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여성 위원장이 없어요?”

[이슈_여성은 노조위원장 하면 안 돼요?]노동조합에서 여성 위원장을 만나기 힘든 이유

2019년 8월 기준,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5.0%에 달한다. 남성 비정규직 비율 29.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남성 대비 여성 월급여액은 10년째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노동자 다수가 낮은 임금과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1995년 11월 11일, 민주노총은 창립에 앞서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현재. 민주노총은 정말 가열찬 투쟁으로 남녀평등을 실현했을까. 아니, 적어도 조직 내부의 성평등 정도는 실현해내지 않았을까.

지난해 말 기준,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 지위에 올랐다. 창립한 지 23년 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민주노총 내 여성 조합원 비율은 30%를 밑돈다. 24년 동안 여성 민주노총 위원장 한 명 배출하지 못했고, 16개 지역본부 역대 본부장 중에도 여성은 전무하다. 민주노총의 이미지는 여전히 ‘대공장’, ‘정규직’, ‘남성’으로 대변되는 87년 체제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숱한 여성 사업장의 투쟁이 있었고, 그것들은 격렬하고 대담한 투쟁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어째서 지도자로 성장하는 여성은 드물까. 그래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여성은 노조 위원장 하면 안 돼요?”

[출처: 김한주 기자]

전직 남성 노조 간부들에게 물었다

우선 노조 간부를 역임했던 남성들에게 물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기자가 던진 질문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전직 지역본부 본부장 출신의 A씨.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하다 보니 나서서 활동하기가 힘들다”고 진단했다. 가사노동과 육아를 여성들이 전담하다보니 선뜻 노조 간부를 맡기 어렵다는 거다. 여러 가지 어려움 중 단연 가장 큰 어려움은 ‘구속’이다. 말 그대로 감빵을 갈 수 있느냐는 거다. A씨는 “과거 노조 선거 출마식은 곧 구속출정식이었다”며 “실제로 민주노총 위원장은 출마와 동시에 수배를 각오해야 하는데, 여성 동지들의 경우 자녀들이 어리니 출마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을 배척한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솔직히 여성 동지가 많지 않아요. 지역에서는 남성 활동가도 찾기가 힘들어요. 지역본부 선거할 때 어떻게든 임원을 세워야 하는데, 남성이고 여성이고 그냥 사람 자체가 없어요.”

대표적인 ‘남초’ 조직인 금속노조 임원 출신 B씨. 그는 “금속노조 위-수-사 선거에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여성 조합원 수가 많지 않다. 여성 조합원은 10%도 채 되지 않는 절대적 소수”라고 설명했다. 간부로 성장할 수 있는 여성 조합원 토대 자체가 탄탄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성 조합원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 B씨는 “여성조합원이나 여성 활동가들이 어느 정도 있어야 얘기가 나올 테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성평등 문제와 관련한 현장 조합원들의 의식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사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의 경우도 여성 조합원 수는 꽤 되지만 활동가들이 별로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전했다.

여성 조합원 수가 상당한 산별노조 임원 출신 C씨 역시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간부 진출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여성이 노조 간부를 맡는 것에 대한 조직 내 거부감은 전혀 없지만, 아직도 가정에서 여성들이 육아 등을 전담하다보니 여성 활동가들이 많이 진출하지 못한다”며 “여성 조합원 수는 상당하지만, 지금도 남성 후보가 여성 후보를 구하지 못해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나름 ‘여초’ 조직인데도 여성 간부는 주로 주변적인 업무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C씨는 “여성 선출직 간부가 의결 및 집행구조나 결정 단위에서 소외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며 “스스로 극복해보자는 노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간부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바뀌지 않는 ‘대공장’, ‘남성’, ‘정규직’ 문화

이번에는 노조 여성사업 담당자 및 연구자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여성 조합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들이 출산과 육아 및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조 내에 여성관련 사업은 중심적이고 핵심적인 사업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여성 조합원 토대 확장을 위한 고민도 활발히 이어지지 않는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여성의 노조간부 진출의 장벽을) 육아 문제로만 치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육아나 가사 등 외부적 요인 뿐 아니라 노조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수경 국장은 “중앙간부의 경우 여성 임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크고, 여성을 키워내기 위한 리더십 교육이나 계획도 많이 없다”며 “특정 가맹조직을 제외하고는 여성 조합원이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이 노조 간부로 진출했을 때 메리트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현장에서는 여성이 간부를 맡으면 승진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고 꼬집었다.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김 국장은 “87년 체제가 아직 민주노총에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조 간부에게 과도한 책임의식과 희생, 덕목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여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순희 조직국장도 노조 내부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김순희 국장은 “민주노총은 노조 내부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고 조직 내 성평등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해왔는데, 이것이 진심인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며 “대공장, 남성 중심성에서 벗어나려면 미조직 여성 노동자를 조직해야 하는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 또 조직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논의하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성사업은 언제나 후순위

이 같은 문제는 민주노총 내 여성사업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252개 사업장 노조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여성위원회 혹은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한 사업장은 각각 14.68%, 7.94%에 불과했다. 노조 중앙이나 지역본부에 여성위원회가 존재한다 해도 전담 인력이 배치되지 않거나, 후순위 사업으로 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여성사업 담당자의 경우 노조 내에서 교육, 선전 등의 업무를 중복해서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오롯이 여성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여성위원회 사업은 중요사업으로 배치되지 않고,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예산도 넉넉하지 않을뿐더러 내부에서 여성사업에 대한 공감대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순희 조직국장 역시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의 여성사업 담당자는 대부분 겸직인 경우가 많다. 아예 여성위원장이 없는 곳도 많다”며 “현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위회의가 열렸을 때 현장의 노조 전임자가 시간을 쪼개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타임오프에 따른 전임 활동시간 중 어느 정도의 시간을 여성 사업에 쓸 것이지 구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협상과 같은 주요 결정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 임원 뿐 아니라 여성 교섭위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52개 사업장 노조 중 96개(38.10%) 조직에서 여성 교섭위원이 단 한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김수경 국장은 “사업장 별로 성별임금격차가 굉장히 크고, 승진 및 배치에서도 차별이 발생하지만 여성 교섭위원의 부재로 이를 문제제기하고 바꾸어낼 통로가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성별 고정관념이 직책에도 영향

