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상’ 받은 회사에서 쫓겨난 여성노동자들

[워커스 이슈①] 신영아 노조하자

[이슈① 신영아 노조하자] 순서

1. 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은 LG핸드폰을 만듭니다
2. 25년 전, 스물둘, 신영에 입사했습니다
3. ‘남녀평등상’ 받은 회사에서 쫓겨난 여성노동자들
4. LG, 하청 단물만 쏙 빼먹고 베트남으로 갔다
5. 일자리 정부의 의지, 여성의 해고만 비껴간다?

지난해 12월 17일, 휴대폰 케이스 제조·납품 업체인 신영프레시젼 여성노동자들이 공장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의 요구는 회장의 일방적인 회사 청산을 철회하는 것. 대부분이 근속 10년 이상인 40~50대의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그 후로 꼬박 반년이 넘도록 가동인 멈춘 공장 안을 지키고 있다. 회사가 청산 계획을 밝힌 지난해 12월은, 이곳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지 1년을 맞은 시기이기도 했다.

[출처: 박다솔 기자]

‘성차별’에서 ‘성편향적 정리해고’ 까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신영프레시젼은 LG전자의 1차 하청업체다. 1999년 LG전자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노동자들이 만든 휴대폰 케이스는 ‘LG’마크가 찍혀 시중에 판매됐다. 회사의 성장세에 힘입어 정부와 기업가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상도 받았다. ‘대통령표창장’부터 ‘1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대한민국 경영인 대상’,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기업인 선정’까지. 심지어 2012년에는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으로 선정 돼 고용노동부 장관 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대한민국 여성경영대상에서 여가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소위 구로공단의 ‘잘 나가는’ 기업이었던 신영프레시젼이 갑작스레 청산을 결정한 것은 2018년 12월. 해고된 노동자들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인정을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회사는 청산의 이유로 ‘LG휴대폰 생산 중단에 따른 경영상의 위기’를 내세웠지만,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이 청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신영프레시젼은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신창석 회장 일가가 벌어들인 배당총액만 862억 원에 달했다.

신영프레시젼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시기는 2017년 12월. 회사가 설립된 지 24년 만이었다. 노조 설립 계기는 다름 아닌 ‘남녀차별’이었다. 그해 7월, 회사는 교대제를 개편하며 남성 노동자들의 임금만을 일부 인상했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의 문제제기가 시작됐고, 이는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 고용불안도 노조 설립의 불씨가 됐다.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정규직 노동자의 명예퇴직을 시행하면서, 그 자리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웠다.

[출처: 박다솔 기자]

노사 갈등이 불거진 것은, 노조 결성 7개월 만에 회사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부터다. 지난해 7월, 회사는 159명의 직원 중 73명을 해고했다. 정리해고 대상자로 올랐던 73명 중 64명(87.6%)가 여성인 성편향적 정리해고였다. 또한 노동조합 조합원의 79.4%가 해고 통보를 받으며 ‘노조탄압’ 논란도 불거졌다. 노동조합은 즉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그 해 11월 지노위는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해고자 선정 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고, 정리해고에 앞서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올해 1월 21일, 해고자들은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회사는 3시간 만에 또 다시 명예퇴직을 공고했다. 또한 복직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1월 30일, 두 번째 해고를 통지했다. 이번에는 아예 회사를 청산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젼분회 조합원 A씨는 “사실상 노동조합이 결성 돼 회사 문을 닫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전에도 비슷한 위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설비투자 영업망을 확보해 회사를 살릴 수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청산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요구는 ‘고용보장’, 회사는 ‘논의불가’

신영프레시젼 신창석 회장은 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이미지를 쌓았다. 신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재경영암군향우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사회에 꾸준히 돈을 기부했다. 교회와 금천구 등에도 기부해 왔다. 2013년에는 2억7000만 원, 2014년에는 3억2000만 원, 2015년에는 3억 원 등 2017년까지 매년 수억 원대의 기부금을 냈다. 이 같은 수억 원의 기부금은 신영프레시젼의 회계에서 빠져나갔다.

한편에서 신영프레시젼은 수상 이력만큼, 제재 이력도 꾸준히 쌓아 왔다. 회사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하청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후려지기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016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 시정명령도 받았다. 생산공정 업무에 위장 도급 형태로 비정규직을 고용해 직접 지휘, 감독했으며, 정규직들과 급여 및 근로조건에서 부당한 차별을 해 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말에는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으로부터 체불임금 지급명령을 받기도 했다.

신 회장은 신영프레시젼의 이익을 빼돌려 가족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쏟아 부었다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신 회장과 그의 가족은 2011년 신영종합개발(주) 회사를 설립해 강원도 춘천에 골프장을 건설했다. 이후 신영프레시젼이 신영종합개발의 주식 45%를 매입토록 하고, 주식 취득을 위해 3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자금을 차입했다. 신영프레시젼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신영종합개발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인수했다. 그렇게 신영프레시젼에서 신영종합개발에 흘러들어간 돈은 477억 원에 달한다. 노동조합은 신영프레시젼의 이익을 골프장으로 빼돌린 것이 경영 위기의 원인이라 보고, 신 회장 일가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배임에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현재 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은 사측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6개월 넘게 공장 점거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경영을 유지할 만한 조건은 충분하기 때문에, 10년 넘게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사측은 ‘고용보장’은 논의 의제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원청인 LG에서 핸드폰 생산을 중단한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며 “(회사가) 돈을 좀 벌었다고 해서 노조가 힘의 논리로 점거해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회사를 차려 고용을 유지하라는 등 해서는 안 될 요구를 하는 것은 노동운동으로서 기본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회사는 지난 3월 25일, 노조의 공장점거로 손해를 입고 있다며 전 조합원을 상대로 17억4081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통보한 바 있다. 지난 5월 22일에도 노조 측에 공문을 보내 “법질서 파괴 및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에 반하는 노조활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손배청구 등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6월 2일에는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의) 상식 밖의 행위에 대해 도저히 대화만 가지고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손배청구, 시설점거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철저하게 법으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워커스 56호]

[출처: 박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