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인 가구 주거환경 보고서

[워커스 이슈] 나는 아직 신림동에 살아요

신림동 고시촌 귀갓길

“어제 또 신림동에 강간미수 사건 발생했대” 벌써 두 번째였다. 지인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기사 봤어? 너네집 근처 아니야?”, “술 적당히 마시고 집에 일찍 들어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집근처 패스트푸드점 사장이 어디서 들었는지 그 사건 장소가 우리 집근처란다.

고시촌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얼마나 성범죄에 노출돼 있는 걸까? 여성 1인 가구가 밀집해 있는 관악구 신림동의 밤거리를 배회해 보기로 했다. 자정에 가까워진 시간, 신림역에서 버스를 탔다. 1인 가구 밀집지역인 만큼 버스 안에는 20대 청년들만 가득하다. 네 정거장 후에 대학동 고시촌 입구에 도착했다. 고시촌이라 그런지 대로변에는 편의점과 카페, 술집 등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5분 쯤 걷다 보니 길이 점점 어두워진다. 어느 순간 여성들의 모습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골목에는 드문드문 담배를 펴는 남성들만 보인다. 길이 어두워서 인지 창문 불빛이 더욱 환해 보였다. 커튼을 쳐놓은 방도 있고 안이 훤히 보이는 방도 있다. 고시원이든, 원룸이든 창문 앞에 바로 길이 있어 훔쳐보는 것은 물론 들어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0분쯤 오르막길을 걸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니, 드디어 바닥에 LED로 ‘여성안심귀갓길 30m 뒤 여성안심지킴이집’이라는 문구 가 보인다. 누군가에게 위협을 느꼈을 때, 표지판을 보며 전력을 다해 뛰라는 얘기다.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표지판들도 골목 곳곳에 붙어있었다. 하지만 일부는 너무 어두운 나머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대학동 거리를 약 30분가량 걸으며, 가장 많이 발견한 것은 쓰레기 투기 방지 CCTV와 ‘쓰레기를 무단 투기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였다.

신림동 사건 이후, 관악구는 CCTV, LED, 비상벨, 여성안심지킴이집을 통해 여성 치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이 안심할 수 없는 골목은 너무도 많고, 누구나 들여다 보고,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집들은 여전히 즐비하다. 드문드문 설치 된 비상벨과 안심지킴이집은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끔찍한 사건을 예방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6개월 전 첫 서울 자취방을 알아보고 있을 때였다. 혼자 사는 게 걱정 돼, 유일한 서울 친구가 있는 서울대입구역 근처로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월세가 너무 비쌌다. 신림역 근처로 눈을 돌려봤지만, 그마저도 부동산중개업자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신림역은 무슨 고시촌도 어려워요”라며 손을 내 저었다. 역세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기자에게, 그는 “고시촌은 혜진 씨 같이 혼자 사는 수험생이랑 자취생, 직장인이 많아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소득수준은 곧 주거환경을 결정한다. 2019년 기준 청년 노동자는 5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부동산을 돌아다녀도 월세와 평수, 지역, 교통, 안전을 모두 충족하는 집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하나씩 포기해 갈 수 밖에. 가장 먼저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은 역시 ‘안전’이 아닐까. 높은 월세와 낮은 임금은 오늘도 우리를 안전장치 하나 없는 집으로 밀어 넣는다.

지난 5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원룸 건물에서 ‘강간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여성의 집을 뒤따라가 현관문으로 침입하려 한 이 영상은 인터넷을 달궜고, 불안감은 증폭됐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신림동에서 또 한 번 사건이 일어났다. 7월 11일 새벽, 한 남성이 여성의 집에 침입해 샤워 중이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이었다. 비슷한 범죄는 주기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발생했다. 9월 1일에는 같은 층에 살던 남성이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감금하고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관악구는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여성 범죄는 단순히 ‘관악구 신림동’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6월에는 부산에서 한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의 집 비밀번호를 훔쳐본 뒤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 그 남성은 이전에도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지난 8월에는 부산에서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한 남성이 나체로 침입하기도 했다. 여성이 사는 집을 몰래 훔쳐보다 체포됐다는 보도도 끊이질 않는다. 여성들은 어째서 가장 안전하리라 믿는 ‘내 집’에서조차 범죄의 타깃이 되는 걸까. 과연 여성들의 주거공간은 그들이 믿고 있는 만큼 안전한 걸까. 《워커스》가 1인 여성 가구의 현황과 주거 불평등 문제를 짚어봤다.

