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양극화,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워커스 이슈②]최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재벌


최저임금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보수 정치권과 언론 뿐 아니라 정부여당도 가세했다. 지난 6월 13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위헌 소송 공개 변론이 열렸다. 국회는 지난 4월까지 무려 20건의 최저임금 개악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속도조절론’을 언급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6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최소화하겠다”며 쐐기를 박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보수지와 경제지들은 지난해 평균 2126건의 ‘최저임금 때리기’ 보도를 했다. 이쯤 되면 6월에 결정될 최저임금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셈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다지만, 그래봐야 올해 최저임금은 노동자 가구생계비의 6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소 ‘생계비’는 또다시 ‘경제위기’라는 공포탄 앞에 걸음을 멈췄다. 과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역시 급격하게 끌어올렸을까. 《워커스》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최저임금 인상 체감 못 하는 당사자들

“최저임금이 늘었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어요. 지금 월 180만 원 정도를 받는데 여기서 100만 원은 학자금 대출금 상환으로 빠집니다. 교통비 20만 원, 통신비 8만 원, 식비를 빼면 정말로 남는 게 없어요. 최저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른다는 걸 느껴요. 최저임금 1만 원은 돼야 영화 한 편 마음 놓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파주 출판단지의 한 회사에서 2년째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27세 S씨)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15~20% 정도는 올라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라이더로 시급 8430원을 받는데 실 수령액은 작년과 변함이 없어요. 업체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지난해보다 줄었기 때문이죠. 4대 보험료도 올랐고요. 생활 지출을 감당하기 벅차요. 모으는 돈은 주택청약 월 2만 원이 전부예요.” (마포구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배달 노동을 하는 25세 C씨)


2019년 1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월 소득은 125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5% 감소했다. 1분위(소득수준 하위 20%) 가계소득은 2015년 153만 원, 2016년 144만 원, 2017년 139만 원, 2018년 1분기 128만 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조세 등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도 2015년 128만 원, 2017년 1분기 114만 원, 2019년 1분기 96만 원으로 감소했다.



2분위도 1분위와 마찬가지로 2015년 이후부터 소득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반면 고소득층(5분위, 소득수준 상위 20%) 가계소득은 2009년 662만 원에서 2014년 812만 원, 2019년 1분기 985만 원으로 상승했다. 1분위가 10년 동안 월 소득 15만 원이 오를 때, 5분위 소득은 323만 원이 올랐다. 현재 5분위의 소득은 1분위의 8배에 달한다.




1분위의 가계소득은 줄었지만, 소비지출은 대체로 증가했다. 1분위 소비지출은 2009년 107만 원, 2013년 125만 원, 2016년 126만 원으로 늘었다.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 상승에 따라 지출만 늘어난 셈이다. 최근 몇 년간 물가상승률은 0~1%대를 유지했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선 달랐다. 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김밥, 라면 등 저가 식품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식비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교통비 지출은 2017년보다 10% 상승했다. 주거·수도·광열비 지출도 8%나 올랐다. 교통비 지출이 상승한 소득구간은 100만 원 미만 가구가 유일하다. 주거·수도·광열 지출도 100만 원 미만 가구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교통, 주거 등 기본적인 생활조차 점점 빠듯해져가는 셈이다. 1분위의 흑자율은 2011년 -19.7%, 2013년 -11.9%, 2016년 -5.6%. 그야말로 빚더미 인생이다.


최저임금 공격에 이용당한 ‘자영업자’

6월 5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최저임금 심의 공청회가 열렸다. 2020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을 알린 자리였다. 이날 공청회는 최저임금 노동자 3명, 자영업자 3명이 나와 최저임금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카페에서 일했을 때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 젊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는 쉬운 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은 임금이 너무 적다고 말한다.” (박종은, 청년유니온)

“최저임금을 2~3% 올린다는 건 700만 영세자영업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과 같다. 올해 대부분 편의점이 근무시간을 쪼개거나, 인력을 축소했다. 최저임금이 지불능력이 있는 업체를 지불능력이 없는 상태로 내몰고 있다.” (신성우, 경북 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

“이마트는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에서 주 35시간으로 줄였다. 실질임금은 하나도 오르지 않았고, 노동 강도만 강해졌다. 우리는 신세계, 롯데라는 대재벌에서 일하지만, 최고임금이 돼버린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상순, 이마트지부 부위원장)

“2018년, 2019년 경제성장률은 2.0%, 2.7%인데,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 10.9%다. 소상공인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제가 성장해야 임금이 오르지, 임금으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근재, 서초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공청회가 아닌 ‘을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공청회 도중 ‘최저임금위원회가 왜 을끼리 싸움을 붙이냐’는 지적도 잇달아 나왔다. 그렇다면 정말로 자영업 위기는 최저임금에서 비롯된 것일까?


