 찍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벽을 핑크색으로 칠한다. 방문객들이 멋진 사진을 찍는 것이 주목적이 되었고 그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 됐다. 부차적이고 파생적인 것이 원래의 것을 집어삼켰다.

스마트 기기들 때문인지 사람들의 독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성과 지식의 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크고 작은 서점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다고 한다. 오래된 책들이 차곡차곡 쌓인 헌책방과 동네 귀퉁이에 자리한 독립서점부터 거대한 테이블에서 누구나 책을 읽다가 또 내키면 바로 커피를 주문해 마시면서 계속 책을 들춰볼 수도 있는 대형서점에 이르기까지. 몇 년 전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한 헌책방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관광 명소가 됐다.

책방주인은 많은 방문객들로 서점이 되살아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문객들에게 책보다는 많은 책에 둘러싸여 책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행위가 더 중요했다. 책을 구매하고 읽는 경험은 드라마 주인공이 머물렀던 바로 그 장소에 자신도 ‘있음’을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에 비해 덜 중요해졌다.

주로 구도심이나 낙후한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동네 벽화나 그래피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벽화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또 사람들을 그곳으로 끌어들인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에 관광객이 늘어나고 벽화 앞에서 찍은 사진들도 늘어나면서 그곳은 관광 명소가 된다. 관광 명소가 된다는 것은 다들 한 번쯤은 찾아가야만 하는 곳으로 알려져 그곳을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광객에 지쳐 마을의 벽화를 지워야 했던 주민들과 젠트리피케이션에 힘겨워하는 상인들의 문제는 이러한 풍경의 인스타그램화 현상들과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의 감각적 경험의 많은 부분이 미디어 기술이나 대중문화가 이미 구성해놓은 형식에 맞추어지고 있다. 어디를 가야하는지, 무엇을 먹고 봐야 하는지, 어떤 배경에서 어떤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대체로 어떤 표준화된 방식이 정해지고 모두가 그것을 따르게 된다. 힙한 장소에서 멋있게 연출된 물건과 벽을 배경으로, 적절한 필터나 프리셋을 적용해 특정한 분위기와 시대적 감성을 흉내 내고 재현한 이미지들과 더불어 우리들은 어떤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을까? 화려한 배경이나 힘들인 연출이 아니라 이제는 아무렇게나 찍은 듯 자연스러운 연출, 심지어 폐허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찾아 나서는 우리에게 정말 새로운 경험과 만남은 가능할까?

우리 시대의 감성은 마치 유행의 가장 첨단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상업화된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정해진 리듬에 맞추어 지루하게 반복하는 유행 지난 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또 그런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특유한 문화향유의 방식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누구나, 모두가, 다들 하는 그러한 경험의 기록들이라면. [워커스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