[출처: 윤지연 기자]

1. 1인 가구는 여성이 더 많다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한다. 속도도 빠르고 규모도 크다. 2000년 일반가구 대비 15.5%였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9.2%까지 올랐다. 일반가구 대비 1인 가구의 증가폭은 4배를 웃돈다. 일반가구가 2000년~2019년까지 38.4% 증가하는 동안, 1인 가구는 160%가 늘었다.

중요한 것은 남성보다 여성 1인 가구 수가 예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는 사실이다. 남성 1인 가구의 증가폭이 더 크지만, 그래도 여성 1인 가구 수를 따라잡지 못한다. 2000년 당시,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57.5%로, 남성 42.5%보다 무려 15%포인트가 많았다.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50.8%로 남성보다 높았다.


홀로 사는 여성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70대(34.06%)이며, 20~30대(28.3%)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은 20~30대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44.40%로 압도적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20~24세 여성 1인 가구(6만9397가구)는 같은 연령의 남성 가구(3만9816가구)보다 1.7배가 많다. 전체 서울 거주 1인 가구의 성별 비율은 여성이 52.66%, 남성이 47.33%다.

2. 여성 1인 가구 8%는 주택이 아닌 곳에 산다

그렇다면 1인 여성 가구원들의 주거환경은 어떨까. 거처의 종류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기준, 1인 여성 가구의 56%가 단독, 다가구, 연립,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33.8%다. 그리고 8%가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살고 있으며, 1.8%는 비 거주용 건물 내 주택에 산다. 서울시에서는 여성 1인 가구 중 14%가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살고 있다.


연령이 낮을수록, 단독 및 다가구,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비율이 높다. 여기서 단독주택이란, 단독소유가 가능한 주택으로 다세대주택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단독주택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여성 1인 가구 연령대는 20~24세(13만3779가구)이며, 그 다음이 25~29세(10만7460가구)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연령대는 25~29세로, 5만4271가구가 살고 있다. 30~34세는 3만5257가구로 두 번째로 많다. ‘주택 이외의 거처’라 함은 오피스텔을 비롯해 고시원, 비닐하우스, 여관, 쪽방 등을 통칭한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2015년 16만7088가구에서, 지난해 23만5252명으로 41%가 증가했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연령대는 20~30대로, 전체의 44.4%에 달한다. 2015년 40.8%보다 증가한 수치다.

3. 고시원, 여관, 쪽방 사는 여성, 소득도 불평등하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는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여관 뿐 아니라 나름 주거 환경이 준수한 오피스텔까지 포함된다. 때문에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오피스텔 거주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의 규모를 계산해 봤다.

서울에서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여성 1인 가구 중, 오피스텔 거주를 제외한 가구는 약 28%(3만1413가구)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67%(1만9813가구)로 압도적이다. 같은 연령 남성 비율인 42.88%보다도 높다.1


그렇다면 서울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고시원, 쪽방, 여관 등에 거주하는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구는 단연 ‘관악구’다. 이곳에만 3,887명의 여성이 살고 있다. 2위는 ‘강서구’로 2,473명이, 3위는 ‘구로구’로 2,220명의 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에는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1인 가구의 소득 수준을 살펴보자. 2017년 기준, 월평균 소득은 183만 원이다. 소득 100만 원 미만이 27.3%이며, 100~200만 원 미만이 31.3%다. 이곳에 거주하는 여성의 평균 소득(171만7000원)은 남성(227만3000원)보다 30%이상 낮다. 특히 200만 원 미만을 받는 여성의 비율은 63%로, 200만 원 미만 소득의 남성 비율 47.2%보다 훨씬 높다.


