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의 분리, 세 명의 죽음, 책임의 소멸

[워커스 이슈 ①정부의 의뢰, 자본의 살인] ‘공공’ 발주 공사... 왜 참사 불렀나

정부의 의뢰, 자본의 살인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사망
2019년 1월 31일, 부산시 컨테이너터미널에서 노동자 1명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항만공사)
2월 14일, 한화 대전공장에서 노동자 3명 폭발 사고로 사망(방위사업청 계약)
3월 18일, 경북환경에너지종합타운에서 노동자 3명 추락으로 사망(경북도 주무관청)
4월 25일, 창원시 민간 위탁 노동자 1명 작업 중 사망
5월 9일, 신서천화력발전소 노동자 1명 근무 중 사망
5월 15일, 강원 중앙고속도로 포장 공사에서 노동자 1명 사망(도로공사)
5월 21일, 경남 금산초 오수관 공사 중 노동자 1명 토사 매몰로 사망
5월 21일, 부산대 동보미술관 환경미화 노동자 1명 건물 외벽 무너져 사망
5월 29일, 광주 시립 국제수영장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 추락으로 사망
6월 5일, 서울시의료원 미화 노동자 1명 과로와 감염으로 사망
6월 9월, 제주 제주파력시험장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 사망(해양플랜트연구소 발주)
6월 16일, 서천군새마을 신축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 추락으로 사망(충남도 발주)
6월 19일 서울 중랑구 하수도관 청소 노동자 1명 심장마비로 사망
7월 1일, 고양시 송전탑에서 노동자 1명 추락으로 사망(한전)
7월 20일, 36번 국도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 캐노피 붕괴로 사망(국토교통부)
7월 31일, 목동 빗물펌프장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3명 수몰로 사망(서울시 발주)
8월 9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1명 사망
8월 18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 설비 타격으로 사망(철도시설공단)

*자료 참고. 노동건강연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슈① [정부의 의뢰, 자본의 살인] 순서
1. 권한의 분리, 세 명의 죽음, 책임의 소멸
2. 공공이 자본에 넘긴 노동자 죽음…국가는 유령?
3. 반복되는 ‘공공 공사’ 사망 사고…책임은 누가?


[출처: 김한주 기자]

7월 31일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3명의 죽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1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구○○ 씨의 아들

“아버지 삼우제를 마쳤을 때였어요.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유족에게 사과한대요. 책임자를 처벌하고 추모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했죠. 국가 배상도 얘기했어요. 사실 너무 격앙이 돼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더 이상 기억나진 않아요. 왜 이제야 전화를 했는지 너무 화가 났죠. 박원순 시장에게 ‘왜 진즉에 우릴 찾아와 사과하지 않았느냐’, ‘빗물펌프장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 가족을 먼저 안심시키는 게 역할 아니었느냐’고 말했어요. 저는 진상이 규명되고 국가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겁니다.” (8월 14일 《워커스》 통화에서)

#2 현대건설 노동자 안○○ 씨의 아버지

“제 아들이 죽었어요. 이건 보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가 먼저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에요. 지금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규명도 안 됐어요. 언론은 시신이 발견된 위치를 가지고 되지도 않는 말을 떠벌리고 있어요.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좋은 법령, 제도를 만들면 뭐 합니까. 국가가 관리하고 감독하면 뭐합니까. 언제까지 안전불감증으로 불신을 키울 거냔 말입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에요. 제대로 된 안전 시스템이 없어요.” (8월 8일 양천경찰서 면담 직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3 하청 노동자 쇠 린 마웅 씨의 시신을 본국으로 이송한 미얀마 노무관

“쇠 린 마웅 씨는 2017년 5월 E-9(비전문 취업 비자)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미얀마 현지에 있는 제 친구는 목동 사고가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고 했어요. 쇠 린 마웅 씨의 시신은 8월 6일 미얀마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저와 현대건설 관계자 1명이 시신 이송에 참여했어요. 시신은 고인의 형이 받았습니다. (사고 이전) 그의 가족은 평화로웠던 것 같아요. 저는 유족에게 현행법과 제도에 따라 배상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8월 15일과 16일 《워커스》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워커스》는 쇠 린 마웅 씨가 본국에 도착한 뒤 현지 상황을 촬영한 사진 몇 장을 받았다. 사진 속에선 미얀마 현지 주민 100여 명이 모여 고인을 맞았다. 가장 앞쪽엔 유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열했다. 불교식 장례를 진행하는 모습도 담겼다.

