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의 고용참사, LG에도 책임 있어”

신영프레시젼 해고노동자들, LG전자 본사 앞에서 고용참사 규탄 집회 진행

신영프레시젼의 해고된 여성 노동자들이 원청인 LG전자에 고용참사 사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LG전자가 신영프레시젼의 영업다각화를 막은 상황에서 생산공장까지 해외로 이전시켰고, 이로 인한 물량 감소가 해고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며 LG전자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신영프레시젼분회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전자 본사 앞에서 ‘신영프레시젼 고용참사 LG전자 규탄 집회’를 열었다. 신영프레시젼분회는 “LG의 휴대폰 사업이 적자라는 이유만으로 하청업체들의 일자리 참사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라며 “LG전자는 신영프레시젼에서 발생한 고용참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희태 신영프레시젼분회장은 LG가 하청업체의 성장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 분회장은 “LG는 급할 때 하청업체를 바로바로 쓰기 위해, 하청업체가 LG 물량 외에 또 다른 일을 맡지 못하도록 종용했다. 하청 입장에서 LG만 바라보고 사는 게 힘들기 때문에 신영프레시젼도 LG 몰래 영업다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과정에서 들통이 났고, 신영프레시젼 경영진 몇 명이 물갈이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라며 “LG는 신영프레시젼의 고용참사에 대해 아주 큰 책임이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신영프레시젼의 기술력 답보도 LG의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분회장은 “LG는 신영프레시젼 같은 EMS사들의 금형 설계 및 가공 비중을 대폭 줄이면서, 동시에 LG전자가 지정한 다른 업체에서 제작한 금형을 사용할 것을 강제했다”라며 “금형 설계와 가공은 신영프레시젼의 중요한 기술 중 하나였는데 LG가 본인들의 정책을 강제하며 신영프레시젼의 기술력이 사장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14일 LG본사 앞에서 신영프레시젼분회 조합원이 점심 시간을 맞아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조합원들도 원청 LG전자를 향한 규탄의 말들을 쏟아냈다. 10년 동안 핸드폰을 조립했다던 한 조합원은 “LG가 신모델을 준비하거나, 판매가 잘 돼 일이 많아지면 밤새 일해 물량을 맞춰야 했고, LG는 모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갑중의 갑이었다”라며 “생산효율을 올린다며 사람을 기계에 맞추고, 불량률 제로를 강조하던 LG는 우리에게 빨대를 꽂아 배를 불렸다”라고 비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정만승 민중당 금천지역위원회 지도위원은 LG전자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정 지도위원은 “IMF 당시 생산직이 먼저 해고됐지만, 뒤이어 사무직이 해고당하는 똑같은 수순을 거쳤다”라며 “생산직과 사무직, 정규직 비정규직이 정리해고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게 경험으로 쌓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사무직 노동자들이 생산직 노동자의 아픔을 외면하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게 되는 것”이라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해고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신영프레시젼분회는 일자리위원회, LG전자 본사, 신창석 신영프레시젼 회장 등을 상대로 1년 넘게 복직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다. 현재 해고된 신영프레시젼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4, 50대 여성 노동자들로 10년~20년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며 LG의 휴대폰을 생산해왔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성차별, 성희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자 회사는 정리해고에 돌입했고,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하자 이번엔 청산 과정에 돌입했다. 회사는 LG로부터의 물량 감소 등을 청산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신영프레시젼의 이익잉여금은 718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