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노조경영 피해자들, 인권위에 진정 제기

삼성 해고자, 강남역 고공농성 29일째

  삼성 해고자 이재용 씨

삼성 해고자 김용희 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29일, 단식을 한 지 36일 째를 맞은 가운데 시민사회계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삼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삼성 해고자 김용희, 이재용 씨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다산인권센터 등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인권침해 사건을 폭로했다.

기자회견 참여자에 따르면, 해고자 김용희 씨는 1990년 삼성그룹 경남지역 노조설립을 주도하다 삼성으로부터 인권을 유린당했다. 삼성시계 측 관계자가 1990년 11월 김 씨를 대구의 한 호텔 방에 감금하고, 노조 설립 포기를 강요했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다 1991년 징계 해고됐다.

김 씨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 결심공판 15일을 앞둔 1994년 1월 삼성 임원이 김 씨를 찾아와 “상고 취하서를 작성하면 계열사에 1년만 근무하다 원직에 복직 시켜 주겠다”고 말해 복직합의서를 작성했다. 김 씨는 그해 삼성물산으로 발령됐으나, 다시 감금과 동시에 ‘노조 포기 각서’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김 씨가 단식 투쟁 등을 벌이자, 삼성 측은 1999년 업무방해, 2000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 씨를 고소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씨의 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사건 의결서 중 일부.

또다른 피해자 이재용 씨는 1997년 삼성중공업에서 해고됐다. 이 씨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씨는 1994년 사측의 사주를 받은 불상자에게 폭행당해 머리를 다치고, 경남지방경찰청 공안 분실로 연행돼 고통을 받기도 했다. 이는 2013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가 ‘민주화운동’으로 판단한 사건이다. 따라서 해당 위원회가 삼성중공업 측에 이 씨의 원직 복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 씨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노조 활동을 하며) 경남경찰청 대공 분실에 11번이나 불려갔다. 또 해고가 부당하다는 사실이 명확한데도 재판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며 “삼성이 자본으로 사법부와 경찰을 모두 움직인 탓이다. 삼성 무노조경영 방침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 무노조경영의 피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삼성이 해외에서도 노동자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인도네시아 삼성 노동자들은 2015년 노조를 설립했지만, 이후 삼성은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동자를 협박하거나 가족을 위협하며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노동자 수만 명이 현지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위가 사건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전 세계 삼성 노동자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을 것”고 강조했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기자회견 직후 열린 면담에서 “고민할 지점이 많다”면서도 “자료(진정서)를 내부적으로 검토해 (조사에 대한)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