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금융화, 여전히 ‘일확천금’을 노린다

[워커스] 연재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냈다. 또 다른 세계 경기침체의 기미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경기 부양 조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일 테다. 한국은행의 시그널에 가장 먼저 꿈틀거리기 시작한 곳은 부동산 경기다. 이에 맞서 정부는 새로운 부동산 조치를 내놓겠다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주택담보대출 등을 강화하는 9·13 부동산대책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대책 등을 내놨다. 최근에는 ‘수도권 주택 30만 호 공급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까지 발표했다.

임계점에 다다른 부동산 시장

현재의 부동산 관련 지표들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 수는 4,599채로, 1인당 560채에 달한다. 상위 1%의 개인이 소유한 주택은 총 90만6000채로, 1인당 평균 6.5채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법인 보유 토지는 80.3% 증가했다. 특히 상위 1%의 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지난 10년간 2.4배 증가했다.1) 반면 주택보유율이 100%를 넘어섰다지만 자가거주비율은 57.7%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49.9%로 더욱 낮다. 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5.7%, 104만 명에 이른다.

부동산 대출에 따른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가계신용 기준 1534조6310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5.8% 증가했다. 2013년 가계부채 1000조 원을 넘어선 지 5년 만에, 1500조 원을 돌파한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7%로, 1년 전보다 2.9% 늘어났다. 그 가계부채의 70%는 바로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빚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의 결과물이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시중 은행들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은 2조96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자수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3억 원(9.9%)이 늘어난 6조9457억 원을 기록하며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 최근 3년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에도, 한국은행이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한 이유가 바로 가계부채 때문이었다.

자본의 배출구였던 부동산 시장

한국의 주택문제는 한국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한다. 초기 종잣돈 없이 시작된 한국의 산업화는, 한일기본조약에 따른 대일청구권자금, 월남전 참전에 따른 자금, 중동특수로 유입된 자금 등을 먹고 자랐다. 하지만 정부가 기본적인 산업화 전략으로 적극 활용했던 것은 가계저축을 통한 자본 동원 전략이었다. 정부는 이렇게 모은 돈을 산업부문에 우선 배분하며 국가 주도의 재벌 중심 경제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이 같은 관치금융체제에서 자본을 주택부문에 투여할 여지는 없었다.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만성적인 주택 부족 사태를 야기했고, 청계천을 비롯한 하천변과 외곽의 산등성이에는 무허가 판자촌이 들어섰다. 71년 광주대단지 사건을 시작으로, 도시 정비에 따른 대규모 이주에 반발하는 철거민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80년대의 3저 호황을 거치며, 과잉 축적된 자본의 배출구로서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특히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이후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 호 건설’을 거치며 집중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졌다.

당시만 해도 국가의 사회적 지출 확대는 달나라 이야기였다. 정치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국민복지연금제도나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됐지만, 사회 정책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낮은 소득세 부담과 가계저축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는 가계의 가족주의적 생존전략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기초였다. 때문에 공적 복지 대신 가계저축을 기반으로 한 생활보장체계가 형성됐고, ‘똘똘한 집 한 채’는 복지를 담보하는 생활보장 수단이 됐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파견제가 도입되고 불안정노동이 보편화되면서 복지의 필요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전 국민 확대적용, 의료보험통합,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전 사업장 확대적용,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과 같은 복지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동복지, 참여복지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복지제도의 한계로 인해, 여전히 주택은 자산증식과 재테크의 중요한 생존전략으로 활용됐다.2)