누구를 위한 ‘공공’ 공사였나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과정은 이렇다. 7월 31일 오전 7시 10분 현대건설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정기 작업을 위해 수로로 들어갔다. 7시 30분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7시 16분부터 8시까지 이곳에 37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미 이날 오전 5시부터 호우가 예보된 바 있다. 이를 우려한 양천구청 직원이 7시 31분 수문이 열렸는지 확인하려고 시운전 업체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업체 직원은 당시 현장에 없었다. 그는 7시 38분에 현대건설 직원에게 전화해 수문개폐 확인을 요청했다. 현대건설 직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사무소에서 제어상황실까지 이동했다. 제어상황실은 두 곳이 있었고 각각 양천구청, 시공사가 운영했다. 현대건설 직원은 현장사무소에서 더 가까운 양천구청 제어상황실로 갔다. 그러나 그는 양천구청 제어상황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구청 측에 연락을 했다. 그러는 사이, 7시 40분 저지1수직구 수문이, 44분 고지수직구 수문이 열렸다. 7시 50분 현대건설 직원 안 씨는 작업자들에게 대피하라고 연락하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터널 안 노동자들이 지상과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중계기’는 없었다. 결국 안 씨가 직접 알리려 따라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유입수가 사고 현장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3분. 구 씨 유족에 따르면 당시 터널에는 다른 하청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깊지 않은 곳에 있어 연락이 닿았고 대피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하청 노동자 구 씨가, 다음날 오전 5시 다른 노동자 2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참사’를 낸 공사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목동 빗물펌프장의 정식 명칭은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다. 양천 신월, 강서화곡 지역은 산지에 둘러싸인 저지대로 2010년과 2011년 침수 피해를 봤다. 따라서 서울시는 양천구 신월동 가로공원길부터 안양천에 위치한 목동 빗물펌프장까지 4.7km 구간의 저류배수터널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저류배수시설엔 6개의 수직구(저지대 수직구 2개, 고지대·환기·유출·유지관리 수직구 각 1개)가 있다. 목동 빗물펌프장은 저지대의 빗물을 펌핑으로 끌어내 안양천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계획에 따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공사를 발주했다. 사업비는 1380억 원. 시비 1030억 원, 국비 350억 원이 들어갔다. 오는 12월 완공 계획이다. 시공사는 현대건설 주식회사가 맡았다. 공사는 ‘차수 준공’, 즉 단계적 공사로 진행됐다. 공사 기간이 긴 공공 공사는 대부분 연간 예산에 따른 차수 준공으로 이뤄진다. 사고는 지난 6월 30일 준공이 끝나고, 7월 1일부터 시작된 합동 운영 기간에 일어났다. 올 12월 완공 예정이었기에 공정 완료율이 95%인 상태였다. 서울시는 준공마다 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는데, 현대건설은 6차례, 주식회사 수성엔지니어링이 5차례, 문화기업(주)가 3차례 계약을 따냈다. 시공, 감리 등 분야별로 계약을 진행하고, 원도급자들은 또 밑으로 하청 구조를 만들었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 3명 중 2명이 현대건설 하청 협력업체인 한유건설 소속이었다.

[출처: 김한주 기자]

분리될수록 위험하다

영역과 권한, 책임의 분리가 낳은 참사였다. 분리된 구조 속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었다. 위험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다. 양천구청은 차수 준공이 끝난 지난 7월부터 배수시설 조작 권한을 가졌다. 그리고 7월 28일까지 6차례 시범 운영을 했다. 이날 시운전을 계속한다는 이유로 기본 매뉴얼 상 수문 개방 수위 도달률이 70%인 것을 하나는 50%, 다른 하나는 60%로 하향 조정했다. 수위에 도달했을 때 수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낮춘 것이다. 위험이 예견된 상황에서 양천구는 당시 현장에 몇 명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권리와 권한’이 확실히 나누어져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우리가 운영 주체인 건 맞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는 권한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있다. 준공이 끝났을 뿐 아직 완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시공사 현대건설은 그날 어떤 작업을 하는지, 몇 명을 투입하는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만 보고한다. 사고 현장도 준공이 끝난 시설로 사람이 있어선 안 되는데, 상황 공유가 부족해 우리는 사람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천구청은 7월 28일 시범 운영 때 방수문 누수, 펌프 과부하 등 문제를 발견하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에 조처를 요청한 바 있다. 이전에도 시운전 할 때마다 발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다고 구청 관계자는 밝혔다. 사실 안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려면 시공사에도 바로 알리는 게 맞다. 그러나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계약관계가 아니었다. 그래서 도시기반시설본부에만 연락했던 것이다. 또 양천구 입장에서 문제가 해결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 관계자는 “각자가 가진 권한이 다르다. 우리는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 수 없다. 처리 과정은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기반시설본부가 현대건설 측에 문제를 해결하라는 업무 지시는 절차상 ‘감리업체’를 통해야 한다. 감리업체는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위탁 용역을 준 곳이다. 그래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먼저 감리업체에 문제를 알렸다고 한다. 이 과정을 두고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문제 일부는 해결됐다” 고 밝혔다.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양천구청-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감리업체-시공업체’까지 긴 과정이 걸렸다.