먼저 자영업 위기와 최저임금 인상의 상관관계를 따져 봤다. 자영업자 비중은 2008년 25.3%, 2012년 23.1%, 2014년 22.1%, 2018년 21%로 수년 전부터 줄곧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던 이명박 정부 때도 자영업은 위기였던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 신규 대비 폐업률도 2013년 86.9%, 2015년 69.2%, 2017년 72.2%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폭과 자영업 경기의 호황 및 불황의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5위다. 자영업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다 보니 출혈 경쟁, 과다 출점에 따른 쇠퇴가 수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이번엔 자영업 인건비를 따져봤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2015년 10.3%, 2017년 11.0%에 불과하다. 2019년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인건비 비중은 12.2%(기본가정 추정값)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서도 10인 미만 사업장의 인건비 비중이 12.8%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경우 인건비가 2015년 8.5%에서 2017년 7.2%로 감소했다. 증가한 것은 기타 영업비용이다. 영업비용에는 재료비, 신용카드 수수료, 가맹 수수료 등이 속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6월 자영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급격히 증가한 치킨집 폐업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경쟁 심화, 비용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기타 영업비용 중 큰 몫이 ‘본사 가맹수수료’다. 편의점은 본사 가맹점 착취가 가장 심한 업종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수수료 비율은 15%에서 70%까지 나타났다. 통계청이 밝힌 2017년 전국 편의점 월평균 매출은 약 4000만 원이다. 가맹수수료 비율이 70%일 경우 본사가 무려 2800만 원을 가져간다. 점주에 떨어지는 몫은 1200만 원이다. 이 안에서 본인을 포함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인건비, 카드 수수료, 계약 형태에 따른 임대료, 집기 사용료 등을 낸다. 2017년 기준 편의점주 평균 수익은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6월 17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대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소상공인, 자영업의 시장 환경을 그대로 놔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최저임금만을 탓하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을 우리는 엄중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회장님 시급을 공개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빈곤의 늪에 빠질 동안 ‘회장님’들은 얼마나 벌었을까.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배당금 158억 원을 챙겼다. 2017년 배당금 102억 원보다 55% 증가한 금액이다. 연봉 77억까지 합하면 총 수익은 235억 원에 달한다. 허 회장이 지난해 번 돈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1161만 원(235억 원÷2017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 2024시간)이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하루 9시간씩 꼬박 154일(1390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GS그룹 영업이익은 5126억 원,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은 9조8971억 원에 달한다. GS리테일 영업이익도 214억 원에 이른다. GS리테일 영업이익은 전년도 1분기 영업이익 대비 고작 1% 하락했다

이마트, 이마트24를 통해 수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를 흡수하고 있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지난해 배당금도 137억 원이나 된다. 이 회장은 배당금 외에도 신세계에서 10억6700만 원, 이마트에서 30억69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를 모두 합하면 178억 원, 시급으로 치면 879만 원이다. 최저임금 105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해 1분기 신세계 영업이익은 1096억4756만 원. 이익잉여금은 무려 3조462억 원이다.

자영업의 대표주자 치킨집. 치킨집 업계 1위는 1659개 점포를 가진 비비큐다. 제너시스비비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2억3189만 원(연결 포괄손익계산서)이다. 제너시스비비큐의 최대주주는 84.44%의 지분을 보유한 ㈜제너시스다. ㈜제너시스의 지분은 윤홍근 회장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 일가의 제너시스 지분평가액은 212억 원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망한다고 들썩였던 지난해, 10대 그룹 재벌 총수 배당금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4630억 원(삼성물산 배당 포함),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18억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8억 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887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84억 원을 배당받았다. 10대 재벌 배당 총액은 7572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42.4% 늘어난 수치다. 재벌들의 연간 배당금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에 이른다.[워커스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