도시 재개발을 통한 자본의 흡수

1848년 최초의 자본주의 공항에 맞닥뜨린 황제 나폴레옹 3세는, 과잉자본을 해소하기 위해 파리 근대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파리에는 인위적인 권위와 전통이 만들어졌고, 이는 뉴욕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의 모델이 됐다. 데이비드 하비는 저서 《반란의 도시》에서 “(이러한) 도시재편과정은 계급적 성격을 띠기 마련이다. 가난한 사람들,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정치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극심한 고통을 받기 때문”이라고 썼다. 당시 파리의 시장이었던 죠르주 유젠 오스만이 공공이익 실현의 명목으로 토지수용권을 행사해 파리의 빈곤지역을 해체하고, 노동자계급과 여타 불만분자를 파리 중심부에서 쫓아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는 같은 저서에서 “자본주의 아래 도시형성 과정의 핵심에는 배제와 약탈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며 “이것이 바로 도시 재개발을 통한 자본 흡수의 다른 측면”이라고 규정했다.3) 한국사회에서 산업화, 도시화 이후 벌어진 토지수용권을 둘러싼 철거민, 세입자들의 투쟁은 이 같은 정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의 배경이 됐던 꼬방동네들은 1984년 도시미관이라는 명분으로 재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철거 전문 깡패 용역들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날뛰었고, 무고한 죽음들이 이어졌다. 5명의 철거민이 화염에 학살당한 2009년 용산참사 이후에도, 재개발·재건축은 여전히 일확천금의 기회였다. ‘약탈에 의한 축적’은 착취와는 또 다른 수탈의 한 전형이 됐다.

한편 “도시공간의 형성은 과잉자본 흡수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으면서 지리적 규모를 끊임없이 확대한다. 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도시 대중에게서 일체의 도시권을 박탈하는 창조적 파괴과정이 진행”된다는 데이비드 하비의 말처럼, 지하철 선로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은 늘어난 지하철 노선과 시간 싸움을 벌이며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동산의 금융화

‘100년 만의 공황’이라 불렸던 2008년 세계경제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출발했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붕괴하자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했고 이는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다. 부동산 거품이 심해지자 정부는 다시 금리를 인상했고, 이는 저소득층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브프라임모기지에서의 회수 불능 상태를 야기했다. 결국 2007년 미국 제2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회사인 ‘뉴 센트리 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 신청을 냈고, 이를 시작으로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일어났다.

주택대부업체인 모기지 회사만 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증권화한 모기지론을 구매한 금융회사, 증권회사는 물론, AIG와 같은 보험회사까지 위기에 빠졌다. 결국 부동산 버블 붕괴로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고, 이는 금융위기로 이어져 세계공황으로까지 번졌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본질이 드러난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위기로 이어지게 됐다.

한국도 외환위기를 거치며 금융화 체제로의 재편을 시도했고, 이로써 부동산 금융화가 이뤄졌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를 통해 주택담보부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MBS)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증권을 발행해 증권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이었다. 증권화를 위해서는 이에 부적합한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증권화에 적합한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이 활성화돼야 했다. 때문에 주택투기를 규제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중요한 과제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 역시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택투기를 규제하고 실수요자의 주택거래를 촉진하는 것이었다”는 이지웅의 논문은 시사적이다.4)

데이비드 하비는 “토지는 통상적 의미의 상품이 아니다. 미래의 지대에 대한 기대에서 파생된 자본의 의제적 형태”라고 규정했다. 이렇게 형성된 불로소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2016년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는 374.6조 원으로 GDP의 22.9%에 달한다.5) 이 같은 노동자에 대한 이중 착취를 걷어내는 길을 단순히 ‘불로소득 환수’ 만으로 목표하기는 어렵다. 또한 보유세를 높이고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는 신자유주의 금융화된 부동산 시장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파리코뮌 당시 두 가지 포고령 중 “하나는 빵, 공장의 야간노동 철폐이고(노동문제), 또 하나는 임대료 지불정지 명령(도시문제)”이었듯, 도시를 기반으로 한 계급투쟁이 필요하다. 이미 저 멀리 독일에서는 초국적 거대 부동산기업 ‘도이체 보넨(Deutsche Wohnen AG, DW)’을 몰수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6) 한국에서도 서촌에서, 신수동에서,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수탈에 맞선 또 다른 ‘용산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워커스 56호]

[각주]

1) 사그라지지 않는 용산참사 10년과 부동산 독점의 시대, 이원호, 《워커스》 50호
2) 어쩌다 부동산 소유가 복지를 대신하게 됐을까?, 김도균, 참세상, 2015.5.12
3) 《반란의 도시》, 데이비드 하비, 에이도스, 2014
4) 주택 금융화의 전개와 초이노믹스의 본질, 이지웅, 참세상, 2014.9,24
5) 부동산 불로소득,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까?, 전강수, 황해문화, 2019 봄
6) 독일 ‘부동산 기업 몰수 운동’ … “모두를 위한 사회화를!”, ⟪워커스⟫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