발주 계획 자체에서도 ‘노동자 안전’에 소홀한 문제가 있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은 애초 공사 계획에 노동자 안전 관련 조항이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계약과 관련해서 서류들이 많아 관련 항목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공사에 따라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건 시공사다. 그 계획을 우리가 위탁한 책임감리가 검토하고, 검토 결과에 따라 발주처(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승인, 요청하는 식이다. 모든 절차는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고 말했다. 안전과 관련된 운영·작업 매뉴얼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엔 “수사 중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2012년 작성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사업 정책자료집’을 살펴봤다. 200쪽에 달하는 자료집엔 사업 및 입찰 계획,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자료에서 노동자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서울시는 사업 추진 계획 ‘사전 검토 항목’에서 ‘노동 인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노동 인지’는 시 행정에서 안전 등 노동과 관련된 부분을 점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항이다. 다만 도시기반시설 본부가 수차례 작업장 안전 점검, 안전 관련 업무를 지시한 사실을 ‘서울시 정보소통광장(공문 공개 사이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도시기반시설본부는 2016년 7월 ‘우기 대비 안전점검 조치 결과’를 내놨는데, △녹 발생 △보행로 확보 △조명 밝기 △발판 설치 등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중계기 미설치 같은 비상 연락 체계를 지적하는 사항은 없었다. 지난해 10월 기습 폭우에 대비해 △터널 내 작업자 인원 통제 △수문 수동 작동 여부 및 자동제어 시스템 사전 점검 △수방 비상 근무자 정위치 및 실시간 상황 보고 등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일어난 때에는 위와 같은 업무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

현장은 사고로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진 상태이다. 사고 조사 결과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4일 서울시가 재난상황 보고 문서를 작성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원인 규명은 요원하다. 그럼에도 도시기반시설본부는 8월 4일과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양천경찰서 측에 시설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를 재차 물었다. 지방행정부의 ‘노동자 안전 불감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턴키’ 건넨 서울시, ‘부도 회사’에 하청 준 현대건설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사고 당일 현대건설 관계자가 “우리는 수문 개방 제어 권한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7명의 산재 사망자(확정 기준)를 냈다. 건설업 사망 사고 다발 주체 2위다. (1위는 사망자 10명을 낸 포스코건설) 그런데도 현대건설은 서울시 공사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해 왔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국내 수주 현황은 67건, 59조 원에 달한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9.1%가 증가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중대재해 다발 기업에 아무런 제약 없이 많은 발주를 낸 셈이다. 발주 계약은 턴키로 진행됐다. 턴키는 일괄 입찰이다. 설계, 시공, 시운전 등 모든 공정에 대한 총액을 제시하고 결과물만 받아 가는 것이다. 따라서 발주자는 수주 업체가 하청을 내리는지, 안전 규칙을 어떻게 이행하는 지 관리할 권한이 없다.

그렇게 현대건설은 한유건설에 하청을 줬다. 이번 사고 희생자 3명 중 2명이 한유건설 소속이다. 특히 한유건설은 지난 4월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이다. 울산지방법원은 5월 한유건설에 대해 채권·채무에 대한 포괄적 금지를 명령했다. 이 기업은 울산 지역 토공 업체인데, 이곳 건설 노동자들이 한유건설에 임금, 기계 임대료를 받지 못해 천막 농성 등 시위를 벌인 일도 있었다. 부도 위기를 겪는 한유건설이 노동자 안전에 소홀한 것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발주처부터 하청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안전 사각지대를 만든 셈이다. 다단계 구조는 권한을 분리하고 책임을 희석시켰다.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혔던 현대건설. 지난해 발주청으로서 4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내몬 서울시. 여전히 이번 사고에 대한 공식 사과는 없다.

8월 17일. 목동 빗물펌프장을 찾았다. 작업이 중지된 이곳에 인기척은 없었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 노동자는 사고가 벌어진 지 한참이고, 합동 감식도 끝났는데 왜 왔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현장사무실엔 현대건설 당직자 1명만 있다며 출입은 안 된다고 말했다. 입구 쪽엔 ‘현대건설 종합안전게시판’이 크게 자리했다. 무색하게도 ‘현장 안전보건 경영 목표’, ‘현장 안전보건 경영 방침’이 적혀 있었다. 이제는 잊혀진 3명의 죽음이 말한다. 현장 안전은 ‘경영’이 아니라 ‘구조’의 탓이라고.[워커스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