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펌프장 참사, 하청 노동자 빈소엔…

유족, 원청에 "피해자 공동 협의하자"

[출처: 양천구청]

31일 목동 빗물 펌프장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청 노동자 구 모 씨의 빈소가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다른 희생자인 미얀마 이주노동자, 현대건설 정규직 노동자 안 씨의 빈소는 갖춰지지 않았다. 시신 3구는 이대목동병원에 안치돼 있다가, 2일 오전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 유족은 "이주노동자는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직계가족이 없고, 안 씨 유족은 쇼크 상태로 빈소를 차리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일 오전 9시 30분 현대건설 측은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유족과 사고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빗물 펌프장 사고에 공동 책임이 있는 서울시, 한유건설(하청)은 이 면담에 자리하지 않았다. 유족은 현대건설 측에 △면담은 피해자 3명과 동시에 진행할 것 △서울시 책임자급 관계자가 면담에 참여할 것 △빗물 펌프장 작업 매뉴얼을 유족에게 제공할 것 △사고 당시 안전 조치 등 경위가 담긴 자료를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유족은 면담 직후 “현대건설 측이 작업 매뉴얼과 사건 경위를 달라는 요구에 ‘바로는 어렵지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서울시 관계자도 면담에 참여토록 요청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피해자 3명의 유족과 공동으로 협의하자는 요구엔 현대건설 측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다른 유족은 “유족이 공동으로 대응하면 회사 측이 불리하다는 판단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면담은 약 1시간 15분 정도 이어졌고, 같은 날 오후 1시 30분께 재개할 예정이다.

<참세상>은 면담에 참여한 현대건설 안전지원팀 관계자에게 면담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목동 빗물 펌프장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사고 경위는 (서울시 측이) 유족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는 부분이지만, 작업 매뉴얼(을 유족에 제공하는 것)은 현대건설에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구 씨의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고 김용균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유족에게 “힘내시라. 유족들이 억울하지 않게 같이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 구 씨와 이주노동자, 현대건설 정규직 노동자 안 씨 3명은 31일 오전 목동 빗물 펌프장의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목숨을 잃었다. 사고 원인으로 ‘중계기 미설치’가 꼽히는데,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하청 구조가 비극을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