노조 내 직책에 있어 성별 고정관념이 따르는 경향도 존재한다. 민주노총에서 여성 조직실장이 배출된 것은 2015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배태선 전 민주노총 조직실장은 “내가 (조직실장으로) 올라올 때도 반발이 심했다고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성이 조직실장을 맡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잠재돼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순희 국장 역시 “다른 지역본부는 여성을 조직국장으로 임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지역본부에서 여성을 조직국장으로 세우니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경순 한국여성노동사 연구활동가는 “과거 청계피복노조 사례에서 보듯, 지부장 선거에서 여성이 후보로 나오면 전투력이 없다고 덮어버린다. 현실적으로 그런 편견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여성은 받쳐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흔한 사회적 인식들이 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니 여성이 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물론 회사 내부의 성차별 문화가 여성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더 어렵게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심각한 것은, 여성이 노조 간부를 역임할 경우 사업장에서 승진을 비롯한 차별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김수경 국장은 “사무직이나 공무원 등의 여성 정규직이 노조간부를 맡고 나면 승진이 되지 않는다”며 “단적으로 모 공공기관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상 여성과 남성의 직급별 승진 비율이 있었는데 회사가 이를 어겨 여성은 다 제외됐다. 하지만 전현직 남성간부는 모두 승진대상에 포함됐다. 노조의 여성대표성 문제는 산업구조 내의 성별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여성 사업장이지만, 교섭력을 이유로 번번이 남성 관리자가 노조 간부를 맡기도 한다. 회사 내부의 직급 및 승진 차별이 고스란히 노조 직책에도 반영되는 경우다. 유경순 연구활동가는 “관리자 혹은 과장 출신은 회사 정보를 다 꿰고 있으니 노조 위원장을 하는 데 유리하다. 현실적으로 생산직 여성노동자는 정보가 많지 않고, 관리직 출신이 교섭력이 있어 여성 주체들도 자신감을 잃고 남성 중심으로 움직여 온 경향들이 있다”며 “노조 안에서 여성 지도력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지, 현재의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여성할당제는 ‘만능’이 아니다

한편 민주노총은 조직 내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 2004년부터 ‘여성할당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이로써 여성 임원 및 대의원, 중앙위원이 다소 수적으로 확대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여성할당제가 노조 내 여성 대표성에 대한 알리바이용 조치로만 존재해, 오히려 여성들의 의사결정과 의견수렴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여성할당으로 배치된 여성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또한 여성할당제가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여타의 여성 사업을 축소시킨다는 비판도 있다.1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3월에 발간한 〈공공운수노조 여성사업 현황과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성적 불평등이 그저 권력 기구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 집단에게 일정 양을 내어주면 무마될 수 있는 일로 여겨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성할당제가 유일한 장치로서 과잉 대표되는 것은 오히려 노조가 할당제 시행에 국한되지 않는 적극적 개입의 책임을 방기한 결과로 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노동조합 선거는 대개 남성 중심의 정파 운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한 정파 소속이 아니고서는 여성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대응하기 어렵다. 김수경 국장은 “보통 위-수-사 선거는 정파구도로 진행되다보니 정파에 속하지 않은 여성들은 참여가 힘들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민주노총 성평등지수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초기엔 당위성으로 할당을 지키고 여성들이 진출했으나 남성권력과 정파에 의해 지명된 대표성이라는 오명과 질시를 이겨내기엔 여성 개개인의 노력으로 부족하다”며 “안정적인 역량강화 훈련 시스템과 리더십 함양을 위한 조직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김순희 국장 역시 “민주노총의 조직문화는 노조 내 정파운동의 조직문화와 연동돼 있다고 본다”라며 “단기간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30%의 여성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이를 지지기반으로 조직 내 성평등 인식을 바꿔내고 결의해내는 단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갈 길이 먼 성평등 조직문화

이 같은 조직문화는 노조 내 성평등 감수성 향상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위의 연구보고서에서 “여성위원회 및 여성사업 기구 활동은 공공운수노조 내에서 쉽게 평가절하돼 왔고, 현재 공공운수노조에는 ‘여성사업’으로 분류될 법한 활동을 제지하려드는 적극적인 반여성주의적 저항 또한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동운동이 여성의 목소리를 언어화하지 못한 채, 여전히 전통적 여성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연구보고서에 참여한 박종주 연구원은 “노조 내부에서 (젠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고 개인적인 불만 정도로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여성노동자의 언어가 노동조합 밖에서 형성되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순희 국장 역시 “민주노총 회의 구조에 여성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여성의 관점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박종주 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부장적 자본주의 구조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제기가 충분히 수용되지 않고 여전히 ‘노동조합에서 여성노동자는 보호 내지 배려를 필요로 하는 특수집단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있다”며 “여성노동자들을 상이한 욕망을 가진 주체로서 복원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각주>

1 김금숙, 2011, ‘할당제의 두 얼굴-민주노총 여성할당제 효과분석을 중심으로’,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석사학위 청구논문