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잠정합의안 번복하더니 ‘중노위 조정 신청’ 꼼수까지

중노위 조정은 근로조건 국한…“노조파괴 등 문제 해결 못 해”

유성기업 노사가 10월 31일 어렵게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사측이 이를 번복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지난 18일 신청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영동지회(이하 노조)는 사측의 중노위 조정 신청은 ‘노조파괴를 이어가려는 꼼수’라며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성기업 노사는 9년째 갈등을 빚어오고 있는 만큼 지난 교섭에서 임금과 단체협약 외에도 많은 사안을 두고 논의해 왔다. 임단협 이외 사안은 사측의 노조파괴 사과,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한광호 열사 대책, 어용노조 문제 해결 등이다. 다양한 문제를 두고 노사는 지난 10월 상당한 수준의 의견접근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사측이 이내 잠정합의를 뒤집고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 조정 사안은 임금 및 단체협약, 근로조건에 국한된다. 따라서 유성기업이 신청한 중노위 중재가 이뤄진다면 노조파괴 등 문제를 다루지 못해 노사 교섭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중노위 행정조사관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사측이 먼저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중노위 조정은 쟁의권을 얻기 위해 노조가 신청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의아해했다. 또한 “중노위는 근로조건(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사안만을 두고 중재한다.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중노위가 중재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 지회장은 “사측이 잠정 합의를 뒤집고 중노위에 신청한 것은 교섭을 처음으로 되돌리려는 의도”라며 “유성기업은 앞서 2011년 조합원 징계 사건, 이후 부당해고 사건 등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중노위 결정을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사측이 결정을 모두 불복하고 벌금을 냈다. 그런 사측이 먼저 중노위에 다가간 사실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사측의 숨은 의도에 노동자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작성했지만, 사측은 돌연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어용노조 처벌 △노조 전임자 임금 보전 등은 불법이라며 합의를 뒤집었다. 노조는 이 번복에 배임·횡령으로 수감된 유시영 유성기업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 교섭위원이 교섭 석상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유 전 회장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편 노조는 24일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시영 전 회장에 대한 2심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9월 유 전 회장은 노조파괴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로 징역 1년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 전 회장을 비롯한 유성기업 임원 3명에 대한 2심 선고는 2020년 1월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반면 사측은 같은 날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법률상 불법에 해당하는 내용은 수용이 불가함을 이미 여러 차례 걸쳐 밝혔고, 이에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애초 잠정합의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며 “유성기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 등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분규의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