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가스점검원 일상적 성폭력 피해...‘2인 1조’ 요구

“나체 응대, 신체 접촉, 폭언, 일상적으로 벌어져”


서울 지역 가스안전점검 방문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을 폭로하며 서울시의 대책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지역 가스안전점검 노동자가 고객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는 "술에 취한 고객이 자신의 집을 방문한 노동자 A씨 신체에 접촉하는 한편, 지속해서 추근거렸다. A씨가 현장에서 남편에게 전화하자 추행이 멈추기는 했지만, A씨는 이날 겪은 사건으로 스트레스성 과호흡을 일으켜 응급실에 내원했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노조가 취합한 사례에 따르면, 방문 노동자들은 고객들로부터 폭언, 위협, 성폭력에 상시적으로 노출 돼 왔다. 고객으로부터 "미친x 또 왔네", "뺨 맞으러 왔느냐" 등의 폭언에 시달리거나, 나체 혹은 속옷 상태인 고객을 맞닥뜨린 경우도 상당했다. 2015년에는 고객이 노동자를 뒤에서 끌어안는 일이 발생해, 피해노동자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사직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고객이 포르노를 크게 틀어놓고 노동자를 관찰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올해 5월에는 한 노동자가 고객에 의해 20분간 감금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피해 노동자는 소속 업체 관리자에게 문재 해결을 호소했지만, 관리자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사업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2인 1조 근무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서울시는 예산 부담을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2인 1조 시행을 위해 인원을 충원하려면 가스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요금 인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2인 1조 시행을 위해 약 300명의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3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스안전점검 노동자 인원 충원 △가스안전점검 노동자도 적용받는 노동안전보건조례 제정 △점검완료 실적 요구 및 평가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도시가스 공급사들은 점검완료율을 고객센터에 요구하고, 고객센터는 우리에게 점검완료율 달성을 지시하고 있다. 점검 실적을 위해 (고객이)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어도, 성희롱해도 모르는 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폭력 위협을 당해도 그 집에 또다시 방문해야 하는데 두려움 때문에 점검을 대충 넘기는 경우도 많다. 시민들의 가스안전과 노동자의 안전 모두를 지킬 근본적 방안인 인원충원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서울시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노동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가스안전점검 노동자 김윤숙 씨는 “우리는 지속적인 성폭력 위험이 노출되고 있다”며 “우리도 한 가정의 소중한 아내이자 엄마, 딸이다. 또 시민의 가스안전을 예방하는 노동자다. 나와 동료 노동자들이 더는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지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가스안전점검 노동자들은 혼자 계량기를 보기 위해 담을 올라가다 크게 다치기도 하고, 하루에 2~3만 보씩 걷는 탓에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공공재인 가스를 이용해 민간기업이 수백억 수익을 올리며 안전을 외주화한 결과다. 서울시는 노동자 안전을 위해 2인 1조 근무를 시급히 도입하고,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 지역 가스안전점검 고객센터는 70여 개, 공급사는 5개다. 서울시가 공급사에 가스안전점검 사업권을 허가해주면, 공급사가 다시 고객센터에 업무 위탁을 하는 식이다. 모든 노동자는 위탁 용역업체 소속이다. 또 대부분 용역업체 사업주는 가스공사 퇴직자들로 이뤄져 있다고 노조 관계자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