주택 이외 거처의 주거비도 불평등하다. 이곳에 거주하는 남성의 평균 월세는 32만6000원으로, 여성의 평균 월세인 33만1000원보다 낮다. 문제는 그럼에도, 월세 15만 원 미만의 가장 열악한 곳에 사는 여성의 비율(5.9%)이 남성(3.6%)보다 높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우, 아예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월급의 상당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4. 여성 1인 가구는 취업률도, 임금도 낮다

서울시에서 가장 1인 가구가 가장 많기로 소문난 곳은 관악구다. 1인 가구 비율도 47.6%로 가장 높고, 인구수도 11만2733명으로 가장 많다. 여성 1인 가구도 5만3288명에 달한다. 여성 1인 가구 수가 그 다음으로 많은 지역은 강서구로 3만9231명이 거주하고 있다. 강남구는 3만6009명, 송파구는 3만4711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관악구가 1인 가구 수에서 압도적인 까닭은 강남권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서울에서 4번째로 월세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험생, 학생, 직장인 등 20~30대 청년층이 특히 많이 거주한다.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조사한 결과, 관악구 신림동과 봉천동은 13㎡~36㎡까지 초소형 주택 거래가 대다수였다. 주거형태는 오피스텔, 연립, 빌라 등이었다. 또한, 월세 가격은 평균 20㎡ 면적에 보증금 400만 원~640만 원 사이, 월세는 40만 원으로 나타났다. 강남 지역의 월세 가격은 관악구의 배가 넘는다. 13㎡짜리 초소형 원룸 가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까지 올라간다. 1층 원룸조차 월 60~75만 원 선이다.

적게는 4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 원 이상의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1인 가구의 임금 및 고용 현황은 어떨까. 지난해 1인 가구 중 임금노동자는 279만3000명이다. 이 중 정규직은 67.3%, 비정규직은 33.7%다. 1인 가구 10명 중 3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비정규직은커녕, 여성들에게는 취업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취업률은 여성이 42.3%로 남성인 57.5%보다 낮다. 2015년에도 2017년에도 항상 여성 취업 가구가 남성보다 낮았다. 1인 가구 수는 여성이 더 많지만, 취업자 수는 훨씬 적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여성들은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와 낮은 임금에 시달린다. 지난해 8월 기준,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5%다. 남성 26.3%보다 월등히 높다. 심지어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2015년 40.2%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성별 임금격차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여성 비정규직의 월 임금총액은 148만5000원에 불과했다. 남성(205만8000원) 대비 약 28%가 낮다. 정규직 여성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정규직 여성 월 임금총액은 270만2000원으로 남성(400만7000원)보다 무려 33%가 낮다.

5. 우리의 집은 안전하지 않다

여성이 사는 집은 강력 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다. 지난해 살인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바로 ‘주택’이었다. 강간, 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주택과 노상에서 비슷하게 발생했다. 문제는 주택에서 벌어지는 살인, 강간, 추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59건이던 주택에서의 살인사건은 지난해 69건으로 증가했고, 강간 및 추행은 629건에서 979건으로 늘었다.


그나마 주거침입 강간, 강제추행 등의 사건은 2011년 341건에서 2015년 334건, 2017년 305건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범죄는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지역별 강간 범죄 현황을 보면,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관악구에서는 지난해 352건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 2015년 대비 32건이 증가했다. 강남 지역은 2015년 300건에서 지난해 406건으로 무려 106건이 늘었다. 특히 마포 지역은 2015년 294건에서 지난해 473건으로 179건이나 증가했다. 마포구는 서울 25개 구에서 5번째로 1인 여성 가구 수가 많은 곳이다.

2016년에 서울여성가족재단에서 발표한 보고서2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해자 87%가 여성이었다. 이 중 91.7%는 강간, 강제추행 피해를 겪었다. 특히 강간 및 강제추행 피해여성의 55.6%는 청년 여성이며, 범죄 발생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연립, 다세대, 단독주택, 아파트 등의 주거지였다. [워커스 59호]

<각주>
1
서울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남성은 5만7469명으로, 그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30대이며 42.88%(2만4644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2
서울 1인 가구 여성의 삶 연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